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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개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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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se date. Mar 03. 2025
01
빗자루

며칠 전 그릇을 깼다. 싱크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냈으나 놓쳤다. 스텝 스툴(주방 보조 사다리)을 옆에 두고 나는 왜 그랬을까? 청소기를 돌리기에도, 손으로 줍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늘 사용하던 청소도구들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베란다 구석에 세워진 빗자루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쓸어가는데 생각보다 말끔하게 치워졌다. 이 집에

02
신문
신문

신문을 구독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종이 신문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으나 한쪽으로 치우쳐진 내용이 많아 어떤 신문을 봐야 할지 고민되었다. 좌도 우도 아닌, 중도 합리주의 성향인 내가 마음에 드는 신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취재 없이 재생산되는 그저 그런 포탈 기사에 지쳐가던 어느 날, 그래도 중간 언저리에 있는 듯 느껴지는 신문사를 선택해

03
운동화
운동화

20대 이후로 운동화를 거의 신지 않았다. 하이힐에 청바지가 좋았다. 엄마가 된 후, 유모차를 끌고 아이 손을 잡고 걸으며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출근할 때는 늘 구두였다. 그러다 마흔에 병원생활을 시작하면서 구두와 이별했다. 병실에 있다 보면 자꾸 눕게 된다. 슬리퍼를 신고 잠깐씩 움직이다가도 어느새 다시 눕게 된다. 그런데, 일단 운동화를 신

04
시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지하철 출구를 향해가던 길에 시를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삐 걸으며 지나치는 시 항아리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시는 일단 가방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항아리를 보았다. 서너 시간이 지났으나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지하철에 앉아 동그랗게 말려있던 종이를 펼치니 '해가지면

05
의자
의자

의자는 잠시 쉬어갈 여유를 준다. 몸을 기대거나 풍경을 바라보거나, 혹은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몸도 마음도 말랑해진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불암산을 걷다가 만나는 벤치와 우리 집 전망대. 나는 이곳에서 쉰다. 어른이 된 후로 이렇게 앉아서 느긋하게 쉬어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일 하며 아이들 키우며 바빴고, 치료받는 중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다

06
첫 월급
첫 월급

대학생이 된 아들이 처음 맞는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첫 월급을 봉투에 넣어 내게 건넸다. 나는 이 글을 감사히 받고 돈은 돌려주었다. 대견하고 고마웠다. 사장은 아들에게 정규직으로 일해볼 생각이 있는지 물었고, 학교에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겨울방학에 다시 와달라 했다. 아들은 지난 두 달의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머니께서 예전에 퇴근하

07
슬럼프

인정 눈앞이 흐릿흐릿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일 거야. 정신을 차려보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몸에 힘을 주면 보인다. 이상 증상이 나타난 지 몇 달 되었다.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터질 것 같다. '화병'이 도졌다. 처음에는 그저 몸이 안 좋아진 줄 알았다. 병원에 증상을 알렸고 MRI, CT 등의 각종 검사를 했다. 재발, 뇌 전이 등을 걱정한 주

08
운전

24년 만의 도전 1997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자전거도 배우지 못한, 운전에 자신이 없던 나는 2종 보통으로 연습했으나 계속해서 언덕을 넘지 못했다. 강사는 오토 면허를 권했고, 그렇게 2종 오토 면허를 취득했다. 도로연수를 마치고 야심 차게 차를 끌고 나갔으나 번번이 차선 변경에 실패하였으며, 우회전만 반복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운전을 포기했다.

09
무궁화호
무궁화호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탔다. 기본학교 수업을 위해 서울에서 함평까지 이동하는데,  왕복 10시간 운전도 해보고 광주송정역까지 KTX로 이동한 후 ITX나 무궁화호로 갈아타기도 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한 후, 함평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중이다. 무궁화호를 언제 처음 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릴 적 사이다, 삶은 계란, 빠다코코낫 등

10

새로운 시스템을 여는 혁신은 어색하고 이상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혁신의 장은 경쟁이 주가 아니다. 노자의 눈에 비친 물은 경쟁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자에게 가장 탁월함은 물과 같다. - 최진석, 「나홀로 읽는 도덕경」중에서 -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기존의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워지는 것을 추구하는 혁신, 그

11
엄마

엄마의 역할 나는 왜 엄마가 되었는가? 아이들 키우고 직장생활 하며 그저 열심히 살았다. 내가 왜 엄마가 되었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지, 엄마의 역할 그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 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 암 진단, 재발, 전이를 겪으며

12
시간

하루 24시간 눈 뜨고 있는 17시간, 새벽 4시 ~ 밤 9시 눈 감고 있는 7시간 눈 뜨고 있는 동안 나는 깨어 있을까?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등 나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풋(Input)을 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진 것과 새로 들어온 인풋이 만나 나만의 무언가(Output)를 만들어 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신을 집중하여 생각하는

13
취향

마음이 가는, 관심이 향하는 어떤 것! 취향! 차를 좋아하는데 녹차보다는 보이차, 생강차를 좋아한다. 소음인이라 본능적으로 따뜻한 쪽이 끌리는 것 같다. 보이차는 암 진단을 받은 후에 마시기 시작해서 정신적, 육체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예가체프를 좋아한다. 세상이 고요한 새벽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홀로 고독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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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반복

눈을 뜨면 차를 들고 서재를 향한다. 책상 위에 차를 놓고, 노트북을 품은 고운 천을 걷어내면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자는 유정유일(惟精惟一)이다. 하나의 일에 마음을 쏟아 최선을 다 한다는 뜻인데, 나는 원하는 일에 정성을 다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나의 행위에 정성을 다 하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며 반복되는 이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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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ChatGPT

ChatGPT(https://openai.com/blog/chatgpt/)의 채팅창에 사랑에 대한 세 줄 시와 비에 대한 두 줄 시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결과물이 나온다. 입력(Input)과 출력(Output)에 소요되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두 개의 숫자를 입력하면 두 수를 더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니 만들어 준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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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2)

정보 시장, 기업용 ChatGPT 정보에 값이 매겨지는 시대 새로운 리포트를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리서치 기관 등에 요구사항을 주고 결과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개인 혹은 기업과 인공지능 챗봇과의 관계에 국한하여 생각해 본다. 리포트, e-Book 등의 정보를 사고파는 시장은 이미 생성되어 있다. 내가 특정 주제의 보고서를 만들고자 할 때, 관련 주제에 대한 리포트와 전자책을 구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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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미션, 비전 기업은 여기, 두 기업의 미션이 있습니다. □ A기업 : 우리는 우리의 고객에게 최저가로 최고의 선택지를 최대한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 B기업 : 옷의 힘에서 해방! 제품, 공급망, 직원, 상점 및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간다. 어느 기업의 미션이 더 높은 곳을 지향하나요? 인류에 더 나은

18
고통

" 고통 겪고 싶지 않은 것이나 그 마저도 경험이 되어 삶을 풍부하게 하리라 믿는다. " 네 번의 수술과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지친 어느 날, 그러니까 내 삶을 통틀어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가장 컸던 순간에 썼던 일기의 한 토막이다.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깜깜한 순간들은 내게 극한의 정신적 고통을 안겼으며, 매주 진행되는 항암치료는 나의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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