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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정보

개딸솔이 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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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 ・ 수기
  • 반려동물
개딸솔이
이런분께 추천드려요! 반려견에 관심있으신 분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분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분
라이킷 수 7
브런치북 소개

어쩌다 반려인이 되어 개와 가족이 되기까지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를 키우는 일 년 동안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개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려인 가구 1400만 시대를 맞아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은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도 주인만 따르는 배타적인 충성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다른 개들과 어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21세기형 사회적 동물로 변모해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반려 생활에 이 글이 작게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응원한 댓글 6
자유로운 집콕맨
최옥연
등대
등대, 최옥연 등 6명이 응원
Release date. Feb 14. 2024
01
1화 남편의 늦둥이 딸
1화 남편의 늦둥이 딸

느지막이 딸을 얻으면 저렇게 예쁠까요? 늦둥이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저는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짐작이 어렵네요. 제가 아빠가 아니라서 그럴까요? 가슴에 담긴 사랑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제 딸이 아니라 남편의 딸이라서 그런 걸까요? 남편은 데리고 들어온 딸한테 푹 빠졌습니다. “어구구, 내 딸. 아빠 기다렸어?” 나긋나긋하다 못해 죽처럼 푹 퍼진

02
2화  3개월의 시한부 동거
2화 3개월의 시한부 동거

일요일 오후입니다. 남편과 함께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언제나 둘이 다녔는데 이제는 강아지까지 셋이네요. 비탈진 언덕에서 바라다보니 겨울 햇살이 강물의 등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무엇이 즐거운지 햇살은 반짝이는 웃음소리를 울근불근한 강물의 등살에 뿌리고 있었고요. 바로 옆에서는 강아지가 겁먹은 표정을 아빠의 가슴에 묻고 있었습니다. 그런 강아지에게 남

03
3화  오빠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3화 오빠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개딸 안부부터 묻네요. “솔이는 잘 있나?” 평소 같으면 부산스러우면서도 들뜬 목소리일 텐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습니다. 목이 메는지 남편이 헛기침했습니다. 제가 임시보호자로서 솔이를 맡은 지 이레째라 새삼스럽게 목이 멜 까닭이 없을 텐데요. 목이 메기로 따지자면 제 목이 더 메야죠. 똥오줌에, 이리저리

04
4화  개털과 아버지
4화  개털과 아버지

솔이는 배냇털갈이 중입니다. 털이 하도 하도 날려서 알아보니, 생후 3~4개월이 되면 강아지는 견생 첫 털갈이를 한다네요. 덕택에 저는 인생 첫 털폭탄을 경험했습니다. 저 조그만 몸뚱이에서 떨어지는 털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까지 경험한 털은 털갈이로 경험한 털에 비하면 앙증맞은 애교였습니다. 저는 이제야 이해했어요, 왜 많은 보호자가 강아지 털을 바짝 깎아

05
5화 남자보다 반려견
5화 남자보다 반려견

붉은 고향을 떠나 푸른 강변으로 놀러 온 햇빛들이 마른 잔디 잎에 앉아 한가롭게 발을 까닥거리고 있는 오후. 목줄을 풀어주자, 솔이가 신나게 달려가네요. “안녕? 안녕? 안녕? 안녕하세요?” 사람하고는 한 사람씩, 개 하고는 한꺼번에 인사하는 솔이와 달리 저는 개 하고는 한 마리씩, 사람하고는 한꺼번에 인사했습니다. 그런 후 솔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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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아름답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
6화  아름답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

순리대로 봄이 왔어요. 지난가을의 낙엽은 썩어서 거름이 되었고, 민들레가 꽃을 피웠어요. 민들레꽃 향기를 맡는 솔이의 까만 코가 벌렁벌렁했어요. 노란 민들레꽃에서는 노란 향기가 날까요? 민들레꽃 향기를 요리 맡아보고 조리 맡아보던 솔이가 꽃잎을 이로 깨물어보았어요. 좋은 향기가 나니 좋은 맛이 날 거라고 짐작한 걸까요? 이마를 찌푸린 솔이가 혀를 날름거렸어

07
7화  너를 처음 본 순간
7화  너를 처음 본 순간

개를 키우면서 읽게 된 책(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클라이브 D.L. 윈 지음, 진행선 옮김, 현암사, 2020)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같은 방에 있는 다른 개들과 달리 제포스는 짖는다기보다 낑낑거렸고, 케널에서 꺼내놓자 우리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배를 보이며 벌렁 드러누워 버둥대면서 절박하게 오줌까지 지렸다. …

08
8화  강변의 금쪽이들
8화  강변의 금쪽이들

처음에 저는 강변 잔디밭이 아름다운 이유가 사랑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개를 향한 반려인들의 사랑. 이 사랑이 기쁨을 낳고 웃음을 낳고 친절을 낳아서 강변 잔디밭이 귀한 금빛으로,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철철이 색깔을 입는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강변 잔디밭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 뒤에 단호함이, 꿋꿋함이, 끈질김이 버티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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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개들의 언어
9화  개들의 언어

가린의 쾌유를 빌며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길을 저와 솔이 단둘이 걷고 있었죠. 어두워가는 하늘가는 묽은 남빛이었고요. 하늘 가운데는 붉은빛이었어요. 붉은빛은 시나브로 남빛으로 변하고 남빛은 가로수 위에 내려앉고 있었어요. 서로 닮아가는 하늘색과 가로수 아래 우리도 남빛으로 물들어갔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작지만 또박또박한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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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똥 먹지 마
10화  똥 먹지 마

“선생님, 우리 개가 비만인지 좀 봐주세요.” 저는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묻습니다. 묻고 나서는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또 비만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서요. 이 전에 갔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말했습니다. “솔이는 비만이에요.” “예에?” “5kg 안팎이 적정 몸무게이니 당장 살을 빼세요. 정 힘들면 적어도 6kg 초반 선은 유지해야 해요.” 제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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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개가 나누는 사랑
11화  개가 나누는 사랑

솔이는 현관문 앞을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잠시 후 현관문을 보고 앉습니다. 가만히 기다립니다. 그러다 거실로 와서 이불 위에 엎드립니다. 발을 핥다가 창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그때 창밖에서 자동차 후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띠, 띠, 띠, 띠. 솔이가 발딱 일어나서 달려갑니다. 현관문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아무리 왔다리 갔다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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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삶의 변곡점에 서서
12화  삶의 변곡점에 서서

코코의 행복 그래프 우리 삶에는 변곡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가끔 우리를 찾아오죠. 저에겐 개를 입양한 일이 그중의 하나였어요. 그 후로 제 삶은 참 많이 변했죠. 저는 이제 검정 옷을 피합니다. 개털 때문에요. 개가 오기 전 저는 미니멀리스트였어요. 정해놓은 옷 색깔과 스타일이 있었죠. 그런데 이것이 개털과 정면충돌을 일으켰어요. 하얗고 짧은 솔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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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명견과 맹견
13화  명견과 맹견

며칠 전에 개 물림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해 개는 녹지공원 옆 한 주택에서 기르는 진돗개였어요. 집을 탈출해 녹지공원을 배회하다가 한 여성을 만났대요. 그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 비숑 프리제와 함께 산책 중이었고요. 먼저 진돗개는 비숑 프리제에게 달려들었어요.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 비숑 프리제를 안았죠. 그러자 진돗개가 여성에게로 달려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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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개를 사랑하는 방법
14화  개를 사랑하는 방법

강변 잔디밭에서 젊은 여자 셋이 소풍을 즐기고 있어요. 햇볕은 따사롭고 그녀들은 즐거워 보여요.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불어오네요. 개들의 눈에도 그래 보이나 봅니다. 자꾸만 옆으로 가서 알짱거려요. “솔, 솔, 이리 와~.” 솔이가 귀를 펄럭이며 달려와요. “아유, 잘했어~.” 잠깐 한눈파는 사이 솔이가 또 거기 갔어요. 이번에는 다른 개들하고 같이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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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하양이와 까망이
15화  하양이와 까망이

여느 때처럼 그녀와 그녀의 반려견들은 강변을 걷고 있었어요. 강변 옆 파크 골프장에선 어르신들이 파크 골프를 치고 있었고요. 그때 갑자기 파크 골프장 쪽에서 고함이 들렸어요. 처음에 그녀는 뭔 소린가 했어요. 그 소리가 자기한테 하는 소린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요. 원체 지방색 짙은 말투여서 선뜻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요. 그녀가 고함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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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똥이 어디로 갔을까
16화  똥이 어디로 갔을까

저는 느티나무 아래 땅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근데 보이질 않아요. 오랫동안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네요. 허리를 쭉 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헐렁해지는 나뭇잎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는지도 모르니까요. 잠시 눈에 쉼을 주고 나서 다시 낙엽을 들여다봅니다. 매의 눈으로 낙엽과 낙엽 사이를 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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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멍생일잔치
17화 멍생일잔치

개는 상팔자 부모는 개팔자 솔이의 첫 생일이 다가왔어요. 강변 잔디밭에는 솔이 또래 개들이 몇 있는데 그중에 구름이가 가장 먼저 생일잔치를 했어요. 일주일 전에 구름이의 생일잔치 동영상이 단톡방에 올라왔어요. 동영상에서 구름이는 분홍색 고깔모자에 HAPPY BIRTHDAY라고 쓴 턱시도를 하고 있어요. 아유, 귀여워~. 구름이 앞에는 분홍색 케이크가 있고요. 그 분홍색 케이크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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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의 베프
솔이의 베프

어제는 바람이 몹시 날카로웠는데 오늘은 퍽 순합니다. 어제보다는 강변 잔디밭에 산책 나온 개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붉은 개 모찌도 나와 있겠죠. 이주 전에 모찌 언니가 수줍게 말했습니다. “솔이는 모찌의 베프예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모찌는 솔이를 제일 좋아해요.” “아, 예.” 저는 대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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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장군이
19화  장군이

죽음으로 가는 길 제 이름은 장군이에요. 골든 레트리버고요. 나이는 13살이 다 되어가고요. 어린 시절 저는 외로웠어요. 가까운 곳에 친구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거기다 사람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제 덩치 때문에요. 앞집 할머니는 이렇게 항의했어요. “어떻게 이런 개를 아파트에서 키워? 정 키우고 싶으면 주택으로 이사를 가든가!” 산책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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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장군이 아빠
20화 장군이 아빠

사랑하는 반려견 떠나보내기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의 꺼져가는 눈빛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함께 했던 12년 하고도 11개월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그 순간들을 지날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시간이 너무도 짧은 것 같습니다. 이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다면 진즉에 부탁해 볼 걸 그랬습니다. 이별에게, 이슬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슬을 밟고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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