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구질구질은 하지 말자, 그럼 알록달록하게.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연말이면 설레고 새해면 다짐을 하는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많은 것을 놓쳤다. 이런 연말과 새해는 또 처음이어라.
2022년의 새해다짐을 보니,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결심을 하더니 결국 6개의 글밖에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일기야 많이 썼지만, 글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꽤 큰 것이기에
공공연 하게 쓰지 못했나 보다.
아픈 일들도 많았고,
치매에 걸리셔서 나를 기억 못 해도 존재만으로 버팀목이셨던 할머니는 두 달 전 돌아가시고 새해는 좀 어두웠고 슬펐고 좀 그랬던 날들이 지나고. 누군가는 내 맘을 몰라줬다 생각했고, 어쩌면 마음도 가난했고. 그래서 풍성한 글도 쓰지 못했고.
그래도 2023년의 열흘째 되는 날, 다시 글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감사하게도 인복이 많다고 스스로는 인정하고, 그 사람들에게 에너지도 얻고 서로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그렇게 싱숭생숭하게 살아간다.
싱숭생숭.
갈피를 못 잡는 모양.
그 얘기를 듣고는 문득 아, 우리는 다들 싱숭생숭하네라고 생각했고
며칠 전 내 삶이 초라해 구질구질하다고 느꼈던 때가 생각나면서
나는 싱숭생숭했지, 구질구질하지 말자 생각했다.
나만 구질구질하다고 투정을 했나, 다들 각자의 사연으로 싱숭생숭 살면서도 나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내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싱숭생숭:
1. 마음이 갈팡질팡 하는 모양
구질구질:
1. 상태나 하는 짓이 깨끗하지 못하고 구저분 한 모양
2. 날씨가 맑게 개지 못하고 비나 눈이 내려서 구저분한 모양
국어사전을 좋아한다.
그 뜻을 찾다 보면 내 마음이 명확해진다.
나는 싱숭생숭한 거구나, 내 상황이 어려운 거지 나는 구질구질하지는 않다.
늘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는 거니까.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밴드는 '알록달록'이라는 노래를 부르고(알록달록 입맞춤, 시 시뻘건 춤사위
원하는 걸 줄 테니, 솔직한 걸 말해줘)
요즘 혼자 있는 밤이 싫어 봤던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에는 '알록달록'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스포는 더글로리, 화제 될 만하다!)
올해의 단어를 정했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고르지는 못해도 알록달록하게 살아야지
싱숭생숭 구질구질은 눈에 잡히지 않아도
알록달록은 선명하다.
2023년은 더 알록달록하게.
문득 초록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