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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24. 2024

아빠의 경품 당첨

딸에게 tv 선물해 주는 아버지

여러분은 무언가에 당첨된 적 있으신가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 인생에서 공짜 물건이 당첨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공짜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받으면 좋기는 한데, 설마 당첨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응모해서 항상 경품을 당첨받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는 이상하게 공짜 물건에 당첨되면 기쁘기보다, 뭔가 빚지는 기분이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또 정확히 말하면 당첨된 적 없기도 해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참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경품에 당첨되는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공짜를 싫어하는 분이셨습니다. (아마도, 제 이런 성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정당하게 노력하고 정당한 값을 지불해서 얻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저희 아버지께서 최근에 경품에 당첨되셨고, 지금까지의 삶과는 달리 그 경품 당첨은 있는 그대로 좋아하시는 모습을 봤다는 거였습니다.


친구분이 아버지께서 경품 당첨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주셨는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겨서였겠지요.


아버지가 받은 상품은 50인치 텔레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 경품을 자취하고 있는 딸네 집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무뚝뚝하냐 하면, 경품에 당첨됐다는 이야기도, 텔레비전을 보내니까 잘 받으라는 말도 일언반구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남동생이 "누나 집에 있어?"라는 문자가 주말 저녁에 뜬금없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밖인데 왜?"라고 하니, 텔레비전 배달 때문에 곧 저희 집에 도착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여동생과 같이 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중이라, 저희는 시간에 맞춰서 못 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남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나도, 지금 누나 집 들렀다가 다시 가려면 너무 늦어서 TV만 두고 갈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쿨하게 "알겠어." 하고는 연락이 끝이었죠.


그러고 나집에 들어가 보니, 남동생이 정말 엄청 커다란 TV를 바닥에 두고 가버렸더라고요. 저는 50인치 TV가 그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인치, TV사이즈에 별 관심 없다 보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집에 놓인 TV 사이즈를 보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걸 어디다 두지? 어떻게 둬야 좋지?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 혼자 저거 잘 설치할 수 있겠지? 아니… 저걸 들 수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차근히 힘주어 들어보니, 다른 자리로 옮기는 정도는 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들지는 못하겠지만요.


그렇게, 배달받은 tv를 한쪽에 두고 하루가 지난 뒤에야 여동생과 함께 늦은 밤 함께 TV를 조립하고, 세팅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세팅하고 보니, 정말 화면이 크고 시원시원하니 좋더라고요.


저는 동생에게 말했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신혼살림만큼 살림이 거대해진 것 같아."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동생이, "좋은 거지 뭘."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나는 부족한 것이 많은데, 가족을 잘 만난 덕에 자꾸 과분한 것들이 생긴다.'라고 말이죠. 저는 그것들이 마냥 기쁘기보다는 약간의 부담으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잘 되어서 그만큼 해야 하는데... 아니, 그 이상을 해주고 싶은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소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우연히 얻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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