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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03. 2019

첫 번째 육아휴직을 마무리하며

육아 대디로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작 

2017년 12월 회사로부터 남성 최초로 육아 휴직을 승인받고 나서 만 1년간 전담 육아를 했다. 복직을 앞두고, 다시 직장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없을까란 걱정과 함께 그동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했던 아이와 단 한 발자국이라도 멀어지게 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요즘이다.


매일매일 생각들을 정리하고 적어도 많은 글을 써봐야겠단 계획은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틈날 때 조금씩 써보았던 몇 개의 글 덕분에 이렇게 나의 휴직을 정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육아를 하며 느낀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결심을 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친한 후배 가족과 만남의 자리에서 이제 막 100일 된 아이를 안아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 신생아 때 안고 씻기고 젖병도 물리고 했으니 몸이 기억하겠지란 생각으로 안았다. 이게 웬걸, 안고 있는 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신생아 때, 아이가 기어 다닐 때 어떻게 했더라? 어떤 게 어려워서 육아가 쉽지 않단 표현을 했을까?라고 반추해보니 희미한 기억과 추측들만 있는 것 아닌가. 평생 기억할 것만 같았던 육아의 과정들이 어느새 새로운 정보로 덮어쓰기 되며 휘발되고 있었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나. '해산의 고통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갈 때쯤 둘째를 갖게 된다'라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록해 놓지 않으면 다 잊어버린다’고. 소중한 경험을 놓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기에 게을렀던 마음을 다시 한번 추스른다.


문득 휴직할 땐 어떤 느낌이었나 궁금해서 1년 전 소셜미디어에 적었던 내용을 꺼내 보았다.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11월 말 부로 xxx에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며 가며, 몇몇 분들께는 휴직을 하게 되었음을 알리고 인사도 드렸지만 뵙지 못한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인사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것보다 더 설레고, 떨림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아마도 제가 이때까지 닦아온 업무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따뜻한 모성애 안에서 16개월간 자라온 아이에게, 조금 결은 다르지만 그에 버금가는 아빠의 사랑으로 품어주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업무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아내도 동일한 느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니, 아빠 육아휴직자가 증가하는 등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기업이든 정부영역이든 시민사회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은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도전이기에 더욱 동기부여가 되었던 결단이었습니다. 이 도전은 아빠로서의 결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함께 있는 물리적 시간의 급격한 증가만으로 간주되지 않는 ‘아빠와 함께 하기’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아직은 어떠한 계획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제 삶에서 육아가 차지하게 될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저에게 주어질 틈새시간이 단 몇 분 일지  몇 초 일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겠죠. 아내를 비롯한 육아휴직의 선배님들의 섬세한 조언과 생각의 공유 한마디가 저에게는 새로운 통찰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일터에서는 중요한 업무가 저에게 오는 상황이었고, 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이러한 기회는 몇 번 오지 않는다고는 하나 저는 그 기회보단 아이와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기,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기라는 가치를 선택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향후에도 이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단 1%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하곤 했다.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1년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내 인생의 소중한 전환점이었던 소중했던 1년, 육아휴직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만약 내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면 꼭 잊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의 측면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이제 다시는 안 올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내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들어가게 될지.


앞으로 쓰는 글의 초점은 '육아를 하며 아빠가 어떤 것을 느끼게 되었는지'가 될 것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아이의 심리적 정신적 영향이나 교육법은 함부로 쓸 수 없다. 이 글은 평범한 아빠가 육아 휴직을 마치며 자신에게 잊지 말라며 외치는 몇 가지 약속이라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다.


부수적으로 '육아휴직은 경력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경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라는 주장을 희미하게나마 글 속에 담아보고 싶다. 이제 복직을 하고 나면 내 경력이 단절되었는지 아닌지 차차 확인 가능할 것이다. 육아를 하면 세상과 단절되고 나의 실력이 퇴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나도 마음 한편에 그런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상이 '경력 단절'이라는 수식어로 날 엮으려고 해도, 내 경력을 갈고닦을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고 나의 육아 휴직기간은 미약하지만 그걸 찾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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