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oos Mar 02. 2020

[WATCHA] 요리 삼대째 (2018)

어쩔 수 없이 자꾸 미스터 초밥왕이 보인다.

왓챠플레이()에서 뭔가 새로 볼 것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요리 삼대째]라는 드라마의 시즌 2가 시작됐단다. 어라? 시즌 1도 아직 안 봤는데 시즌 2가 시작됐다고? 그래서 단숨에 시즌 1, 12편을 정주행. 그런 다음 오랜만에 감상문(?)을 남겨본다. 앞으로 될 수 있으면 내가 보고 읽고 들은 것들에 대해서 예전처럼 부지런히 감상문을 남겨 놓겠다는 다짐과 함께.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제목이다. 원작()의 제목은 [江戸前の旬, 에도마에의 슌]이다. 에도마에란 글자 그대로 보자면 옛 도쿄의 이름인 '에도(江戸)'의 앞(前), 그러니까 에도성(옛 도쿄) 앞의 하천과 바다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어패류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이 재료들을 이용한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초밥을 다루고 있으니까 '에도마에식 초밥'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직역해보자면 '도쿄식 초밥을 만드는 슌' 정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원작 만화가 있는 드라마이고, 해당 만화가 먼저 '요리 삼대째'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도 어쩔 수 없이 그걸 따르기로 한 듯. 그러고 보면 [미스터 초밥왕]의 원제목이 [将太の寿司, 쇼타의 스시]라고 해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을 쓰는 것이 대중에게는 더 익숙할 테니, 저 어색한 [요리 삼대째]라는 제목에 대해서 이해해주고 넘어가기로 했다.



도쿄 긴자에서 영업하는 스시집인 야나기 스시(柳寿司)의 삼대째, 막내아들인 야나기바 슌이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나고, 스시의 세계에 대한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이야기.


여기까지 딱 써두면 배경이 도쿄로 바뀐 것 외에 미스터 초밥왕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심지어 주인공의 외모마저 오히려 원작보다 미스터 초밥왕과 더 닮지 않았나 싶을 정도. 실제로 꽤나 많은 설정이나 흘러가는 이야기의 구조들이 어쩔 수 없이 미스터 초밥왕을 떠올리게 한다. 일류 만을 추구하는 아버지에게 이류라서 무시받는 아들이 이류 재료(?)로 만든 초밥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린다거나, 일에만 빠져있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모두 씌워두고 미워하는 아들이라거나, 연말에 적은 돈만으로 딸에게 초밥을 먹게 해주고 싶다고 부탁을 하니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고 십여 년 뒤에 그것을 갚으러 온 딸을 만나게 된다던가 하는 이야기 구조들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따뜻한 드라마'가 가지는 한계이자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음식을 주제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보면 비슷한 구조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가장 기본적인 서사 구조의 하나고, 연말/연초에는 문화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뭔가 특별한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시기일 테니 그 음식을 초밥으로 표현하다 보면 비슷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약간은 뻔한 변주는 바로 이런 장면. 만담가 선생이 갑자기 극에 개입하면서 시청자에게 정보를 알려준다. 단순하게 '여기서 잠깐!' 하는 식이 아니고 '어라? 슌이 이제 알아차린 걸까요?' 하면서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러운 개입이다. 그리고 에도마에 초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스시나 그 재료에 대한 정보를 약간은 코믹스러운 그림과 함께 알려주는데 그게 꽤 유용하다. 아, 물론 나는 해산물에 대해 관심이 많으니까.


사실 미스터 초밥왕을 거의 외우다시피 읽었기 때문에 저절로 쌓인 스시나 해산물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편이라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아하, 저건 이런 거지'하면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역시나 내가 가진 지식의 양은 한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나에게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



솔직히 이야기 구조나 스토리의 흐름은 좀 뻔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화면 구석구석에 더 신경을 쓰면서 봤는데, 주방에서 어떤 칼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초밥을 먹을 때 손으로 집는지 젓가락으로 집는지, 입에 넣을 때는 샤리(초밥의 밥 부분)가 아래로 오도록 넣는지 네타(초밥의 밥 위에 얹은 재료 부분)가 아래로 오도록 넣는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사람마다 다 다르더라. 젓가락으로 집는 사람도 있고 손으로 집는 사람도 있고, 샤리가 아래로 오도록 먹는 사람도 있고 네타가 아래로 오도록 먹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굳이 좀 더 디테일하게 나눠보자면, 주로 젊은 사람들이 젓가락으로 먹고 초밥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손으로 먹는 느낌적 느낌. 손으로 먹는 사람 중에서 일부 '엄청 전문가스러운 사람'들이 네타가 아래로 오도록 먹는 모습이 보였다.


뭐... 실제로 어떤 방법이 맞고 틀린 건지는 모르겠고, 단지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모습으로만 보자면 그랬다는 얘기다.



사실 별 것 아닌(?)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풀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 자체의 힘이 아니라 닮은 만화인 '미스터 초밥왕'과 '스시'라는 음식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거기에 끝으로 한 가지 더하자면 슌을 사모하는(?) 쇼쿄 역을 맡은 배우인 타나베 모모코(田辺桃子). 말 그대로 순정스럽고 참하디 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출연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슌이 위기 상황일 때 나타나서 천부적인 미각으로 슌을 도와주는 역할.


끝으로 이 드라마에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 : 절대 강추, 무조건 봐야 함!

★★★★ : 기회가 된다면 꼭 볼 것!

★★★ :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 :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은 때울 수 있다.

★ : 굳이 볼 필요 없다. 사실상 비추.


요런 기준으로 봤을 때... 2.5점 정도 되겠다.


흠... 다음부터는 별점을 쭉~~ 매겨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