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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17. 2024

수의대생이 공무원 준비하면 일어나는 일 - 절망편

짜식 객기 부리지 마라!




  정확히 어떤 대화 주제에 저 문장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몇 번 들어본 단어 '객기.' 나는 누군가를 폄하하고 싶지 않아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다. 누군가의 용기나 도전을 한 방에 철없는 한 때의 기행으로 만드는 단어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시간이 되면 종종 인생에서 다양한 객기를 부려보고, 기행도 할 수 있을 때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나보다 좀 더 어른 같은 누군가가 전한 저 말에 면역이 없었다. 사실 정확한 단어의 뜻과 문맥을 좀 생각하다 보면 반박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원래도 약간 커다랗지만 꼬질꼬질한 인간형인데, 공채 공부를 한창 하던 대학생 시절에는 누구보다 쭈글쭈글하던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남'의 시선에 너무 크게 신경 썼던 것 같다. 특히나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응원과 은근한 까내리기를 반복할 때는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명절인지, 보통의 주말인지, 한 학기가 끝날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수산직 2차 시험을 준비하던 때였다. 버스 터미널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학생들이 빼곡히 모여있었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보통 나는 표를 사고 시간이 좀 뜨면 옆 파리바게트에서 주로 시간을 때웠고, 삼십 분 내외라면 좀 기다렸다가 줄 빨리 서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앉아서 가려면 빨리 타야 했던 시절이었던가. 내가 학생 때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에도 서서 가는 사람도 이 많았다.




  나는 버스를 탈 생각이 이미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버스에 몇 시간을 있다 보면 없던 멀미도 생길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법령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험과목에 수산업법이 있었고 나는 그 활자만을 보고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프린트해서 정리를 하고 그걸 그냥 외웠다. 계속 보다 보면 이해가 되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그날도 별생각 없이 정리한 자료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석사를 하고 있는 학교 선배였다. 만나면 잘해주시긴 하는데 좀 무서운 선배였다. 




 그는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할 거라고 길에서 종이를 보고 있느냐. 수능 보냐. 하는 얘기를 했다. 나는 시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는 형도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건네고 몸상하지 않게 적당히 하라고 했다. 좀 애매했다. 무슨 의미일까 헷갈렸다. 걱정인가? 내가 꼬인 건가? 싶지었다. 왠지 나도 심사가 꼬여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당연히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하면서 좀 뻐겼다. 뱉자마자 괜한 말 했다 싶고, 이번에 떨어지면 뒤지게 욕먹는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시험준비 하면서도 꾸역꾸역 학교 가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까부는 것으로 보이는 게 억울했다. 뭐 결국 그런 것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한 자극제가 되기도 했지만.. 








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가. 누가 좀 뭐라고 해도 그냥 잉!? 무슨 상관이지?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자. 사실은 속으로 좀 쫄았더라도 용맹한 벌꿀오소리의 성격을 지향하며..




벌꿀오소리 출처: https://www.youtube.com/live/-DZdcPdaW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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