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이 Mar 29. 2024

명이잎 따러 오실래요?

웨일스엔  명이가 지천이에요.

  우리나라에선 산나물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나물,

집 근처 숲, 산책로를 벗어나 좀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면 명이나물이 초록 융단처럼 쫙 깔려있다.

작년 봄, 집 앞 산책길 모퉁이에서 우연히 명이를 발견해 몇 잎 따고 있던 내게 산책 나온 영국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며 '와일드 갈릭 좋아하는구나! 저쪽 숲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아주 많이 있어.'

 친절한 웨일스 할머니가 가리킨 손끝 뱡향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엄청난 명이밭이 있었다.

그 후 명이꽃이 필 때까지 수시로 그곳을 드나들며 따온 명이잎으로 장아찌도 담그고 김치도 담가먹었다. 여린 잎은 살짝 데처 나물로 무쳐먹고, 명이로 전도 부치고, 그것도 물리면 가끔 피자도우 위에 치즈 듬뿍 뿌려놓고 그 위에 명이잎을 소복이 얻어 피자로 구워 먹으니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 우리 동네 떡갈나무 숲 한가운데 숨어있는 명이나물

나만의 숨겨진 명이밭....
이 많은 명이를 이곳에선 우리가 유일하게 따다 먹는다

모처럼 날도 좋고  명이밭도 궁금해 산책 겸 들러보니 벌써 이렇게나 자라 있다. 질척거리는 땅과 덤블숲을 해처온 보람이 있다. 준비해 간 장바구니 가득 명이잎을 따와 흐르는 물에  씻고, 종일 담가 뒀다, 헹궈내 한 장 한 장 가지런히 고른 후  튼실한 걸로 먼저 장아찌를 담갔다.

여린 잎은 김치를 담글 예정이다. 작년에 처음 담가본 명이김치가 익으니 정말 맛있었다.

오늘 담근 명이장아찌, 김치통 큰 거 2통, 작은 거 2 통이다.

이 많은걸 올 한 해 우리가 다 먹진 못하니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눠야 하건만, 우리 동네엔 나눌 사람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해 쉬이 도전을 못한다.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한식을 맛본 경험이 있는 영국인들은 이 맛에 반해, 이제 그들이 직접 명이잎 따러 숲으로 들어간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여긴 그런 식문화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는 찐 시골이다 보니 도전이라기보다 낯설어하고 많이 망설인다.  우리에겐 귀한 것들이 이곳에선 전혀  받지 못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장어, 골뱅이, 복분자(블랙베리), 명이나물 다음으로 널려있는 부추, 고사리 등등...,

그러니, 이번 부활절 휴가기간이 끝나면 싸들고 웨일스 수도 카디프로 나가야겠다. 오랜만에 봄바람도 쐴 겸 좋은 분들과 나눠야지,  가까운 곳에 명이장아찌 좋아하시는 구독자님이 계시다면 원하시는 분께 누구든 나누고  싶다. 아니다.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시락 싸들고 명이밭으로 소풍 가  명이잎 따며 의미 없는 말이라도 좋으니 종일 함께 하하 호호 거리며 우리말 대잔치라도 열고 싶다.

"저랑 명이잎 따러 가실래요?"






작가의 이전글 봄! 봄! 봄이 왔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