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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y 04. 2024

#15 달콤한 노동주여

금요일 생맥 때문에 회사원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에서 꽤나 고된 목금을 보냈다.


금요일 정시 퇴근은 못했지만 정말 숨도 안 쉬고 빠르게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드디어.. 드디어 주말의 시작을 맞이했다. 온몸이 지친 탓에 연휴의 첫 시작을 온전히 만끽하는 마음으로 대환영하진 못했지만 그저 마음은 너무나 안심이 되었다.


집에 가 바로 누울까 나를 그냥 놓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할 건 하고 놓자 하는 마음에 힘든 몸을 질질 끌고 헬스장에 갔다. 길지 않게 딱 1시간 오늘 하루 중 가장 나를 위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주고 집 앞 생맥집에 가 삿포로 생맥 2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기껏 운동을 하고 맥주를 마시면 무슨 소용이냐 싶겠냐마는 그깟 효율 따위 나의 금요일에는 중요치 않다. 내 근육과 간에게는 그저 미련한 일이지만 할 일을 다 끝내고 생맥을 콸콸 들이키는 그 기분이란 일말의 찝찝함도 없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거품이 아주 신선하게 몽글한 삿포로 생맥을 볼 때마다 이건 고작 7000원의 술 한 잔 따위에 지나지만 일주일의 내 삶을 칭찬해 주는 귀한 보상 같은 느낌이 들어 짜릿하고 괜히 뭉클하고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기분이 째진다. 큰 후회 없이 충실하게 잘 살아낸 내 일주일을 토닥여주는 느낌이다.


일주일 동안 내가 지킬 건 지켜내고 참아낼 건 참아낸 꿀 같은 보상이겠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본능대로 막살았으면 이렇게까지 달콤한 맥주 한 잔이 아니었을 거다 절대.


회사원이든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본인의 작은 성취에 보상해 주는 그 규칙적 순간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일과이자 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일 것이다. 나에겐 금요일의 생맥주, 주말의 캠핑이 그러하다.


여전히 주말을 맞이하는 그 순간이 일주일 중 가장 안도되고 뿌듯하고 행복한 걸 보면 난 그래도 여전히 아주 떳떳한(?) 회사원인가 싶고.


역시 인간은 성취와 보상을 통해 성장하고 살아가는 동물인가 싶다. 작은 행복과 성취감들로 쌓아가는 내 하루들이 더욱 단단해지길 바라며. 한 치의 찝찝함 없이 주말의 맥주를 상쾌하게 들이켤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가길 바라며.


- 맥주 두 잔에 약간 알딸딸해져하고 싶은 말을 마구 글로 휘갈기고 있는 토요일 새벽 12시 30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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