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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리 Mar 23. 2024

대가족 시댁에서 즐겁게 살아남기

시누이 넷, 아주버님 하나, 도련님 하나

남편은 일곱 남매 중 다섯째이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대가족인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시댁에도 장단점이 있다. 오늘은 시댁 <희망 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댁은 끈끈한 정이 없는 만큼 떨어져 있을 땐 개인 생활을 존중받고 터치하지 않지만 (이 부분은 단점도, 또는 장점도 될 수 있는 듯하다.), 한번 모이면 동네잔치라도 연 것 마냥 왁자지껄하다. 일곱 남매 중 세 명이 결혼했는데, 각 배우자와 연인 (한국과는 달리 연인도 가족 모임에 쉽게 참석한다.)까지 모이면 손주 하나 없이 열넷에서 열다섯은 금방 모인다.


이렇게만 들으면 며느리 입장에서 굉장히 버거운 숫자 같지만, 남편이 어린 만큼 그의 형제자매도 다 비슷한 또래이기에 가족 모임보다는 어디 교회 수련회에 간 느낌이랄까, 놀고 먹고의 반복이다. 사람이 많으니 돌아가면서 눈치껏 한두 번 식사 준비를 도와드릴 때가 아니면 베짱이가 따로 없다. 시댁은 시댁인지라 당연히 내 집 같지는 않지만, 며느리라고 일을 덜하면 덜 했지 더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시부모님께는 그저 아이들일 뿐. 남편을 학창 시절 만났다 보니 그의 형제자매들 또한 다 나와 같은 중고등학교 동창들이다. 같이 자라 온 우리는 성인이 돼서도 한결 같이 참 유치하게들 논다. 확실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댁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는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작년 여름, 미국 독립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다 같이 사흘 가량을 보냈다. 나름 명절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명절과는 다른 집과는 사뭇 다르다. 시부모님 댁은 호수 앞에 있는데, 모두 집으로 모여 매일 같이 물놀이를 나갔다. 하루 종일 호숫가에서 수영하고, 비치 발리볼 하다 집에 들어와 밤까지 보드게임이나 수다를 떨며 노는 것이 일정이라면 일정이었다. 사귄 기간이 꽤 되는 데다가 혼자 타국살이를 하다 보니 몇 년간 온갖 가족 행사에 가족 여행까지 다 쫓아다녔는데, 항상 이랬다. 현실적인 문제들은 잠시 덮어두고, 아이들처럼. 그러고 보면 30대가 된 큰 언니도, 겨우 20살이 된 막내도, 아직 동심이 살아있나 보다.


사람이 많은 만큼 마찰도 많다. 어린 만큼 미성숙하다. 그러니 가끔씩 피어 나오는 상처도, 원망도, 무시도, 언젠가는 다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


지금 당장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인 우리는 눈을 질끈 감고 호수에 뛰어든다.



본래 쓰던 매거진을 정리하며, 댓글들이 너무 소중해 옮겨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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