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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un 29. 2015

리더십이라는 바이러스

메르스보다 무섭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유서 깊은 귀족 집안 출신으로 재무관, 안찰관按察官, 법무관 등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다. 인심을 파악하는 수완이 좋아 민중과 친근한 입장에 서서 로마와 기타 속주屬州에서 착실하게 성과를 거두어 명성을 획득하고 대정치가로서 기반을 구축하였다. 그는 BC 60년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제1회 3두동맹三頭同盟을 맺고, 이것을 배경으로 1년 뒤에는 공화정부 로마의 최고 관직인 콘술(집정관, 執政官)에 취임하였다. 콘술로서 국유지 분배법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 법안을 제출하여 크게 민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속주 갈리아의 지방장관이 되어 재임 중 갈리아전쟁을 수행하였다. 크라수스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쓰러지자 제1회 3두정치는 붕괴되고 원로원 보수파의 지지를 받은 폼페이우스와도 관계가 악화되어 마침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원로원의 결의가 나오자 BC 49년 1월, 그는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과 함께 갈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향하여 진격하였다. 그는 스키피오가 이끄는 폼페이우스의 잔당을 아프리카 탑소스에서 소탕하고 오랫동안 공화정의 실권을 쥐고 있던 원로원 지배를 완전히 타도하였다.

    

이로써 1인 지배자가 된 그는 각종 사회정책(식민·간척·항만·도로건설·구제사업 등)을 추진하였고, 역서를 개정(율리우스력)하는 등 개혁 사업을 단행하였다. 종신 독재관을 비롯한 각종 특권과 특전이 그에게 부여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권력이 한 몸에 집중된 결과, 원로원의 공화정 옹호파에게 원로원 회의장에서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암살 현장에서 그는 자신을 찌르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던 사람의 얼굴을 본다. 


“브루투스, 너 마저(Et tu, Brute).”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죽어 간다.

    

브루투스의 암살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 진짜 이유는 아직도 미궁에 남아 있다. 질투에 의해서, 위협에 의해서, 아니면 원래부터 카이사르를 싫어했거나, 아니면 카이사르의 그 무엇이 욕심 나서 등이 추측의 내용이다. 한편 브루투스는 암살 이유에 대해 짧고 명백하게 말했다.

    

“카이사르보다 로마를 더 사랑했다”

    


카이사르 증후군과 브루투스의 두 양상

    

원칙적으로 성공한 리더의 리더십 바이러스(RAV 바이러스)는 성공과 동시에 긍정적인 변이를 해야 한다. 책임감은 섬김이 되고, 권한은 권위가 되며, 비전은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RAV(책임감-권한-비전)는 리더의 이기적인 욕망에 의해서 부정적으로 변질되곤 한다. 성공으로 인한 RAV(책임감-권한-비전) 때문에 책임은 ‘인기’가 되고, 권한은 ‘독재’가 되며, 비전은 ‘자아실현’이 된다. 치명적인 슈퍼 리더십 바이러스, S-RAV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일단 S-RAV(슈퍼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릴 정도라면 그를 따르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이기 쉽다. 그의 영웅적인 업적을 비롯하여 누구도 쉽게 도전하기 힘든 비전의 성취는 그를 숭배하고 추앙하게 만든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조직의 적이 되고 비전 성취를 가로막는 반역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조직의 비전은 그에게 달려 있기에 그의 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용서 받지 못하는 것이다. 조직의 비전이 곧 리더인 상황이다. 이미 비전 성취의 기쁨을 경험한 대중은 새로운 비전보다는 현실의 만족을 추구하고, 권력의 보호를 받으면서, 리더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하며 리더에게 자아를 이입하게 된다.

    

S-RAV 바이러스에 걸린 리더들의 주변에는 자아 이입된 대중도 있지만 브루투스 같은 사람들도 생겨난다. 이런 사람들은 리더보다는 비전과 공의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다. 용기 있는 브루투스들은 비전과 조직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과감하게 거사를 치르기도 한다. 이런 브루투스들의 공통점은 주로 성공한 리더의 측근이어서 성공한 리더의 포장된 실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루투스들은 리더가 RAV에 의해서 완전히 죽을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다.

    

    

브루투스의 양상 1 — 항우의 신하 범증

    

사마천은 항우에 대해 “뜻을 다 세우지는 못했지만 이후 몇 백 년간 이만 한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항우는 중국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탁월한 영웅이었다. 중국에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말이 있는데, ‘산을 뽑고 세상을 덮어 버릴 만큼의 기상’을 뜻하는 말로 바로 초패왕 항우의 기개를 가리킨다. 그런 항우는 왜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을까?

    

천하를 통일한 한 고조 유방에게 장량, 한신, 소하와 같은 유능한 인재가 있었다면, 경쟁자인 초패왕 항우에게는 범증이라는 천하를 떠받칠 만한 인재가 있었다. 항우는 한때 유방을 물리쳐 변방의 외진 곳으로 패퇴시키고도, 이 기회에 다시 세력을 회복할 수 없도록 유방을 끝까지 공격하자는 범증의 제안을 듣지 않은 탓에 천하를 제패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많은 병사와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던 유방도 물리친 항우는 외진 곳으로 쫓겨난 유방을 가볍게 생각해서 뒷날의 화근을 없애자는 범증의 건의를 무시한 것이다. 이에 실망한 범증은 항우를 떠나 산속으로 숨어 버린다. 훗날 항우는 범증의 우려대로 권토중래捲土重來한 유방의 공격을 받아 참담한 패배를 겪게 된다.

    

탁월한 참모는 자기의 지략을 활용할 줄 아는 리더에게 복종한다. 이들은 돈과 명예보다는 자신의 재능이 비전을 이루는 데 100% 활용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특별한 헬퍼십을 가지고 있는 이런 사람들은 변질된 리더 옆에 있기보다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난다. 리더의 변질이 시작되면 가장 중요한 사람부터 떠난다. 그들은 떠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리더보다 비전을 더 사랑했다.”

    

브루투스의 양상 2 — 다윗 왕의 전략가 아히도벨

    

다윗 왕은 항상 전쟁에서 승리했다. 당연히 그는 이스라엘 최고의 왕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역사서를 살펴보면 다윗은 자기 부하의 아내를 탐하여 임신을 시키고, 그녀의 남편을 일부러 전쟁에 내보내 죽인 죄를 제외하고는 백성을 사랑하고, 부하를 아끼고, 늘 비전을 새롭게 키워 가고, 무엇보다도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은 그런 왕이었다. 그런 다윗 왕에게도 브루투스 같은 존재가 있었다. 아들인 압살롬 왕자와 다윗 왕의 전략가인 아히도벨이었다. 아히도벨의 모략을 성서는 이렇게 전한다.

    

“아히도벨이 압살롬에게 말하였다. ‘부왕이 왕궁을 지키라고 남겨 둔 후궁들과 동침하십시오. 이렇게 임금님께서 부왕에게 미움 받을 일을 하였다는 소문을 온 이스라엘이 들으면, 임금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이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옥상 위에 압살롬이 들어갈 장막을 차려 주니,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압살롬이 자기 아버지의 후궁들과 동침하였다. 사람들은 아히도벨이 베푸는 모략은 무엇이든지, 마치 하나님께 여쭈어서 받은 말씀과 똑같이 여겼다. 다윗도 그러하였지만, 압살롬도 그러하였다.

    

아히도벨은 압살롬에게 또 이와 같이 말하였다. ‘부디 내가 만 이천 명을 뽑아서 출동하여, 오늘 밤으로 당장 다윗을 뒤쫓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가 지쳐서 힘이 없을 때에, 내가 그를 덮쳐서 겁에 질리게 하면, 그를 따르는 모든 백성이 달아날 것입니다. 그때에 내가 왕만을 쳐서 죽이면 됩니다. 그렇게만 되면, 내가 온 백성을 다시 임금님께로 돌아오게 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돌아오듯이, 백성이 그렇게 임금님께로 돌아올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노리시는 목숨도 오직 한 사람의 목숨입니다. 나머지 백성은 안전할 것입니다.’ 압살롬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도 이 말을 옳게 여겼다.”

    

리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리더 자신이기보다 그 리더를 돕는 최측 근 전략 참모일 수 있다. 그는 리더의 약점과 강점을 알고 있으며, 리더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모두 읽고 있기에 리더를 손쉽게 처단할 수 있다. 마치 카이사르 옆에 있었던 브루투스처럼.

    

압살롬이 아버지의 전략가 아히도벨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자, 아히도벨은 이 모든 거사가 수포로 돌아갈 것을 예견하고 자기 고향으로 내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히도벨이 왜 압살롬의 반역 행위에 가담했는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모든 전쟁을 다 치르고 성공한 다윗 왕에게는 전시만큼 아히도벨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다윗 왕에게 자기의 지략을 다시 한 번 보여 줌으로써 자기의 가치를 올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성공한 리더 주변에는 이런 아히도벨 같은 사람이 항상 존재한다.

조심하라. 리더와 팔로우. 감염까지 증상을 자각할 수 없다

    

리더가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따르는 팔로워들도 리더가 사람이 아니라고 믿을 때다.
이 착시 현상은 리더십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환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도 바로 옆 사람과 똑같이
약점과 모순으로 겹겹이 싸여있는 사람에 불과하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팔로우에게 들었던 당신의 약점은 무엇인가? 몇 명의 팔로우에게 당신의 약점과 잘못된 점을 들었는가? 만약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리더일까? 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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