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 Jan 26. 2016

여섯 도시 이야기

Alto del Perdon 의 이정표

까미노의 상징과도 같은 페르돈 고개(Alto del Perdon),

그 고갯마루에는 철제로 된 순례자상과 함께 세계의 여섯 도시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하나 서있다.

그 여섯개의 도시는

스페인의 Santiago de Compostela(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550km)

브라질의 Sao Paulo(상파울루 / 8,500km / 남미)

미국의 Nueva York(뉴욕 / 5,800km / 북미)

남아프리카의 Ciudad del Cabo(케이프타운 / 8,800km / 아프리카)

독일의 Berlin(베를린 / 1,600km / 유럽)

그리고 Santiago의 반대편, 대한민국의 Seul(서울 / 9,700km / 아시아)이다.

이 길 위에서 서울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수도가 아니었던 거다.

어째서 도꾜도 베이징도 아닌 서울일까?


까미노를 걷다 보면 유럽인들로부터 꼭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이 길에 한국인들이 왜이렇게 많은거야?"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한국은 가톨릭 국가야?" 라고 묻기도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까미노에서는 하루에도 몇사람씩 한국사람을 만나게 된다.

렌터카 여행 일주일을 포함, 40여일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길 위에서

내가 만난 한국사람의 숫자만 적어도 50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어떤 날은 여기가 과연 스페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을 자주 마주한 적도 있다.

때마침 여름휴가철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독 길 위에 한국사람은 넘쳐난다.

같은 기간 내가 만난 일본인은 단 두명. 중국인은 없었다.

그 많다는 이탈리아인도 십여명에 불과했다.

이 길을 세계적으로 알렸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나라 브라질 사람은 단 한명 만났다.


그들의 질문에 대부분의 한국사람이 파울로 코엘료의 영향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코엘료가 유명하다 한들(심지어 코엘료의 나라 브라질 상파울루는 서울보다 1,200km나 가깝다) 한국사람이 유독 이 길을 많이 찾는 이유로 적당하지 않아 보였다.


내가 이 길을 걸었던 2014년. 한 해 동안 이 길을 걸은 순례자(순례증서를 받은 사람) 237,886명 중 한국인은 이탈리아인(20,241), 독일인(16,345), 포르투갈인(11,655), 미국인(11,577), 프랑스인(9,345), 아일랜드인(5,020), 영국인(4,395)에 이어 여덟번째로 많은 3,840명이었다.(스페인 제외/스페인 산티아고순례자사무소 공식자료)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볼 수 있는 2013년도 역시 한국인은 독일,이탈리아,포르투갈,미국,프랑스,아일랜드,영국,캐나다,호주,네덜란드에 이어 열한번째로 많은 2,774명이 이 길을 걸었다.

같은 해 일본인이 840명, 중국인이 431명 이 길을 찾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코엘료의 나라 브라질 사람은 그 해 2,431명이 걸었다.


길에서 만났던 이탈리아인 소르사 할머니 부부와 벨기에 청년 토마스 역시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그냥 이렇게 답했다.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좀 좋아해"


어쨌든 나 역시 이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마법처럼 주변의 환경들이 이 길로 나를 떠미는 신비한 체험을 했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나는 왜 갑자기 이 길에 끌렸던 걸까?

[일정보기] http://brunch.co.kr/@by1732/2

매거진의 이전글 [Prologue]나는 지금 LE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