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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May 16. 2024

시어머님이 사돈어른 장례식에 가는 이유

갚아야 할 것이 있다.

어버이날 아침 일찍 어머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어머님 전화 왔네요 둘째 아주버님인데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어머님도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와 무슨 일 있나? 아 어버이날이라고 전화했다고"

어버이날이라 안부 전화를 하신 것 같다. 어머님과 내가 놀라는 이유는 둘째 아주버님 장인어른께서는 설부터 두 달 가까이 몸이 편찮으시다.

치료받고 괜찮아지고 있다는 전화 내용이었다.
둘째 형님이 마음고생이 많았는 데 좋아지고 했다니 다행이다.

어머님도 주간 보호센터 가실 준비를 서두르시고 나도 일상을 이어갔다.

저녁 8시가 넘으면 어머님은 주무신다. 나도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려고 하는 데 남편 전화가 울렸다.
자다가 남편은 이 밤에 누구지 하면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이 심각하다
"알았다 부고 카톡방에 올려줘라"
"사돈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네"
"아침에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는 데 무슨 일이야?"
"내일 가봐야겠네"
"오전에 어머님 안과 예약되어 있는 데 갔다 와야 하고 당신도 오전에 일 좀 보고 오후에 출발하자."

밤 11시 부고 전화를 받고 내일 같이 차로 올라가자고 도련님 전화를 받고 몸이 아픈 데 가도 되겠냐고 하는 누나의 전화까지 받으며 잠을 설치고 있는 중에 어머님이 화장실 가시려고 일어나셨다.

"어머님 사돈 어르신 돌아가셨데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셨다.
"아고 아침에 괜찮다고 했는데"
"그니까요 갑자기 무슨 일인지 어머님은 가실 거예요"
"내가 이래가 가겠나 가보기는 가봐야 하는 데 안과도 가야 되고"
"안과는 오전에 가고 장례식장은 오후에 가면 돼요 시간 있으니 지금은 주무시고 아침에 생각해 보세요."

다음날 아침 어머님은 장례식장에 가겠다고 했다.
평소 어머님은 둘째 형님의 친정어머니와 전화로 안부를 묻고 친하게 지내셨다.
당연히 가실 줄 알고는 있었다.

어머님은 갚아야 할 게 있다며 갚으려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뭐 갚을 게 있어요"
"예전에 시아버지 장례식에 와서 돌아서서 가는 길에 손에 돈을 쥐어 주고 안 받는다고 해도 꼭 쥐어 주어서 그 돈을 꼭 갚아야 한다."
"그럼 올라가서 갚으시면 되겠네요."

2시간을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오전에 안과 가고 오후에 장거리로 차를 타서 인지 가는 동안 계속 주무셨다.

그동안 병간호 하신다고 힘드셨는지 형님의 친정어머니 얼굴은 많이 상해 보였다. 안 뵙지 15년도 더 지난 것 같다.
두 분은 서로 껴앉고 반가워하셨다. 자주 왕래 하면 좋은데 거리가 멀어 쉽지 않다.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니 어머님과 둘째 아주버님이 통화를 끝내고 난 시점부터 계속  좋았다 좋지 않았다를 반복해 가족들이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증손주까지 다 보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올해 88세로 그동안 아픈 곳 없이 건강하셨는 데 갑자기 두 달 가까이 아프시고 돌아가셨으니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은 혼자 계실 사부인 걱정에 이제 어쩌나 하니 나랑 같이 살면 되겠네 하신다.
두 분은 동갑이시고 어머님이 생일 늦어서 항상 동생이라고 하신다.
"늙은 할마이 둘이 살아가 뭐 하라고 아픈데도 많은데 나중에 누가 먼저 죽고 나면 남은 사람은 어쩌라고"
"내가 먼저 죽지 동생이 뒤에 온나" 형님 친정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꽁지 하기 싫다"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어머님은 사부인과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며 화장실 쪽으로 가셨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갚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안 받으려고 해서 가지고 있다가 내가 놀려오면 같이 맛있는 것 먹자고 그때까지 쓰지 말고 꼭 가지고 있으라 했다."
"잘하셨네요. 눈 좀 좋아지고 나면 놀려가요."
내려가는 차에서도 어머니는 주무셨다 몸도 좋지 않으면서 갚아할 것을 갚기 위해 장례식에 다녀오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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