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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Apr 30. 2024

우리 집 마당

오늘은 많이 게으른 우리 가족의 별거 없는 마당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저처럼 정원에 대해 지식과 열정이 없는 사람도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답니다.


우리 집에는 가장 메인인 앞마당, 창고와 주차장이 있는 뒷마당, 앞마당과 뒷마당을 연결하는 옆마당이 있습니다.


앞마당은 남동향이라서 하루 종일 해가 잘 들어옵니다. 덕분에 해충이나 쥐 등이 좋아하는 어둡고 음습한 곳이 별로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환경이라서 나무나 꽃이 땡볕 아래 있을 때는 좀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요.




앞마당은 사다리꼴 모양인데 절반 정도는 블록을 깔았습니다. 블록크기가 크고 메지에는 규사를 충진 하였는데 풀이 잘 안 올라와서 만족스러워요. 앞마당 풀을 뽑을 때마다 왜 더 넓게 블록을 덮지 않았는지 현타가 옵니다. 옆마당과 뒷마당에는 자갈을 깔았는데 자갈틈새로 올라오는 풀을 보며 역시나 왜 여기는 블록을 깔지 않았는지 후회합니다. 뒤늦게 견적을 받았더니 너무 비싸더라구요? 한 번에 했어야 함.





앞마당에 나무가 9그루 심어져 있습니다. 감나무, 기둥사과나무, 공작단풍, 산딸, 회화, 계수, 이팝, 반송, 문그로우. 어쩌다보니 다 딱 한 그루씩입니다. 상록수가 거의 없어 겨울에는 마른 가지들만 남아 황량합니다. 정원이 처음이고 잘 알지도 못해서 상록수와 조화롭게 심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겨울마다 '봄이 되면 상록수 심어야겠다'고 다짐만 한 게 몇 년 째네요. 옆마당과 뒷마당에는 상대적으로 햇볕이 덜 들어오는 데 여기에는 식물을 아무것도 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초제를 뿌릴 수 있어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제초제로 잡초 관리를 해요.  




뒷마당에는 창고가 있습니다. 마당용품 등을 보관하는 아주 유용한 곳입니다. 주기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말 그대로 창고가 되어버려서 발 디딜 틈이 없어지니 주의하도록 합시다. 저한테 하는 말.






앞마당이 넓기는 넓은데 집 앞에 있는 아파트로부터 시선차단이 잘 안 되어 활용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그래서 주방 앞쪽으로는 시선차단 벽을 높게 세웠어요. 가끔씩 여기 숨어서 멍 때리는 걸 좋아해요.   





마당은 왕마사로 흙을 덮어 잡초가 덜 자라게 하고 깔끔하게  보이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과 같이 깔끔했는데요, 지금은 많이 지저분해요. 잡초가 부지런히 자라고 낙엽이 뒹굴고 길고양이의 응가와 각종 벌레들까지 하나의 생태계가 형성되었어요. 마당의 '마'짜도 모를 때는 사진처럼 풀하나 없이 깔끔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자연의 일부인 마당을 미니멀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당치 않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그래서 적당히 풀 뽑고 적당히 낙엽 치우면서 '자연스럽게' 놔둡니다. 게을...러서가 아닐걸요?





꽃은 많이 없어요. 이웃들의 정원은 철마다 부지런히 꽃을 새로 심기도 하고, 조경 회사에 의뢰해 조화롭게 디자인해서 사계절 풍성한 정원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우리 집 정원은 꽃은 거의 없고 나무만 몇 그루 꼽힌, 굳이 갖다 붙이자면 미니멀 정원이라고 할까요. (미니멀 고만 붙여..) 그래도 봄에는 마당준공조경으로 심은 철쭉(영산홍?)과 기둥사과나무에서 꽃을 보여줘서 예쁘다 하면서 매년 사진을 찍게 되네요. 이웃 할머니가 작약씨앗을 주셔서 심었는데 3년 후에 꽃이 핀데요. 아직은 꽃없이 이파리만 나와 있지만 씨앗이 발아해서 식물이 되다니 감격했습니다.





꽃보다 열매를 더 좋아하는 저는 감나무에 처음 감이 열렸을 때 많이 기뻤어요. 단감나무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대봉이 열리는 감나무였더라구요. 첫 해에는 새들이 그랬는지, 바람이 그랬는지 열매가 다 떨어져 버려서 딱 3개만 수확했는데 익혀서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마당에 대한 로망은 잠옷 입은 채로 나가서 햇볕을 쬐며 책을 읽는 장면 딱 그거 하나였는데요, 정작 책은 침대에서 읽는 게 제일 편하고, 생각도 못했던 꽃이나 나무의 열매 같은 것들이 기쁨을 주네요. 생명이 가득한 마당은 계절마다 벅찬 감동을 줍니다. 겨울 끝무렵 나무가지에 달린 새순이 품고 있는 생명, 봄꽃의 생명, 여름에는 무성한 초록, 가을의 빨강주황노랑 빛깔 꽃보다 화려한 단풍의 생명까지. 생명이 넘치다 못해 풀도 왕성해서 벅차게 힘들기도 하구요, 때때로 창궐하는 해충도 있고... 그냥 기쁜 걸로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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