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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18. 2023

쌈장은 찍먹 아닌 부먹 합니다

된장찌개의 필수품

과민한 장을 타고난 터라, 바깥 밥이나 배달 음식은 두 끼 연속이 맥시멈이다. 바깥 밥이나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을 두 끼 정도 연달아 먹고 나면 배에서는 꾸르륵구르륵 소리가 나고 가스가 찬다. 뱃속이 불편하면 정신 역시 맑지 못해, 속 편한 음식을 먹는 것이 하루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하루에 1~2끼는 그래도 집밥을 먹으려는 이유다. 물론 절약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집밥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신체와 정신 건강을 의식해서다.  


집밥을 자주 먹으려면 대단한 집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집에 있는 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는' 정성만 부려도 '그래, 이 정도면 됐지'하는 안일한 마음이 집밥을 자주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보통 반찬을 옮겨 담는 정성과 함께 찌개 하나 정도를 더하거나 고기를 굽는 정도의 얕은 정성만 부리는 편이다. 사실 아기가 없는 신혼 때는 메인 요리에 반찬들도 매일 해댔지만 육아가 더해진 일상에서는 찌개 한 개를 더하는 것도 뿌듯한 정도다.


생선 한개 정도 굽고, 반찬 꺼내두고 간단한 국을 더한 집밥.




하나의 찌개를 더해야 할 때, 가장 빠르고 만족스러운 선택은 된장찌개다. 된장찌개 하나만 끓여놓으면 남편도 "역시 집밥이 최고야"하면서 밥을 먹고, 나 역시 빠르고 손쉽게 끓일 수 있기에.


우선 된장찌개를 위한 마음에 드는 뚝배기는 필수다. 뚝배기에 물을 절반 정도 넣고, 된장 한 스푼과 쌈장 한 스푼을 넣는다. 다진 마늘도 한 스푼 넣는다. 이후 애호박을 썰어 넣고 감자가 있으면 그것도 썰어 넣는다. 두부를 듬뿍 넣고 다시다를 조금 풀고 고춧가루와 파,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 완성한다.


사실 이 찌개가 만들어지는 데는 10분 정도이고 그동안 밥을 담고, 반찬들을 세팅하면 거의 10분 만에 집밥이 완성된다. 빨리빨리 만들어 버릇해야 집밥을 차리는데 큰 에너지가 들지 않고, 그렇게 해야 집밥을 자주 먹을 수 있다.


반찬들을 '접시에 더는 정성'과 된장찌개를 더한 보편적 집밥.


된장찌개에 된장과 함께 쌈장을 넣으면 '고깃집 된장찌개'가 된다는 팁을 어디선가 듣고 그 이후로 우리 집에서 쌈장은 항상 '부먹'이다.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에도 자주 된장찌개를 끓인다. 된장찌개에 쌈장을 넣고 난 이후부터는 고기를 쌈장에 찍어먹지 않게 됐다. 된장찌개에 쌈장이 들어간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고기를 먹을 때 또 쌈짱을 '찍먹'하지 않게 된 것이다.


사실 만드는 입장에서 된장과 쌈장을 한 스푼씩 크게 넣어 찌개를 끓이면, '이렇게 크게 한 스푼을 넣었는데도 조금 맹맹(?)하게 느껴지는데 짭짤한 바깥 된장찌개는 된장이나 쌈장, 혹은 다시다를 얼마나 많이 넣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짠 양념을 조금이라도 덜 먹게 된다. 음식을 직접 만들 때의 장점이기도 하다.


쌈장이 들어간 된장찌개와 함께 고기를 먹을 때, 고기에는 아무것도 찍어먹지 않거나 와사비를 조금 찍어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고기와 함께 된장찌개를 먹으면 그 맛이 고기에 쌈장을 찍어먹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쌈장을 넣은 된장찌개.

덧.

빠른 집밥을 위한 한 가지 팁이 있다. 냉장고 안에 자주 하는 요리를 위한 '냉장고 속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나의 냉장고 한 편에는 '된장찌개 코너'가 있다. 먼저 냉장고를 분리해 주는 수납 용품을 산다. 이후 그 안에 된장, 쌈장, 다진 마늘, 애호박, 감자, 두부 등을 한 통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넣어두면 된장찌개를 만들 때 이 통만 꺼내서 요리를 후다닥 하면 되니 아주 편리하다. 살림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냉장고 속 '된장찌개 코너'. 된장과 쌈장, 다진 마늘과 애호박, 두부(초록통)가 한 통 안에 담겨있다. 이렇게 한 통에 한 가지 요리를 위한 준비물을 넣어두면 요리할 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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