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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구거투스 Aug 28. 2016

[기록] 교과세특의 미흡한 사례와 그 보완책

제주진학지도교과교육연구회에서 제시한 사례를 중심으로(1)

'인터넷 교육신문 에듀진'을 통해 <과목별·개인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재요령>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의 미흡한 '사례'와 그에 대한 '피드백'이, 제주진학지도교과교육연구회의 변태우 교사(대정여고)를 비롯한 연구회 선생님들이 제시한 것이라고 하며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흡한 사례'라고 하면서 비판적인 피드백만 해 놓았을 뿐 해당 사례에 대한 보완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각각의 '피드백'에 대한 저의 생각과 함께 그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해 봅니다. 원래 기사에 실려 있던 '입력 사례' 및 '피드백'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저의 생각과 보완책은 그 밑에 각각 제시하였습니다.



사례#1. '자주 질문하는 것'이 '노력하는 모습'?


세계지리: 흥미를 갖고 지리 과목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학생으로 모르는 개념이 있으면 바로 교무실로 찾아와 즉시 자신의 궁금증을 확실하게 해결함으로써 개념을 정립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임.

[피드백] 

학생의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없다. 모르는 개념을 바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여 궁금증을 해결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이것은 자기주도성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아마도 위의 [입력 사례]를 기록한 교사의 의도는 '모르는 개념을 교사에게 물어보는 것'을 '노력하는 모습'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했을 것입니다. 훌륭한 태도이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지요.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탐구할 수도 있고, 교사에게 질문한 결과물들을 콘텐츠화 해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요소가 빠져 있으니, 평가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여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례#2. 공부하는 이유가, 문제를 잘 맞히기 위해서?


수학Ⅱ: ‘수학의 바이블 미적분’을 통해 미분, 적분 및 확률에 대한 개념을 미리 잡은 다음에 ‘쎈 수학’ 및 여러 전국연합학력평가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여러 유형의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높임. (중략)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어보면서 수능에 대한 적응력을 높임.

[피드백] 

수학 교사마저도 학생이 수학을 배우는 목적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고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목적의 측면을 고려하여 이와 관련된 학생의 학습 활동 과정과 지적 능력을 드러내 주어야 할 것이다.


▲ 고등학교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열심히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목적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 언급된 노력쯤은 어느 정도 수준의 학생들은 다 하는 것들이지요. 특별한 게 아닙니다. 특히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중요한 전공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수학을 정말로 좋아해야 하고, 그 내용이 언급되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원리를 정리하였다거나, 문제집의 잘못되었거나 부족한 풀이를 보완하는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한 학생이 있다면, 이러한 부분을 드러내 줘야 합니다. 평가자들이 찾는 내용은 객관식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라, 해당 학문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 능력입니다.




사례#3. 해당 교과목의 특징과 맞지 않는 기록


화법과 작문: 문학 작품 감상 능력과 비문학 제재에 대한 독해력이 뛰어나고, 토론 수업에서 토론의 과정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 흐름을 조율하는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학생임. 또한 평소 책 읽기를 즐기며, 특히 경제, 수학, 과학 영역과 관련된 독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글로 써보는 등 독후 활동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

[피드백] 

국어 교과에 속한 다른 과목(문학, 독서)과 관련된 내용이 서로 섞여 제시되고 있다. 그리하여 정작 해당 과목(화법과 작문)에서 학생이 직접적으로 어떠한 역량을 발휘했는지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 교사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내었을 때 위와 같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문학 작품 감상 능력과 비문학 제재에 대한 독해력'은 수능 문제풀이능력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아서, 위의 '수학 II' 교과의 [사례#3]에서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을 잘 관찰하여 친구들에게 말하는 태도와 습관을 기록해 두거나, 작문 과제를 2~3차례 내주어 학생이 지닌 생각의 특징이나 글의 변화 양상을 제시해 주면 보완이 될 것입니다. 

만약, 해당 교과목과는 부합하지 않지만 관련 교과에서 학생의 주목할 만한 능력과 실적이 있다면,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링크 참조)




사례#4. 노력 없이 처음부터 잘했다?


실용영어Ⅰ: 영어 듣기, 말하기 능력이 탁월하며 영어 구문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고, 빠른 속도로 직독, 직해가 가능하며,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고 있음.

[피드백] 

학생이 어떤 식으로 학교 수업을 통해 성장해 나갔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원래부터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라는 인식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 원래부터 잘 하던 아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하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을 기록하면 보완이 될 것입니다. 한편 '탁월하며', '이해도가 남다르고', '빠른 속도로 직독, 직해가 가능하며', '풍부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제시되어야만 학생의 우수성이 더욱 뚜렷해져서 기록된 내용의 설득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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