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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Jan 27. 2016

순례자 터미널

바욘(Bayonne)에서 만난 사람들이 까미노의 친구가 된다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오스테흘리츠 역에서 밤새 달려가는 열차를 탔다. 나름 머리를 굴린답시고 침대차를 끊었는데 의자가 더 편할 뻔 했다. 3층으로 된 침대차라니. 침대에 앉을 수도 없고 움직임도 극히 제한된다. 덕분에 객차 복도에 나와 빵을 먹다가 한국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는 까미노의 길 위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열차는 성모발현지로 유명한 루르드를 지나 아침 일찍 바욘에 도착했다.

바욘은 까미노데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피드뽀흐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는 환승지인 셈인데, 낯선 도시에 왔으니 바욘 시내를 둘러보는건 예의일 것이다. 다리를 건너 시청과 대성당 부근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역으로 돌아오는데 두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바욘에서 생장 행 기차를 타는데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머쓱한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바욘 역에서 만난 사람들이 금새 친해지고 같이 걷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생장피드뽀흐까지 가는 동안 이미 길벗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람들끼리 길벗이 되는 일이 많지만 영어가 되는 사람들은 여기서 외국인과 길벗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열차는 Cambo-les-Bains(껑보레방) 이라는 작은 마을까지만 운행했다. 생장피드뽀흐역이 새단장 중이기 때문이었다. 껑보레방에서는 버스로 갈아탔는데 구불구불한 피레네의 북사면을 따르는 길이 무척 아름답고 스릴 넘치는 경험이다.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시작점인 생장피드뽀흐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무렵이다. 이미 순례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성큼성큼 앞서 걸으면 초행인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의 뒤를 따라 시타델 거리에 위치한 순례자사무소에 도착하게 된다.

생장에서의 저녁을 즐기라.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터이니

[일정보기]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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