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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pr 09. 2024

다시 찾아온 고향국수

남원 <고향국수>에서 고향국수를 먹다

  뭐가 그리 떙기는지...


  국수를 먹으려고 다시금 <고향국수>에 왔다. 가끔 지나다 생각나는 음식이 국수다. 딱히 배가 고프지만 과하게 먹고 싶지 않을 때. 집에서는 라면을 먹지만, 어릴 적에는 국수가 있었기 때문일까?

  주말 근무를 마치고 점심시간 딱 1시가 되기 10분 전에 국숫집에 도착했다. 내 글을 꾸준히 봐준 독자라면 알겠지만, 고향국수는 이곳에서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 글을 검색어로 타고 들어온 이름 중 꾸준히 <고향국수>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전에는 비빔국수가 생각났다면 이번은 담백한 물국수가 생각났다. 맑은 국물을 후루룩 마신 후에 호박이나 당근 이불처럼 덮인 계란도 먹고, 묵직한 면을 먹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주문했다. 리고 그 국수가 나왔을 때 매번 느끼지만, 매번 같은 감탄이 생긴다. 맛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단 큰 그릇에 나온 차림이 끌린다.

  손님 입장에서는 참으로 설레는 감탄이다. 먹기 위해서 준비된 모든 사람이 그리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이상하게 김치와 깍두기와 양념장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릇에 메인 메뉴가 등장하기 전에 먼저 식당에 올려지는 이 조합에 나는 어떻게 맛을 즐겨야 하는 것일까? 요리조리 고민을 해보아도 답은 먹으면서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담뿍 올린 양념장에 슬슬 비벼서 가면서 국물에 풀고 한 입에 한 조각씩 먹어가는 반찬에 맛의 음미가 늘어갈 때 만족감이 높았다. 자주 마주치는 메뉴임에도 항상 찾는 나도 그렇지만, 같은 레시피 같아도 먹을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 주목하게 된 이 양념장에서 묘한 끌림이 생겼던 이유는 메뉴를 내 기호에 맞춰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소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그리고 식당을 정하는 것도 모두가 내 선택이지만, 막상 차려진 밥상에 세세한 내 마음은 반영되지 않는 것이 식탁이다. 주방장 마음대로 주는 것을 먹는 것이 마치 우리 인생 같이 꾸역꾸역 먹었지만, 요 양념장에는 소소한 변화로 맛이 제법 달라진다. 그리고 국숫집을 다니면서 이런 선택권을 주는 곳이 얼마나 있었을지 떠올리면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 맛에 흔하디 흔한 국수가 매력적인가 보다. 이런 선택과 배려에도 감동이 묻어 나오는 것이. 그리고 맛이 달라지는 오묘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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