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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n 27. 2015

내가 생각하는 공무원 시험이란?

나는 사실 공부를 잘 한다. 그 사실을 중학교 때 알았는데 그때 성적이 꽤 상위권이었다. 공부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평소에는 놀다가 시험 다 돼 가서 범위 바짝 보고 시험 쳐도 문제 대충 다 맞힌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자랑이 아니다. 그냥 나 같은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좋은 애들이 있다.

 

내가 공무원 시험 처음 준비할 때도 1년 만에 될 줄 알았다. 난 웬만한 자격증 시험도 한 번에 바로 붙었기에 그것도 그런 줄 알았다. 반대로 좀 비관적이며, 자격증 시험도 꼭 첫 번째는 떨어지는,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후배가 있었다.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 아이는 나보다 도서관에 일찍 와서 나보다 늦게 집에 갔다. 나는 저녁 8시가 되면 다 마무리 하고 집에 가서 쉬면서 여유를 부렸다. 말로는 지금부터 공무원 패턴에 맞추어야 된다고 했지만 사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을 인내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같은 동영상 강의를 반복해서 보고, 또 그것에 많이 의지했다. 나는 기출문제는 자신이 직접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는 기출문제도 동영상 강의에 의지했다. 체계가 없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 아이에게 그렇게 짜임새 없이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늘 뭐라고 하였다. 우리는 모의고사 점수는 비슷하게 나왔다. 그 아이의 공부 양이 훨씬 많았기에 그녀는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고 불안이었다. 나에게 한 번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만약 내가 공무원 필기 합격하기 전에 선배가 먼저 합격하면 면접보지 마라” 이런 말도 하였다.

 

그런데 실제 공무원 시험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전까지 봤던 시험과는 달랐다. 시험 범위도 걷잡을 수 없었고 난이도 자체도 높았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불리했다. 나는 이론 중심으로 공부했지만 그런 원론적인 것도 다 필요 없었다. 그냥 블랙홀 같이 변칙적인 문제들이 별처럼 쏟아지고 어떻게든 그것을 맞히는 자가 승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게임에서는 공부는 못하지만 그냥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던 사람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려운 공무원 시험 문제를 맞히는 사람을 동경하지만 사실은 답을 맞히는 사람도 그것을 알고 푸는 것이 아니다. 그 특유의 ‘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수많은 기출문제를 서예처럼 멍 때리며 풀었던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촉’이 폭발할 때 우주의 신비에 가깝게 찍은 것이 다 들어맞는다. 공무원 시험은 그런 것이었다.

 

공부를 비효율적으로 했지만 끈질겼던 그 아이는 결국 공무원이 되었고 나는 쓰라린 패배를 보았다. 나는 그 이후로 방황했고 그 아이는 자유를 얻어갔다. 사실 그 아이도 공무원이 되기까지 꼬박 3년 걸렸지만 공무원 시험 떨어진 다음날도 공부를 할 정도로 성실했고 독했다. 공무원 시험은 결국 공부를 잘하는 것도 요령도 다 필요 없었다. 악몽 같은 세월에도 심리적으로 데미지 받지 않고 잘 버티는 사람이 합격하는 것이 공무원 시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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