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건 Apr 01. 2016

토 할 때까지 운동해봤니?

[생존 다이어트 4편]  내 몸을 살리는 '건전한 트라우마'


생존 다이어트 1편에 달린 댓글이다.


나는 담배 끊었다. 다이어트 이후 아직 요요는 없다. 상종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나는 12년 흡연자였다


담배 12년 피웠다. 열심히 피울 때는 나도 '담배 끊은 사람 정말 독하다' 생각했다. 상종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호기심에 한두 대 피워봤다. 대학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 담배의 맛을 알게 됐다. 처음 '속담배' 했을 때의 황홀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1000원짜리 디스로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고 1100원 디스 플러스로 업그레이드했다. 군 제대 후 1600원짜리 타임을 태웠고, 2000원 레종을 끝으로 담배는 완전히 끊었다. 지금은 담배가 얼만지 모른다. 정몽준이 버스비 70원이라고 말한 게 이해된다.


담배를 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가 안 생겼다. 결혼 3년, 연애하듯 즐거운 시간 보냈다. 유럽, 동남아, 일본, 여행 많이 다니고, 스윙 댄스도 같이 했다. 이런 재밌는 삶에 한 명 더 끼워주고 싶었다.


아이를 갖기로 했다. 열심히 노력했다. 6개월 준비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7개월째 담배 끊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라고 할 순 없지만, 7개월째 아이가 생겼다.


흡연자 시절 담배 끊은 걸 시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허세 열풍에 힘 입어 담배 끊은 척 코스프레 해보기도 했다.


내 몸을 파괴하는 너, 이제 안녕
출처 : 예전 나의 싸이월드 (a.k.a 흑역사)

이런 개드립 허세는 한 달 만에 끝난 걸로 기억한다. 싸이월드 때문에 애꿎은 디스 한 갑만 버렸다. 금세 담배를 사서 입에 물었다.


금연 클리닉에도 가봤다. 담배 20년 끊은 분이 말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에요. 끊을 수 없어요. 오래 쉬는 거죠.


그만큼 담배 끊기 어렵다.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 담배 완전히 끊게 된 계기가 있었다. 다시는 담배 생각이 나지 않을 '트라우마' 겪었다.


내 면상에 담배 연기 뿜은 친구


담배 끊기로 마음먹은 날, 남은 담배를 흡연자 친구들에게 건넸다. 대외적으로 나는 비흡연자였다. 하지만 술자리에서의 담배 유혹은 참을 수 없었다. 알싸한 안주에 소주 한 잔 마시면,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낮에는 담배 끊은 사람이었지만, 밤에 술 마실 땐 결국 피웠다. 끊을 때까지 끊은 게 아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흡연자 친구들이 담배를 권해도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이래도 안 피우겠냐"며 내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엄청나게 뿜어댔다.


출처 : pixabay.com (무료 이미지 사이트)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면상에 다이렉트로 뿜은 연기가 너무나도 매스꺼웠다. 술기운도 오른 상태였다. 화장실에 달려가 구토했다.


담배 생각이 날 때면 그 역겨운 '트라우마'가 생각났다. 자연스레 담배는 '역겹고 매스꺼운' 것이 됐고, 그날 이후 난 담배를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영원히 끊었다.


내 면상에 담배 연기 뿜은 그 친구, 나는 아직도 그에게 '은인(恩人)'이라 부른다


PT 둘째 날, 20분 만에 운동을 멈추다


다이어트 결심하고 운동 시작했다. PT 첫날은 상담하고 기초 체력 테스트했다.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사건은  PT 둘째 날 벌어졌다.


트레이너는 내 하체 근력이 약하다고 했다. 우선 하체 운동을 해야 다른 운동 할 수 있다고 한다. 스쿼트와 스텝박스 운동으로 시작했다. 쉬운 말로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오르내리기' (자세한 운동법은 이후 연재로 공개)


[Trainer Talk]

Q. 하체 운동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유?

A. 허벅지 근육인 대퇴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입니다. 이 근육을 단련시키면 기초대사량을 쉽게 높일 수 있습니다. 기본 칼로리 소비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하체와 코어(중심)는 모든 운동의 기본입니다. 하체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 데드 리프트나 런지 등 다른 운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부분은 트레이너의 말을 인용합니다)


스쿼트까진 참았다. 스텝 박스 운동을 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갑자기 귀가 안 들렸다. 엠씨 스퀘어를 귀에 꽂은 것처럼 '삐이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토 할 거 같다'라는 말이 있다. 한자어로는 '오심(惡心)'이다. '속이 불쾌해지면서 토할 듯한 기분이 생기는 증상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말로는 '매우 빡센 상황'을 뜻한다.



출처 : pixabay.com (무료 이미지 사이트)

 '오심(惡心)' 인고의 시간을 거쳐 '구토(嘔吐)'가 임박했다. '위()의 내용물이 식도와 구강을 거쳐 입 밖으로 갑자기 힘차게 나오는 현상'을 뜻한다. (두산백과 인용)


사전적 표현 참 거창하다. 내용물이  힘차게 나오려 했고, 나는 힘차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거사를 치르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트레이너는 말했다.


 "오늘은 운동 그만 하죠."


운동 시작 20분도 안됐다. 앉았다 일어나기 몇 번하고 계단 좀 오르내렸다고 토하고 왔다. 바닥까지 떨어진 내 체력이 부끄러웠다.


어떻게든 체력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스쿼트와 스텝 박스 따위 가볍게 끝내고 싶었다. '운동 중 구토'라는 트라우마가 나를 다시 자극했다.


구토 사건 이후 하체를 집중적으로 운동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먹는 날도, 해외 여행을 가서도) '하루 스쿼트 100개'는 꼭 채웠다. 이제 스텝 박스 오르내리는 정도로는 땀도 잘 나지 않는다. 그만큼 내 허벅지는 강해졌다.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독하게 해야 한다. 담배 끊기와 다이어트는 그 점에서 닮았다.


'건전한 트라우마'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이전 03화 운동 20 : 음식 30 : 마음 5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