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민 간식 뽀라(Porra)를 아세요?
웃기고 비장한 각오로 마드리드까지 혼자 잘 왔고, 호스텔에서 맞이한 생일밤도 담담하고 은밀히 보냈다. 그렇게 이 정리여행의 매 순간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흘러가고 있다. 내 마음이 좀 무거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일단 돈이 부족해!!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이 그리워!!! 누가 대파에 어묵이랑 풋고추 좀 확 때려 넣어주세요ㅠ. 팔도 비빔장 소스와 라면 스프를 가져왔는데, 생각만큼 먹을 환경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던 그 지역의 문화를 즉각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 ‘음식’이라더라. 한 그릇에 담긴 식재료, 칼 맛, 불 맛, 향기와 정서는 여행자에겐 뼈와 살이 되어 경험으로 각인된다. 가격대비 성능이 빛나는 혜자 음식, 유명 레스토랑과 셰프의 음식, 지역을 특산물들을 찾아 블로그와 SNS, 해외 사이트 평점까지 열심히 뒤진다. 여행의 경험과 추억은 물론 광활한 자연, 명소, 액티비티들로 남길 수 있지만 그날 먹은 음식의 성패에 따라 기분이 뒤바뀌는 경험은 한 번씩들 있을 거다. 그래서 우리는 겨우 얻어낸 보물 같은 휴가 기간 동안 낯선 곳에서 맞이할 실패를 줄이기 위해 그놈의 ‘OOO 맛집’을 찾아가지 않는가? 하지만 인간의 취향은 다양하고 미각과 후각 역시 제각각이라 힘겹게 찾아간 곳이 맛도 없고 서비스까지 별로라면 내 돈 내고 개 같은 기분을 만끽하는 자학의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비교적 길지 않은가?!! 음식에 관해서 만큼은 실패할 시간도 성공할 시간도 듬뿍이다. 다만 떼돈을 들여가며 정찬을 먹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수는 없는 노릇, 곤궁한 정리여행자(=배낭여행자)의 신분에 딱 들어맞는 메뉴가 있다면 ‘분식’일 것이다. 이번 정리여행을 준비하며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쭉 나열한 일종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영화던가, 책이었던가 스치듯 보며 웃었던 말이,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 써 두고 죽으면 땡이라는 것. 지금 내 상태에 맞는 버킷리스트를 적어 내려가 보았다. 그러자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전환할 작은 오아시스로 추로스 대 탐험이 떠올랐다. 스페인, 이 땅에 존재하는 값싸고 양 많고 집집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어느 동네에나 파는 분식 메뉴! 국민간식 추로스(Churros, 츄러스)가 있었다. 나는 이번 정리여행-마드리드 드림-을 통해 <마드리드 추로 오아시스>라는 주제로 추로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기로 했다.
※ 여기서 잠깐, 알파벳 Churro는 스페인 표준어 발음으로 ‘추로’, 국립국어원 표준어 발음도 ‘추로’로 표기되고 있다. s는 복수의 표시니 영어식 발음이 고착화되면서 츄러스 가 된 것 같다. 자장면과 짜장면처럼.
미쇼의 < 마드리드 추로 오아시스 > 개봉박두 !
상점 이름 및 표기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였으며 특정 단어들은 스페인 현지 발음을 최대한 살려 표기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왜 단 한 개만 뽑아야 하나! 닭, 감자, 꽈배기, 콩국수, 떡볶이, 순대, 선지, 감자탕,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가 줄줄 떠오른다. 특히 꽈배기는 최근 마드리드로 오기 전까지 ‘1일 3꽈’를 수행할 정도로 매일같이 먹었다.(2천원에 3개니까요.) 서울에서 막 이사를 마친 집을 반경으로 도보 1~3분 이내 꽈배기 맛집이 3개나 있어서 번갈아가며 매일 챙겨 먹는 재미를 톡톡히 즐겼다. 그리고 여기, 이 곳, 스페인은 추로의 나라가 아닌가!! 나의 꽈배기 사랑은 에스빠냐에선 서양 꽈배기 추로스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쫀닥한 추로(스페인 사람들은 ‘추ㄹㄹ로’라 발음한다) 한 입을 베어 물고 입 속에 적당히 퍼지는 기름과 함께 “끔야끔야~”하는 씹감(식감X, 순수 저작 활동 씹는 감각)을 만끽할 때 “에스빠냐로구나!!” 하는 기분이 드는데, 마드리드에 와서 직접 경험해보니 이 곳 사람들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친숙한 별 모양의 추로 말고 ‘뽀라(Porra, 역시 ‘뽀ㄹㄹ라’로 발음한다.)’라는 걸 압도적으로 즐겼다. <마드리드 추로 오아시스> 수행 목표로 ‘1일 1일 추로!’라고 노트에 써 내려가면서까지 새로운 추로스 전문점 ‘추레리아스(churrerías)’를 뚫기로 했는데, 그 과정 속에 만나게 된 ‘뽀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야말로 제3의 눈을 개안시킨 오오오, 뽀라여! 빵님을 사랑하는 중독자는 기뻐 웁니다.
일단 바르셀로나에 갈 때마다 무섭게 흡입했던 추로스 전문점 <츄레리아(Xurreria)>를 예로 들면,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말발굽 모양의 추로가 있겠다. 왕따시만한 기름 솥에 별 모양 짜개를 이용 해 수직으로 반죽을 뽑아내는 즉시 말발굽 고리 모양으로 말아 형태를 잡고 떼어내며 기름 솥에 투하시킨다. 튀겨 낸 후 손님에게 담아주면서 설탕을 뿌려 주는 방식이 우리네 꽈배기와 동일하다. 반면, 뽀라는 어마어마한 기름 솥으로 반죽을 투하하는 건 같지만 제조 방식이 다르다. 우선 반죽이 다르다. 추로는 보통 밀가루, 물, 소금으로 반죽하고 고급진 식감을 위해 우유나 버터를 끓여 반죽하기도 한다. 뽀라는 밀가루, 물, 소금과 베이킹파우더가 첨가된다. 그래서 공기층이 생겨 열을 받으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단면을 잘라 보면 성글게 조직되어있다. 기름 솥으로 반죽을 투하하기 전, 기름 솥에 도구를 넣어 원형을 그려가며 둥그런 물결을 만들어준다. 동시에 수평 또는 수직 상태에서 반죽을 끊지 않고 원형으로 똬리를 틀어가며 기름 솥의 지름을 다 채울 만큼 둥글린다. 반죽이 서로 붙지 않게 계속 톡톡 쳐주며 앞뒤로 익힌다. 다 튀겨낸 후 칼이나 가위를 이용해 일정한 크기, 무게로 잘라 판매한다. 아무것도 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반죽의 맛과 튀김의 질감으로 승부하는 몰캉바삭한 ‘튀긴 빵’이다.
※ Xurreria : 바르셀로나 Liceu(리쎄우)역 Ferran거리와 La Ramblas 쪽 대표 추로스 집 ※
마드리드 사람들은 아침으로 가볍게(?) 초콜릿과 뽀라(Chocolate Y Porra, 초콜라떼 이 뽀라)를 먹는다. 대낮에 추레리아에 가면 관광객이 많지만 이른 아침 혹은 출근시간 카페테리아와 추레리아에 현지인들이 많이 앉아있는 이유다. 오밤중에 클럽이나 공연장이 있는 번화가에 가면 24시간 추로스집 들이 있는데, 그곳엔 스페인 젊은이들이 해장을 위해 가득가득 테이블을 채운다. 우리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라면 같은 소울푸드인 것이다. 근데 잠깐, 초콜릿과 뽀라라고? 그렇다. 완전히 녹인 꾸덕꾸덕 뜨끈한 초콜릿에 뽀라나 추로를 찍어 먹는다. 본능적으로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묻혀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드리드는 뽀라도 추로도 많이 짜다. 반죽 자체에 염도가 높아 단독으로만 먹으면 짠 튀김옷을 씹어대야 한다. (나는 이미 적응이 끝나서 그렇게 즐기고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낯선 감각일 수 있으니 꼭 초콜릿과 뽀라 또는 추로를 같이 드시길 바란다. 단독으로 즐겨도 좋지만 같이 먹으면 더 좋다는 말씀. 결국 단짠단짠이 마약적인 거다. (지금 이 순간 생각만으로도 턱이 뻐근하게 침이 고이는데, 누가 제발 떡볶이 국물 좀 입에 넣어 주세요....) 위에서 말하는 초콜릿이란 초콜릿 또는 초콜릿 파우더를 우유에 아주 진하게 녹여낸 초코 소스, 진액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스페인어로 초콜릿은 ‘Chocolate(초콜라떼)’라고 표기하고 발음한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마시는 ‘핫 초코 라테(Hot Chocolet Latte)’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 꿀떡꿀떡 마시지 말고 꼭 찍어먹자. 물론 입천장과 식도를 화끈하게 데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
※ 스페인어로 우유는 Leche(레체)로 표기한다. 카페라테는 ‘까페꼰레체cafe con leche’가 된다. ※
그리하여 엄선한 마드리드 추로와 뽀라의 전문점 정보를 살포시 정리해 본다. 그동안 무수히 방문하고 발굴한 곳 중 언급할 가치를 가진 3곳을 추려 보았다.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명소, 생활의 달인 느낌 물씬 나는 숨은 곳도 포함했다. 기왕 마드리드 추로와 뽀라의 모르모트가 되기로 했으니 체류기간 동안 계속 새로운 곳을 뚫으며 몇 곳 더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주에 말라가에 다녀왔는데, 이쪽은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이러나저러나 입맛과 경험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이 글을 보시고 방문 혹은 비방문을 결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일기예보처럼, 참고만 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마드리드의 추로와 뽀라 전문점-추레리아-에서는 순수한 ‘튀긴 빵’으로서 추로와 뽀라를 판매한다. 설탕은 뿌려주지 않는다. 갓 튀겨낸 몰캉바삭한 꽈배기를 설탕 없이 그냥 먹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뜨끈한 초콜릿 또는 커피 등을 함께 주문하면 개인 기호에 맞춰 가감하라고 설탕을 주거나 테이블에 설탕이 배치되어있기는 하다. 그것을 이용해 설탕을 뽀라나 추로에 뿌려 드시면 될 것 같다. 그러니 안 준다고 화내지 말자. 문화의 차이니까. 나의 경우에는 늘 ‘초콜라떼 이 뽀라스(초콜릿과 뽀라)’ 한 세트와 ‘까페 꼰 레체(카페라테)’를 짝꿍으로 주문해 먹는다. 세트로 주문한 뽀라는 크기와 굵기에 따라 보통 2-5개 사이로 나온다.
초콜라떼리아 산 히네스 (Chocolatería San Ginés)
일단 마드리드 추로의 기둥이라 평가되는 빛나는 역사와 관록의 <산 히네스(San Gines)>. N포털 검색해보면 여러 정보가 나오는, 현지인과 자국 내 관광객, 전 세계 관광객이 줄 지어 찾는 명소다. 24시간 영업하고 한 골목이 다 ‘산 히네스’화 되었을 만큼 거대한 곳이다. 1800년대 게스트하우스로 시작 해 초콜릿 전문점, 추로스와 뽀라 전문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만큼 추로, 뽀라, 초콜라떼 모두 다 맛은 수준급이다. 회전율이 엄청나니 재료를 다루는 기술도 좋다. 하지만 명소로써의 공간적 체험을 제외한다면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께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아까는 일기예보로 생각하라며!!). 진짜 더럽게 바쁜 이곳은 직원들의 피로도가 엄청난 나머지 국경을 초월하고 손님에게 무례함을 초콜라떼처럼 줄줄 흘리고 있다. 내가 지금 말을 아껴서 하고 있는데.., 씨 발라둔 수박을 뜨거운 초콜라떼 한 사발과 같이 말아 가득 처먹이고 싶은 그런 심정이랄까? 유럽여행이 처음도 아닌, 관대한 마음으로 장소들과 사람들을 생각하는 내가 이 정도로 표현한다는 건 꽤나 심각한 거다.
초콜라떼리아 발로르 (Chocolatería Valor)
두 번째 명소는 <발로르(Valor)>. 산 히네스를 가기 전, 그러니까 마드리드에서 만난 첫 뽀라와 추로, 초콜라떼 전문점이 발로르였다. 유럽에서 가장 드넓다 하는 레티로 공원을 걷기 전, 전의를 다지는 마음으로 뽀라를 먹으러 발로르 레티로점에 들렀다. 마트나 슈퍼마켓, 백화점에 가면 같은 상표의 초콜릿들이 가득 진열된 걸 목격하고 믿음이 생겼다. 그만큼 매장에 직접 방문한다면 생 초콜릿, 판 초콜릿, 초콜릿 파우더 등 다양한 초콜릿 가공 상품도 만날 수 있다. 레티로 공원 외에 솔 광장 인근 등에 여러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레티로점에서는 후덕하고 성격 좋아 보이는 점원이 컬러 사진으로 된 메뉴판을 챙겨주었다. 스페인어를 모르더라도 사진을 보며 주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주문을 마치니 다른 점원이 뽀라를 튀기기 시작했다. 산 히네스의 초콜라떼보다 농도는 살짝 묽고 당도는 낮았지만 초콜릿의 맛은 진했다. 뽀라의 굵기는 발로르가 좀 더 얇아 한입 씩 베어 물기 부담 없는 크기였다. 그리고 매장 내 정수된 물을 손님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해 두었다. (마드리드의 수돗물만큼은 스페인 한국 문화원과 마라비야스 시장의 서울식품 사장님의 전언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점원들도 나도 유창한 영어는 서로 불가하지만 보기 속 시원한 사진 메뉴판, 점원의 경력과 짬의 바이브로 손님이 주문할 준비가 됐는지, 다 먹었는지, 뭐 필요한 건 없는지 파악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추레리아 뻬삐따 (Churreria Pepita)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한국이라면 생활의 달인에서 바로 취재해 갈 법한 동네의 숨은 명소 <추레리아 뻬삐따 (Churreria Pepita)>에 대한 찬양 한 사발을 늘어놓겠다. 역대 스페인에 체류한 모든 기간 그리고 1개월의 마드리드 생활을 종합해 인생 뽀라와 감자칩을 만난 곳이다. 앞의 잡소리를 모두 견디고 이곳까지 당도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첫 숙소였던 호스텔 ‘파 홈 베르나베우’가 인접한 지하철 1호선(하늘색 노선) 에스뜨레초(estrecho) 역에서 아주 가까운 추레리아이자 즉석 감자칩(빠따따스 프리따스, Patatas Fritas)도 파는 곳이다. 일단 가격이 레알 ‘혜자’고 손으로 반죽해 발효시킨 우리의 꽈배기에 견줄 만큼 쫀닥거리는 감각이 끝내준다. 산 히네스와 발로르에 비하면 반죽 자체의 짠맛은 적고, 크기는 위압적으로 큼지막한데 기름기도 적게 품고 있다. 단, 초콜라떼는 같이 판매하지 않아 맨 입에 막 뜯어먹어야 한다. 근데도 좋다, 무이 비엔!(Muy Bien, 스페인어로 너무 좋다, 옳소, 잘했다 등 감탄을 담은 마법의 단어) 근처에 디아, 까르푸, 딜즈 등등 슈퍼가 많으니 초코 소스 하나 사 곁들여 먹음 핵꿀맛 넘사벽 JMT!! 티센 보르네미서 미술관(Thyssen-Bornemisza Museum)에 가던 날 역시, 긴 관람에 대비해 전의를 다지고자 미술관 앞 뜰 멋진 대리석 의자에 앉아 완뽀하고 들어갔다. 구매 후 약 한 시간 가량 비닐봉지 안에서 뜨거운 숨을 내쉬고 있었음에도 ‘겉바속촉’과 함께 쫜득쫜득한 식감, 공기층을 유지하다니, 크와왕. 이런 뽀라 처음이야. >.< 떠올리니 또 배고파. 어쨌든 무엇인가 먹을 때 순수한 맛, 모든 옵션에 Plain을 우선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추레리아 뻬삐따에서 함께 판매하는 감자칩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국에 보니야(Bonilla) 등을 비롯한 스페인 감자칩이 절찬리 판매중이고 이미 몇 깡통 사 먹은 경험에 비추어보아 무조건 현지 생산 제조가 갑이다. 산 넘고 물 건너오는 것과 비교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이 집의 감자칩은 비교할 바 없이 좋다. 마치 습자지처럼 얇게 자른 감자를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튀기는 걸까? 짭짤한 염도도 너무나 잘 맞춰졌다. 물론 짠맛 안 짠맛 구분 해 살 수 있다. 1Kg에 4유로. 500g에 2유로 100g에 1유로. 성스러움이 바사삭 흘러넘친다. 크사삭콰사삭빠샤삭 소리도 섹시하다. 이 곳에선 쌀모레호(Salmorejo)라고 하는 냉토마토스프에 곁들여 먹고 있는데, 한국 가면 밤마다 생각나겠지? 떡볶이에 찍어먹고 싶어지겠지?? 있을 때 많이 먹어 둬야지. 한국 갈 때 튀김 기술이라도 배워갈까 싶다.
미쇼 씨의 광분을 느끼셨다면, 여러분이 마드리드에 가실 일이 있다면, 반드시 에트로초의 추레리아 뻬삐따에 가보시기 바란다. 산책 중 동물적 감각으로 이곳을 찾아낸 후 몇 번을 가보려고 벼르던 집이다. 한국의 블로그나 매체에 단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곳이라 내심 이 집을 찾아냈다는 자부심도 있다. 영업시간은 중간에 씨에스타가 있으므로 잘 맞춰서 가셔야 한다. 뽀라나 추로는 아침시간에만 판매하므로 그 역시 잘 챙기셔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장인 베르나베우에 간다면 감자칩 1킬로 한 봉다리 쯤 들고 가셔야 한다. 가깝다는 얘기다.
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이 곳에 당도했다. 위치는 역 출구 나오자마자 대로변에서 고개를 싹 돌리면 보이는 곳이라 찾기도 쉽고 안전한 곳이지만, 처음엔 씨에스타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맞춰서, 두 번째엔 시간도 잘 맞춰 갔는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느닷없는 집시 약쟁이 무리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아시안 우만, 껌 껌’ 하면서 손가락을 곱실곱실 거렸기때문이다. 기겁하고 자리를 피해 기다렸지만 며칠간 모습을 보였던 내 동선을 파악한 건지 에스트레초 역 부근에서 놈들이 버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다시 생각해도 억울. 왜 추로를 향한 내 앞을 막고 지랄이니. 용서하지 않겠다.
어쨌든 지금도 크게 떨어진 지역만 아니라면 이곳을 찾고 있다. 점원 언니와 할배들이 활짝 웃어주면 나도 기분이 너무 좋다. 내 닉네임 미쇼는 순우리말이자 옛 언어로 웃음 짓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이곳과도 참 잘 어울리는 근사한 단어 같고, 그래서 내가 더욱 이 집을 찾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