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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Dec 12. 2018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1일 차

강화도와 교동도

드디어 1일 차의 얘기네요. 여행을 출발하기 전,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웠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죠. 초보 운전자의 자동차 여행이었기 때문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했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운전하자. 하루에 너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야간 운전은 절대 하지 말고, 비가 오면 무조건 숙소를 찾는다. 그리고 시간은 많으니 고속도로를 타지 말고 국도로 천천히 움직이자. 뭐 이런 류의 규칙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발 바로 전날까지 구체적인 여행 루트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서쪽으로 내려가서 제주도 들어갔다가 남쪽, 동쪽 바다를 거쳐 올라와야지'라는 정도. 하지만 막상 출발하려고 생각하니 '서쪽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왜 난 이런 것도 안 정해놨지?' 싶더군요. 그래서 지도를 펼쳐 서울의 서쪽에 있는 바다들을 훑어봤습니다.


강화도가 보이더군요. '아! 강화도. 가본 지 참 오래된 곳이구나. 그렇다면 첫날은 강화도로 가면 되겠다. 가는 길도 쉽구나. 한강 따라 쭉~ 달리면 되네. 그리고 강화도 근처에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들도 있구나. 재밌겠다.' 뭐 이런 계획을 세웠습니다.



:: 알던 길도 헤맨다.


드디어 출발하는 아침. 내비게이션에 문수산성을 목적지로 넣었습니다. 강화도로 건너가기 직전, 강화도를 바라보는 산 중턱에 있는 산성이더군요. 집에서 출발, 올림픽대로를 타는 길은 너무나 잘 아는 길입니다. 서울의 동쪽 편에 30년 정도 살았으니까요. 헌데 운전이 아무리 초보라도 그렇지... 집에서 올림픽대로를 타다가 계속 길을 잘못 드는 실수를 했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시작 부분이 좀 이상하죠. 심지어 천호대교를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왔네요.


그렇게 초보 운전자는 내비게이션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네비가 아무리 잘 알려주면 뭐합니까, 제가 잘 알아 들어야지.


시작부터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올림픽대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죠. 과속하지 않으면서 쭉~ 달리면 되니까. 문수산성 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합류할 때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슬슬 적응이 되더군요.


:: 일단 배가 고프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문수산성 쪽으로 올라가는데, 영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완전 시골 동네에 산성 같은 게 보이기는커녕 잡초가 무성한 길만 보이고. 특별한 표지판 같은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네비가 알려주는 길도 영 이상합니다. (그래서 여기는 사진도 없습니다. -0-)


이제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인데... 그래도 산성이니까 식당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산성도 못 보고, 식당도 못 찾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첫 번째 목적지였는데, 바로 뭔가가 틀어져버리는군요. 쓰레기 소각장 옆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담배를 한 대 피웠습니다. 앞으로 한 달 여.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게 될 텐데, 뭐 어때.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네비에 목적지를 찍지 않고 일단 강화도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목표는 점심해결! 천천히 해안 도로를 달리면서 식당을 스캔합니다. 강화도에 이렇게 장어집이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온통 장어, 장어, 장어... 하지만 나는 뭔가 간단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약 20분을 달려서 드디어 평범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통나무로 지은 카페 같은 집. 오므라이스를 하나 시켰더니, 산더미 같은 오므라이스가 나오는군요. 맛은 뭐 굳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슬슬 저녁이 걱정입니다. 아니, 사실은 숙소가 걱정됩니다. 이번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가 숙소입니다. '지나다가 민박이라도 보이면 들어가서 방 있냐고 물어보면 되지 뭐!'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일단 '초보운전'이라는 것이 매우 큰 짐이니까요. 운전하면서 그런 걸 다 살펴볼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야간 운전이 되고, 저는 아직 밤길 운전 경험이 전무하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주신 음료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열어봅니다. 여행 출발 전에 다양한 앱을 깔아놨거든요. 특히 숙박 관련 앱들. 각종 모텔/펜션을 예약할 수 있는 앱이 엄청 많더군요. 이번 여행에서 이 앱들의 덕을 엄청 많이 봤습니다. 바로 당일에도 모텔이나 펜션을 바로바로 예약할 수 있더라고요.


검색해보니 강화도의 서남쪽 후포항 아래에 펜션들이 많이 모여 있고, 빈 방도 많고, 싼 방도 있어서 근처에 펜션을 하나 후딱 예약했습니다.


:: 바다 건너 개성이 보이는, 교동도


강화도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는 섬 중에 교동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이 섬을 흥미롭게 본 이유는 군사경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섬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강화도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교동도는 미묘하게 좀 더 북쪽에 다가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 강화도의 최북단이 더 북쪽입니다만, 강화도는 민간인 통제를 하지 않는 구역이라 느낌이 좀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동도에는 이북이 고향인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많이 외진 곳이라 옛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시장이 있다고 하더군요. 바로 대룡시장이라는 곳인데요. 그곳을 1박 2일에서 촬영해가는 바람에 관광객들도 좀 늘었다고 합니다.



일단 교동도는 민간인 통제선 너머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합니다. 미리 신청할 필요까지는 없고, 교동대교 건너기 전에 잠깐 차를 세우고 인적사항을 적어서 내면 사진과 같은 출입증을 줍니다. 들어갈 때 당일 날 나올 거냐고 물어보던데, 혹시 1박 이상을 하고 나오는 경우는 다른 절차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네요.



사실 전 대룡시장이 도대체 어딘지 내비게이션만으로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초보운전자라 그랬을지도;;). 저 같은 분들이 계실까 봐 슬쩍 알려드리자면 교동 하나로마트 건너편 골목 안쪽이 대룡 시장입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들이 없고, 주차장도 널널했기 때문에 하나로 마트 앞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대룡시장으로 가봅니다. 검색해본 결과 교동도에서는 대룡시장 구경하는 게 전부인 듯?


1박 2일이 다녀간 여파인지 몰라도 대룡시장은 '추억의 거리' 같은 컨셉이더군요. 하지만 저는 저 시절의 추억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시골 시장입니다. 1박 2일에서 다녀갔다는 이발소도 있고, 추억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진관도 있지만, 사실 저에게는 별로 큰 감흥이 없었던 곳입니다.



하나로 마트 앞에 차를 세운 김에 몇 가지 살 게 있어서 하나로 마트로 들어가는데, 친구랑 너무 닮은 포스터가 있길래 한 장 촬영.


:: 해안 도로를 따라 숙소로


아침부터 쭉 운전을 하기도 했고, 더운 날씨에 좀 걸었더니 금방 피곤해집니다. 아마 운전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습니다. 좀 씻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한 달이 넘도록 돌아다닐 텐데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살랑살랑 해안 도로를 따라 숙소로 내려갑니다.


강화도의 바다가 엄청나게 예쁘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화창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참 좋더군요. 스스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습니다. 차가 없는 길 위를 천천히 달리면서 듣는 음악. 그리고 바로 옆으로 보이는 바다와 그 바다 내음(사실은 짠내;;). 뭐 이런 것들이 여행의 기분이더란 말이죠. 이런 기분을 앞으로 한 달이나 더 느낄 수 있다니!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한없이 커지는 드라이브였습니다.



드라이브 중간에 건평포구에서 바다 사진. 역시 서해로군요. 저 더러운 바다색. 그래도 좋더라고요. 그냥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숙소는 말 그대로 논 한가운데 있더군요.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농로를 따라 들어가는데, 이 초보운전자의 심장은 콩닥콩닥. 이러다가 차가 논두렁에 처박히면 어떡하지 콩닥콩닥 내일 다시 나올 때는 잘 나올 수 있을까 콩닥콩닥 아, 누가 봐주면 좋겠네 콩닥콩닥. 그렇게 겨우 펜션 앞마당에 도착. 무사히 주차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회 한 접시 사 오려면 한 15분 나가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럼 그 논두렁을 나갔다가 들어와야 되는구나...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아냐, 오늘은 첫날이잖아. 회 같은 거 먹어줘야 돼.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많이 있을 거야.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나갔다 오자! 라는 호기로운 결론.


그래서 짐을 좀 풀어두고 동막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동막 회 센터에 가서 회를 좀 떴습니다. 안 그래도 입 짧은 제가 혼자 먹을 양이다 보니, 사장님께 '쪼끔만 주시면 돼요. 쪼끔만!'을 외치면서 회를 떴죠. 다시 돌아오는 길이요?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저녁 준비를 하다 보니(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없지만) 노을이 지더군요. 논 한가운데 있는 펜션이라 논 위로 비치는 하늘이 꽤 볼만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는 못했네요.



저녁은 병어회와 밴댕이회. 반주는 강화 인삼 막걸리입니다. 밴댕이회는 처음 먹어봤는데, 고소한 감칠맛이 좋더군요. 병어의 부드러운 질감도 참 좋고. 하지만 입이 매우 짧은 저는... 회를 딱 반 밖에 못 먹었고, 탄수화물과 따끈한 국물이 필요해 라면 하나를 끓여 먹으면서 쏘주를 한 잔 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밤이 지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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