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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Apr 30. 2024

#13 회사원이 연례행사로 마라톤 뛰는 이유

도파민 중독이 확실하다

2019년부터 연례행사로 봄가을 10km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치열하게 연습해 셀프 기록을 경신한다거나 이런 것보다는 에너지 넘치는 러너들과 함께 서울 한복판을 달리는 경험 그 자체가 짜릿해 애뉴얼 이벤트가 됐다.


엔데믹 이후 마라톤 열풍이 더 뜨거워지며 대회 참여를 위한 티켓팅 자체부터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변 회사 동료들 중에서도 마라톤에 참여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걸 보면 다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페스티벌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난해 가을 춘천 마라톤 참가를 마지막으로 10km 코스는 졸업하고 올해의 첫 서울하프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21km 하프 코스에 새롭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대회 시작 전 광화문 광장에 모인 러너들의 에너지에 압도되는 그 기분, 평소 차로 다니는 마포대교와 양화대교를 직접 내 두 발로 뛰는 새로운 해방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의 뜻밖의 응원,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비슷한 고통을 느끼며 견뎌내는 두세 시간.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신기한 도파민이 고통스러운 발 끝부터 정수리까지 짜릿하게 올라온다.


노장의 할아버지 러너, 시각 장애인 러너,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아빠 러너, 고프로를 들고 생중계하며 뛰는 러너 등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진 여러 러너들의 도전들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면 그저 현생의 출퇴근 고민들 따위는 초월해 버리는 어떤 경지의 감정이 몰려온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이 21km에 도전해 뛰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매번 마라톤에 참여할 때마다 에너지 넘치는 러너들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사회에선 배울 수도 없고 감히 돈 주고 배우기도 어려운 삶에 대한 목표 의식이나 주체적인 성취감 같은 그런 것들이다.


2시간 반의 달리기는 이틀째의 근육통 후유증과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피니시 라인에서의 느낀 그 완벽한 해방감과 흥분되었던 마음은 여전히 생생하게 라이브 되어 잔상으로 리플레이된다.



마라톤 당일 저녁 온몸이 쑤셔 파스를 잔뜩 붙이고서 유튜브에서 베를린 마라톤, 시카고 마라톤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도파민 중독임에 틀림없다 생각했다. 하루 24시간 내내 온갖 자극과 도파민에 버무려져 있는 나지만, 이 건강한 도파민에 중독된 거라면 꽤나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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