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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r 15. 2023

나는 나여서 좋았던 적이 더 많았으니까

오늘도 나로 잘 버텼지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었던가, 분명히 살면서 지금보다 더 슬플 날은 없었을 거야라고 했던 그날이 생생히 기억나는데도, 그 감정은 오늘만큼 기억이 안 나서 오늘이 제일 슬픈 오늘이다.

인생에 가장 슬펐던 오빠가 떠난 날이, 슬픈 오늘 '왜 오빠는 없는 거야' 슬픔을 가중시키고 만다.


아버지대신 회사를 운영하면서

재판은 2개 4개 8개 10개가 훌쩍 넘어버렸고,

경제적인 부분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시절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할머니까지 돌아가셔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우리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창업주 셨기 때문에, 할머니 대신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고 복잡하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압박과 불안, 고통 같은 거.

문제는 이렇게 지나온 시간들이 2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긍정 긍정 초긍정이어서 버티고 또 버텼건만 3년 차에 접어드니,

웬만한 일에 무뎌진 게 아니라,

왠 걸

좌절에 무뎌지기까지 한 내가 서글퍼지는 2023년 봄.

어떻게 좌절이 습관처럼 느껴질 줄이야.


그나마도 며칠을 헤매다 (정말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놈의 초긍정으로 다짐이나 하려고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는지

좋아하는 술마저도 먹고 싶지 않아 긴긴 밤을 얼마나라도 채우려고 글을 쓰려는건지

오늘의 고달픔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려는건지...아마 3가지 이유 모두인 것 같다.


언제나처럼 나는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럴 일은 없을 거지만

운전하며 음악대신 유튜브에서 죽고 싶을 때 듣는 영상, 좌절할 때 듣는 영상, 우울증 극복 등을 찾아 듣고는 위로를 얻고 영상이 끝나면 단 몇 초의 틈도 허용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영상을 튼다.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고 위로받는다. 정말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서.

모르는 서로에게 힘을 주는 그 글들을 보고.


울지 않는다. 울면 멈출 수가 없다.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
슬퍼하지 않는다. 슬프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럼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을 것 같다.


어쨌든 그러한 날들이다.

모든 것들이 끝나 이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왜 나만 이렇지?라고 생각하다가,

그럼 주변에 누군가와 삶을 바꾸고 싶다면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나 생각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내가 그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그들로 살아보지 못해서 모르니까.

그러면서 들었던 결론이 중요했다.


삶은 지긋지긋하지만


나는 나로 살아서 좋아던 적이 훨씬 더 많았다.

자책한 날도 많고 부족한 날 탓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한 적도 많았지만

결국 나는 내가 나여서 더 좋았던 적이 더 많았음을 깨달았다.

좋았다면 열심히 사는 게 낫겠지.


내가 잘 나서는 아니었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부단히 도 노력했고,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나여서 좋았던 적이 많았으니까.

여전히 그러하니까.


며칠전에는 24시간 중 1초도 웃을 만한 일이 없었는데 오늘 이 깨달음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이틀은 못 버티니, 내일은 또 내일 버틸 힘을 찾아야지.

투정 같은 글은 오늘로 집어치우고 삶을 지탱하는 '힘'에 대한 글을 써나가야겠다.


+

나는 나여서 살아갈 날들이 더 좋을거라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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