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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Mar 08. 2016

보헤미안들의 마을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 노래하는 순례자들

https://youtu.be/XZHB5U6YcbQ

까리온의 성당에서 순례자들과 함께 불렀던 '길 위의 성모 마리아'

Santa María del Camino

Mientras recorres la vida tú nunca solo estás, 
contigo por el camino Santa María va.
Ven con nosotros al caminar, Santa María ven. (bis)

Aunque te digan algunos que nada puede cambiar, 
lucha por un mundo nuevo, lucha por la verdad.
Ven con nosotros al caminar, Santa María ven. (bis)

Si por el mundo los hombres sin conocerse van, 
no niegues nunca tu mano al que contigo está.
Ven con nosotros al caminar, Santa María ven. (bis)

Aunque parezcan tus pasos inútil caminar, 
tú vas haciendo caminos, otros los seguirán.

Ven con nosotros al caminar, Santa María ven. (bis)


[8.3 일요일 / 걸은지 17일째] 까미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길을 걸은 것이 어제였다면, 이 날은 까미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사를 드렸다.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라는 마을에서였다. 

광장 곳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마을 주민들과 순례자들, 성당의 미사 중에 노래로 순례자들을 응원하던 수녀님들,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들려주던 나타나엘 등 왠지 이 보헤미안들의 마을에서는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묵었던 조용했던 클라라 봉쇄수도원만 빼고.


이른 아침, 작은 마을 보아디야를 빠져나와 조금 걸으니 얼마 안가 작은 운하가 나왔다. 까스티야 운하. 프로미스타까지 물길을 바라보며 걸었다.

운하가 끝나는 지점. 프로미스타 역이 보이는 작은 공원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토마스였다. 그 공원에서 홀로 야영을 한 모양이다.

"어제 한국사람들하고 바베큐파티 했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자랑을 시작했다.

"함께 파티한 사람 중 하나가 Kang을 안다고 했어"

누구였을까?

걸으면서 또 만나기로 하고 먼저 마을로 들어섰다. 작은 마을이지만 기차역도 가진 프로미스타는 1066년 지어진 산마르틴 성당이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을 그냥 통과했다. 그동안 너무 늑장을 부렸으니 열심히 걸을 생각이었다. 까리온까지는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도로 옆으로 난 길이 이어졌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진다

지쳐갈 무렵, 길 건너편으로 까리온 진입로가 나온다. 삼거리에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있고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그 길로 접어들면 이 날 묵게 될 산타클라라 수도원 알베르게다. 짐을 풀고 나의 생일을 축하할 겸 마을 성당으로 향했다. 산타마리아 광장에 있는 'Santa Maria del Camino' 즉 길 위의 성모마리아 성당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보호자인 '길 위의 성모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한 순례자들의 안식처다.

성당 안 산티아고 동상과 그림 앞에 기원을 담은 촛불이 가득하고 성모상 주변에도 사람들이 모여있다. 성당의 문과 연결된 광장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순례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광장의 노랫소리, 그리고 까리온의 거리는 활기에 차 있었고 대도시와는 다른 순례자들만을 위한 기운이 가득했다. 시에스타(낮잠시간)에 빠진 까리온의 거리에서 마주친 나타나엘의 피리소리도 귀에 생생하다. 그의 피리소리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나는 폰페라다의 한 악기상에서 작은 피리를 하나 장만했다. 물론 나타나엘이 들려준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왔다.

산타마리아 성당의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 참석했다. 스페인어로 진행된 미사가 끝날 즈음 주임신부님은 순례자인 어느 남자 수도자와 함께 순례자 모두에게 일일이 안수를 해주었다. 그동안 수녀님들은 기타를 치며 순례자들을 위해 노래해 주었다. 그 분위기는 너무도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모두들 미사 후에도 그 느낌을 만끽하며 성당을 나서질 못할 정도였다. 미사의 끝에는 그동안 까미노의 성당들에서 가끔 듣기만 했던 'Santa Maria del Camino' 라는 노래와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Salve Regina'를 다 함께 불렀다. 나도 처음으로 가사가 적힌 쪽지를 받아들고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전체일정]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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