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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an 04. 2022

나의 맥주 친구들

볼파스 앤겔만과 타이거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아마도 맥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건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부터였던 거 같다. 한낮뿐 아니라 밤 기온도 후덥지근한 열대의 나라에서 지극한 기쁨 중 하나였던 ‘맥주 마시기’는 타지에서 먹는 신라면을 능가하는 ‘영혼을 위로하는 맛’이었다. 맥주잔에 얼음을 하나 동 띄워서 망고를 대충 썰어 함께 먹는 맥주는 열대의 기온에 탁해진 피를 맑게 해주는 기분이 들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내게 선물했었다. 결국 뱃살의 주범이 되곤 했지만 지금도 타이거를 마트에서 발견하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운 거를 보면 꽤나 위로를 받았었나 보다.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서 쇼핑몰의 제일 구석진 자리 non halal 표지 밑에 있는 맥주를 구매하거나 마시는 일은 왠지 눈치가 보였었다. 그래서 으레 맥주를 살 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해 스무 캔을 짝으로 구매해서 쟁여놓고 마셨다. 냉장고에 그득한 타이거를 볼 때마다 ‘음하하’ 부자 미소를 짓게 했던 잊지 못할 말레이시아에서의 추억이다.     


 리투아니아는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더 많이 맥주를 사랑하는 나라다.

아니 맥주보다는 술을 사랑하는 나라인 것 같다. 마트의 세줄 정도는 맥주, 위스키, 와인, 샴페인이 그 위상을 뽐내며 주인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종류도 종류이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맥주병이나 맥주캔의 디자인이었다.

먼저 나의 첫 번째 맥주 친구가 된 'Volfas angel man'

‘아니 뭐 이런 고급진 맥주가 있어’ 하며 캔 위를 덮어놓은 은박지와 캔 디자인에 현혹되어 시리즈를 종류별로 다 주워 담아 왔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양조장은 리투아니아의 두 번째 도시 Kaunas에 있고(카우나스에 가게 되면 꼭 양조장 투어를 가봐야겠다) 맥주 양조장의 전신이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아주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진 맥주 브랜드란다. Wolf Engelman은 IBWolf와 Engelman 양조장을 병합하여 1927년부터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브랜드로 시작되었다. 이 맥주 브랜드는 슬픈 리투아니아 역사와 함께 러시아의 국영 맥주공장이 되었다가 1994년 민영화 되었다. 이후 주변의 여러나라에 주인 자리를 내주었다가 현재는 핀란드 회사 Olvi Plc이 1999년도 부터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유일한 맥주 브랜드로, 2011년 두 양조장의 설립자의 이름을 딴 ‘볼파스 엔겔만 (Volfas angel man)'이란 브랜드 이름을 다시 살렸고 리투아니아 맥주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1930년대 IB Wolf-Engelman의 맥주 로고 출처: https://volfasengelman.lt/istorija/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맥주는 IPA 맥주인 NEIPA였다. NEIPA는 불파스 엔겔멘의 Beer Letters 시리즈 중 하나로 IPA, POTTER, ALE, LAGER 맥주의 상징적인 나라의 우표 라벨의 모양을 패키지 디자인으로 가져왔다.

   미국의 New Engleland IPA 맥주 스타일이라는 NEIPA 의 맛은 홉의 향이 강하고 멜론과 귤향이 나는 산뜻한 맛이다.

IPA 와 LAGER 팩키지 디자인. 각각의 기원이 된 도시의 우표디자인을 가져왔다는데 디자인이 정말 예사롭지 않다.
사진 출처: https://volfasengelman.lt/같은 시리즈은  PALE ALE과 POTTER

영국넘들이 인도까지 가는 길에 맥주 맛이 상하니까 홉을 많이 넣고 방부처리를 한 데서 IPA(Indian Pale Ale:IPA) 맥주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기원은 씁쓸하지만 가볍고 향이 좋은 IPA맥주는 쓴맛이 덜하고 상큼한 맛 덕에 여행지나 알 수 없는 언어의 메뉴판을 마주하게 되면 믿고 주문하게 되는 맥주가 되었다.

이것은 맥주인가 그림인가? 나라전체 디자인 감각에 엄지척 하게되는 예쁜 맥주병들

리투아니아에서는 망고 대신 주로 치즈를 썰어서 같이 먹는다. 이 나라를 찾는 누군가에게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3가지 음식을 들라고 하면 치즈, 맥주 그리고 감자요리라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대답을 하고 싶다. 맥주를 동그란 맥주잔에 쪼르륵 따라서 전자레인지에 15초 돌린 녹진녹진해진 고다치즈와 함께 먹으면 (이 맛은 텍스춰만은 찹쌀떡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 같은 비슷한 맛을 선사한다.) 쫀득한 치즈 한 입과 향긋한 맥주 한 모금에 또 여기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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