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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밍 Jun 29. 2021

적당히 눈치가 없어야만 회사생활이 훨씬 편하다

2. 30대, 그 어정쩡함

나는 눈치가 빠르다.


눈치가 진짜 빠른 사람은 눈치가 없는 척을 한다는데 자칭 타칭 나는 그런 사람이다.

회사에서 듣기 싫은 소리는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흘려버리는 척하는 나를(속으로는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이다) 상사는 의지가 없고 의욕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할 정도이다.


얼마 전 만난 친한 동생은 정말 요즘 사람 같지 않게 한 번도 회사에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 언니가 “너는 왜 한 번도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스트레스받는다는 이야기를 안 해? 네가 이상한 앤 거 아니야?”라고 물어볼 정도라고 한다.


너무나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때 한 편의 에피소드를 듣고 그럴 수 있다 바로 인정하였다.


비염 수술을 위해 연차를 쓰고 온 동료에게 “이제 숨쉬기 편하겠어요!” 라며 해맑게 안부 인사를 건네자마자 다른 동료가 정색을 하며 “ㅇㅇ씨, 일부러 비꼬아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한 동생은 “지금 콧대가 남산만 하게 높아졌는데 알고도 일부러 그런 거죠?”라는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고 나서야 눈치를 챌 수 있었단다.


남산만 하게 콧대를 높여 성형수술을 하고 온 동료에게 곧이곧대로 비염 수술을 한 것으로 믿어 줄 수 있는 적당한 눈치 없음이 그녀의 스트레스 제로 비결이었다.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몇 년 동안 룸메이트였던 언니의 쌍수를 눈치채지 못한 그녀다.


상대의 감정 변화와 말속의 숨은 뜻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인간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기만 하다.


조금은 더 해맑게 조금은 더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해보아야겠다. 그래도 뒤에 감춰진 속내가 읽히겠지만 애써 외면해봐야지


사원증이 아니라 개목걸이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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