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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20. 2021

아이가 만든 떡만둣국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방학인 아이와 요즘 요리를 함께 해서 먹고 있다. 중학생인 아이는 공부하느라고 하루 종일 집에서 잘 움직이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좀 움직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이도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매 끼니의 요리를 함께 만들고 있다. 오늘 저녁으로는 라면보다 더 간단한 떡만둣국을 아이와 함께 끓여 먹기로 하였다. 아이가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라서 내가 말로 설명하고 아이가 직접 요리하였다.


날이 쌀쌀해서 따뜻한 것이 먹고 싶은 요즘이다. 보통은 내 동생이 사골을 끓여서 한두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담아 얼려서 택배로 보내주는데 올해는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동생은 워킹맘이라 시간이 늘 부족하다. 나는 동생에게 괜찮다고 오뚜기 사골곰탕을 사놓았다고 말을 했다. 아이가 이모에게 "이모가 끓여주는 사골국이 더 맛이 좋아요"라고 응석 부리는 것을 말렸다.





나는 아이에게 사골곰탕 두 개를 가져오게 했다. 아이에게 위에 절단면을 손으로 잘라보게 했는데 아이가 잘 못해서 가위로 자르게 하였다. 아이가 사골곰탕의 윗면을 잘라서 궁중 프라이팬에 부었다.


사골곰탕을 부은 다음에 떡국떡을 넣고 끓였다. 떡국떡이 냉동실에 있었던 것이라서 한참 찬물에 담가놓았다. 우리는 3인 가족이라서 떡국떡을 사놓으면 보통 절반 이상이 남는다. 그것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한동안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떡국떡이 어느 정도 익었는지 아이에게 맛을 보게 하였다. 아이가 먹어보더니 익은 것 같다고 말을 하였고 나는 만두 4개를 넣으라고 말을 하였다. 아이는 만두를 넣고 나무로 된 긴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만두가 들어간 지 1~2분 정도 되었을 때 채 썬 파를 넣고 한 김 올라올 때 불을 끄게 하였다.


아이가 달걀지단을 만든다고 달걀을 3개 꺼내서 풀었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에 달걀물을 부었다.
달걀지단이 잘 만들어졌는데 깜박하고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아이가 달걀지단이 뜨겁다고 만지는 것을 힘들어해서 자를 때 좀 두껍게 되어버렸다.





달걀지단이 두껍게 잘리긴 했지만 아이가 정성껏 만든 것이라서 내 눈에는 잘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이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오늘 아이가 떡만둣국을 처음 요리해 보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다.
아이가 라면 끓이는 것보다 요리 과정이 더 쉽다고 말을 했다.


나와 아이는 김치를 꺼내고 둘이 마주 앉아서 떡만둣국을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아이가 열심히 만들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에는 정말 맛이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서 외식도 못하고 있다. 아이와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만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요리를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가 나에게 몇 가지 요리를 배운 것을 틈틈이 끼니때마다 만들어 준다. 달걀찜은 이제 내가 말을 안 해도 아이가 혼자서 척척 잘 만든다. 오늘 낮에는 아이에게 샐러드 만드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칼질이 서툴지만 아이는 잘 해내었다.


지루한 일상에서 요리라는 예측불허의 변화를 나와 아이는 즐기고 있다. 내가 요리를 잘 못해서 완성된 요리가 맛이 없어서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예측불허의 상황이 매일 반복되는 조금은 지루한 일상에 이벤트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요리는 오뚜기의 힘이 컸다! 오뚜기 사골곰탕은 어떻게 해도 맛이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아이가 달걀찜을 달걀 수프처럼 만들었다. 아이가 물을 많이 부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을 했다. 나와 아이는 먹어도 되는지 한 숟가락 먹어보았더니 생달걀은 아니고 익은 것 같긴 해서 그냥 먹기로 하였다.


나와 아이는 달걀 수프 모양을 하고 있는 달걀찜에 밥을 말아서 비벼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너무 괜찮았다. 눈이 마주친 나와 아이는 "맛있다"라고 동시에 말을 했다. 평상시 먹었던 달걀찜 맛과 거의 동일했다. 다만 수프처럼 부드러울 뿐이다. 오히려 밥에 비벼 먹는데 수프처럼 부드러운 느낌도 괜찮았다. 그래서 나와 아이는 그 상황이 어처구니없지만 재미있어서 웃은 적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도 어떤 일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될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거나 또는 그 일을 계기로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다.


나는 아이가 요리를 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또는 성공도 해보면서 작은 인생을 경험하고 배우기를 바란다.



아이가 요리를 실패해도 수습하거나 다시 요리를 새로이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지구별 여행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생각보다 일이 잘 안될 때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아이가 가지게 되기를.








http://brunch.co.kr/@juwelri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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