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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Jan 28. 2016

롤랑의 전설, 론세스바예스

[첫날] 피레네에서 마주친 중세 영웅들

[7.18 금요일 / 첫날]

까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

생장의 고요하지만 들떠있는 아침을 뒤로 하고 시타델 거리를 벗어나면서 순례자는 첫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나폴레옹길과 발카를로스의 길. 영웅 나폴레옹을 따르면 피레네 산맥의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하고 발카를로스길을 따르면 비교적 완만하지만 조금 더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처럼 또 중세시대 영웅(물론 기독교 역사속 영웅일 뿐이지만)의 이야기가 여전히 남겨진 이바녜타 언덕을 만날 수 있는 나폴레옹길을 따랐다.


첫째 날 무심코 넘게 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피레네. 끝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내 돈 내고 이 고행길을 뭐하러 왔을까?" 라는 생각이 한번쯤 들 수도 있다.

날씨도 변덕스러워서 금방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고 있었는데 바람 한 무리가 스쳐지나자 청명한 하늘과 푸른 오리손봉우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비를 맞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리손 알베르게를 지날 즈음이면 순례자는 몸도 마음도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어쩌면 그 상태가 바로 까미노에 적응되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오리손 알베르게를 지나 봉우리의 남서쪽 사면을 돌 즈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끄트머리 바위능선에는 누군가 모셔다 놓은 비아꼬리 성모상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누구라도 이 곳에서 문득 만난 성모마리아께 자신의 순례길을 의탁하지 않겠는가.

길은 피레네의 능선을 타고 이어진다. 커다란 나바라의 비석을 만나게 되면 프랑스를 벗어나 스페인 땅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만나게 되는 샘이 바로 중세시대 영웅을 노래한 대서사시 "롤랑의 노래 La Chanson de Roland"의 주인공인 롤랑의 샘이다.

롤랑의 노래에서는 팔라딘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영웅답게 죽어갔는지 열정적인 어조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슬람 명장 중에서 아엘로치, 부르고사, 파르세론, '말타기의 명수' 그란도아스 등 많은 전사들이 모두 론세스바예스 고개에서 죽음을 맞았다. 롤랑은 샤를마뉴로부터 커다란 뿔나팔를 건내 받았었는데, 언제든지 자신이 위험해 쳐해 있을때 뿔나팔를 불면 샤를마뉴가 그것을 듣고 도우러 달려 올것이라고 샤를마뉴가 약속한 물건이었다. 적의 숫자가 많음을 알아본 롤랑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12기사중 올리비에는 롤랑에게 뿔나팔를 불것을 권하지만, 롤랑은 자신이 아직 위험해 빠지지 않았고 더더욱 그의 의부까지 위험에 빠지게 할 수없다며 권유를 거부하였으나 결국은 나중에 뿔나팔을 불었다. 얼마나 세게 불었는지 롤랑의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세번재 불었을 때 뿔나팔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샤를마뉴는 그 뿔나팔의 소리를 듣고 즉시 간느롱을 체포했다.

싸움은 거의 종결로 흐르고 있을때 올리비에는 싸움 도중에 눈을 다쳐서 소리를 의지하여 오트클레르를 휘둘렀다. 얼마나 처절했으면 같은 팔라딘들을 공격할 정도였다. 모든 팔라딘과 프랑크군이 다 쓰러지고, 홀로 남겨진 롤랑은 근처 연못으로 말을 몰아갔다. 그의 말인 브리글리아도르는 연못에 도착하자 힘이 다해 쓰러져버렸다. 이때 이슬람군이 자신을 표적으로 끊임없이 몰려오고있었다. 이에 롤랑은 자신의 검인 뒤랑달 만큼은 넘겨주지 않기 위해 옆에 있는 바위를 세게 내려쳐 부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짓을 3번을 해도 뒤랑달은 흠집 하나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바위가 동강나고 주변의 지면이 갈라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적을 베어나갔다.(일부 문헌에선 칼이 부서지지 않자 죽기 직전에 이를 자신의 몸 아래 깔아두어 숨겼다고 나오기도 한다.) 이후 샤를마뉴가 도착했을때는 10명의 팔라딘과 후위부대는 이미 전멸해 있었다.  - 나무위키 '롤랑의 노래' 中

778년 8월15일, 샤를마뉴 대제의 후위부대가 스페인 땅 사라고사(사라센 왕국)의 왕 마르실의 거짓 항복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롱스보(Ronceveaux-스페인어로 론세스바예스) 계곡에서 몰살당하게 된다.

이 때 프랑스의 영웅 롤랑이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가 바로 '롤랑의 노래'의 큰 줄기이다.

롤랑의 샘을 지나면 레포에데르 고개를 지나 샤를마뉴와 롤랑을 기념하는 이바녜타 언덕에서 롱스보 계곡을 내려와 론세스바예스에 다다르게 된다.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는 피레네의 론세스바예스는 오로지 산티아고 순례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웅장한 수도원 성당의 모습과 옛 수도원을 개조한 순례자 숙소에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이곳은 처음 만나는 천국이 되어준다.


*'롤랑의 노래'는 옛 프랑스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그 전문을 읽어볼 수 있다.

http://www.hs-augsburg.de/~harsch/gallica/Chronologie/11siecle/Roland/rol_ch00.html

* 피레네의 웅장한 자연 속에 누워 풀뜯는 양떼들을 보며 바람의 노래를 감상하는 것은 곧 관상이 된다.

롤랑의 샘
론세스바예스의 수도원 알베르게

[전체일정] https://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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