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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Dec 12. 2018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2일 차

송도와 대부도


드디어 2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강화도 남쪽, 동막 해수욕장 부근의 펜션에서 엄청 일찍 일어났습니다. 밤에 할 일이 없다 보니 일찍 자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게 되더군요.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데 기상 시간이 빨라지니 배가 고파지는 시간도 빨라져서 아침을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폭풍 검색을 해보니 근처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있더군요.



토가()라는 식당이었습니다. 순두부와 새우젓이 전문인 식당이었는데, 순두부도 아주 좋았고 새우젓도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반찬들도 맛있어서 가볍게 아침을 먹으려다가 배부르게 먹고 나왔네요. 근처에 가신다면 추천할만한 식당입니다. 새우젓을 뭔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 같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여행 초반이 아니었다면 사 오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자, 아침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2일 차의 여행을 출발... 하기 전에! 앞선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여행은 '운전 연습'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에서 보낸 시간이 많죠. 운전을 할 때는 사진을 못 찍어서 여행 기간 대비 사진의 수량도 적습니다. 그래서 운전 경로를 위와 같이 그림으로 표시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러면 2일 차의 여행이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저 스스로도 더 잘 정리될 것 같고요.


자, 아침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2일 차의 여행을 출발해 볼까요? 강화도에서는 이제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행 출발 이후 첫 번째 밤을 펜션에서 보내고 나니 준비물이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낮에 운전을 하다 보니 썬크림도 발라야겠고, 혼자 밥을 차려먹으려니 밑반찬 같은 걸 좀 싸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반찬들을 안 상하게 가지고 다니려면 아이스박스도 있어야겠더군요.


겸사겸사 송도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TV에서 송도를 보기는 했는데 한 번도 안 가봤거든요. 사실은 가 볼 생각도 안 했죠. 서울의 동쪽에 사는 사람에게 송도는 다른 나라처럼 먼 곳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여행 중이니까 어디든 가볼 수 있죠. 그리고 송도는 신도시니까 커다란 마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은 여행을 위해 쇼핑도 좀 하려고 마음먹었죠.



송도는 엄청 미래도시 같더군요. 평일 낮이라 그런지 차가 한 대도 없이 한산해서 엄청 넓은 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일단 롯데 마트에 차를 세워두고 송도 센트럴 파크를 돌아봤습니다. 정말 큰 공원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트를 타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유람선 비슷한 걸 타는 분들도 계시고요. 센트럴 파크에 흐르는 물은 해수를 여과해서 끌어들인... 뭐 그런 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여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지금 까먹었지만요.


제대로 나온 사진이 두 장 밖에 없어서 그렇지 공원 전체가 저런 현대식 건물로 둘러 쌓이진 않았습니다. 한옥 호텔도 있고, 아주 넓은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슴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동물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이건 뭐 별 거 아닌데... 산책하다가 물 위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공사를 하는 건지 공연 준비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수면에 보일 듯 말 듯 데크를 설치하고 계시더군요. 멀리서 보면 진짜 물 위를 걷는 걸로 보입니다. (멀리서 줌으로 땡겼더니 화질이 엉망이군요. 디지털 줌의 한계...)


공원에서 커피도 마시고, 마트에서 쇼핑도 충분히 하고는 대부도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대학시절에 한 번쯤 가본 것 같은 기억. 그 기억조차도 가물가물해서 어쩌면 안 가봤을지도 모르겠는 곳. 하지만 이름은 엄청 많이 들어본 곳. 그리고 대부도 - 선재도 - 영흥도는 다리로 모두 이어져 있더라고요. 영흥도까지 쭉~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일단 시화 방조제를 찍고 출발합니다.


하, 지, 만, ....


위에 올린 지도를 보시면... 송도에서 시화 방조제는 별로 멀지 않습니다. 헌데 중간에 두 번 정도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고가를 타면 안 되는데 고가를 탔다거나, 지하도로 들어가면 안 되는데 지하도로 들어가는... 그런 실수입니다. 차선 변경을 못하면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저는 초보니까요. 뭐 그러려니 하고 유턴을 한다거나 P턴을 한다거나 안되면 우회전에 우회전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돌아 나오면 되니까, 그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막 다닙니다. 헌데 이번엔 그 여파가 좀 크더군요. 두 번 정도 길을 잘못 들고 나니, 인천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습니다. 유턴도 없고 빠질 길도 없는 고속도로. 게다가 평일 낮이라 차가 없어서 모두가 150km/h로 달리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 보조 못 맞추고 혼자 저속으로 달릴 수 없어서 얼떨결에 높은 속도를 내야 했습니다. 좀 무서웠어요 ㅠㅜ


지도를 보시면 엄청 크게 돌아서 시화 방조제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재밌더라고요. 스스로 약간 한심하긴 했지만, 초보들이 한 번씩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요.



시화 방조제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저 멀리 방금(?) 떠나온 송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깃배들이 많이 떠 있더군요. 여기도 엄청 쌩쌩 달리는 구간이라 중간에 다시 합류하는 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지금부터 숙소 도착까지는 사진이 없습니다. 이유인즉슨, 계속 운전 중이라 그렇습니다. ㅎㅎㅎ


네비에 시화 방조제를 찍고 왔으니 다음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데, 왠지 목적지를 안 찍고 가보고 싶은 겁니다. 사실 방조제 넘어가면 대부도고 어쨌든 나의 목적지는 영흥도니까 표지판만 봐도 갈 수 있을 것 같고, 길을 잘못 들어봐야 크게 벗어날 일이 없으니 객기 같은 게 생긴 거죠. 그리고 그런 식으로 운전을 해야 좀 더 여행의 느낌이 날 것 같았습니다. 계속 숙소 to 숙소로 네비만 찍고 다니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무작정 영흥도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대부도를 지나 선재도로 넘어가니 시골 같은 느낌이 나더군요. 영흥도까지 별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큰길은 하나더라고요.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요. 영흥도는 정말 완전 시골이더군요. 논과 밭 그리고 산과 공터. 영흥도에서 육지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장경리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제 마음속에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다 싶었어요.


막상 도착해보니 비수기의 이름 없는 피서지... 정말 적막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요. 펜션이나 모텔이 없는 건 아닌데, 식당이 없습니다. 영종도 사건(?)에 멘탈 대미지를 입어서인지 오늘은 식당에서 차려주는 밥을 먹고 싶었거든요. 해수욕장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걷지 않고 차를 타고 돌았습니다) 제대로 식당은 없었습니다. 모텔 1층에 포장마차가 있는 곳이 있길래 모텔에 전화해봤더니 오늘 영업 안 하신다더군요. 동창회가 있어서 육지에 나가셨다고.


어쩔 수 없이 숙박 앱을 이용해서 모텔을 검색했습니다. 영흥도 안에는 잡히는 게 없습니다. 선재도까지 나가니까 한두 개 있더라고요. 결국 그중에 하나를 예약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창밖을 보니 숙소 위치가 나쁘지 않더라고요. 보통 모텔이라고 하면 창문이 아예 막혀 있거나 열린다고 하더라도 바로 옆 건물이 보이거나 하는데, 여기는 오션뷰~ 경치가 좋으니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모텔 사장님께 걸어갈 만한 곳에 식당이 있냐고 여쭤보니 좀 난감해하시더군요. 하나 있긴 한데 가격이 좀 쎈 편이라면서 차 타고 나가면 괜찮은 데가 있다고 하시는데, 어차피 저는 술을 마셔야 되기 때문에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선택. 생우럭 매운탕에 소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석양이 예쁘게 물들었습니다. 역시 서해입니다. 왠지 영흥도에서 석양을 봤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뭐 어차피 지나간 일.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모텔의 창 밖으로 꽤 멋진 바다가 보였잖아요. 그쪽 해변으로 걸어갑니다. 식당은 큰길 쪽에 있었고, 작은 언덕(?)을 올라가면 모텔과 펜션들이 좀 있고,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해변입니다.



경치가 꽤 괜찮은 해변이라 그런지 펜션도 좀 있더라고요. 걷다 보니 사유지라고 표시된 곳이 나왔습니다. 원래는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지만... 사람도 아무도 없고, 잠깐 산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좀 더 걸어 들어가 보니, 리조트 같은 걸로 개발 중인가? 싶을 정도로 잘 정돈된 공간이 나옵니다. 공들여 지은 건물도 보이네요.


어둑어둑 해가 져버려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마트에서 구입한 와인을 하나 열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볼록한 부분들이 서로 분리되는 형태입니다. 컵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와인이 들어있고, 그걸 4개 쌓아 올린 형태. 그냥 마실만 하더라고요.


이렇게 여행의 이틀 째가 지나갔습니다. 사실 아직 본격적인 여행의 기분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서울에서 가까워서 그런가? 3일 째의 목적지를 정해봅니다. 어디가 좋을까... 서해를 통해 내려가고 있고, 지금은 대부도 부근... 그렇다면 내일은 안면도를 들어갔다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월풀 욕조에 물을 받아 뜨거운 목욕을 한 판하고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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