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주말 아침,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창밖에선 새가 지저귀고,
멀리 선 오가는 차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까지 겹치면서
고요한 집 안이 조용히 숨을 쉰다.
주말 아침엔 늘 우렁총각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알아서 돌아가는 것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책을 읽을까,
그냥 이불속에 더 파묻혀 있을까.
커피를 내릴까,
아니면 창밖만 멍하니 바라볼까.
딱히 큰일은 아니지만,
그 조그마한 망설임 안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느 쪽을 골라도 괜찮은 아침.
그 느긋함이 좋다.
오늘도 큰 계획은 없지만,
이렇게 시작하니까 하루가 좀 덜 버거울 것 같다.
살다 보면 꼭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는 게 왠지 죄짓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주말 아침만큼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
그게 나를 살린다.
소소한 행복은
거창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런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슬쩍 스며드는 거야.
그리고 잊지 말자.
이 모든 여유가 가능했던 건,
'흑돼지'라 불리는,
365일 춥든 덥든 늘 나시와 반바지를 고수하는
우리 집 우렁총각 덕분이다.
말없이 세탁기를 돌리고,
쓱~ 설거지까지 해놓고는
쿨하게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그 모습.
참 잘생겼다.
오늘도, 여전히.
고마워, 우렁총각.
당신 덕분에
나도 오늘, 그냥 쉬어도 되는 사람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