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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24. 2021

아이의 타블렛

오늘 아이에게 너무나도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주말에 아이는 1년 동안 모은 돈에서 72만 원을 나에게 주었다. 그 이유는 아이 대신 타블렛을 내가 인터넷에서 카드로 결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전자제품 쪽은 잘 몰라서 신랑에게 부탁을 했고 아이와 아이 아빠는 함께 앉아서 타블렛을 구매했다.


아이는 이 타블렛을 사려고 일 년 동안 부지런히 돈을 모았다. 나는 책의 종류에 따라서 아이가 읽으면 돈을 주는 액수를 정해 놓았다. 지극히 이과 성향을 지닌 아이는 주로 과학과 수학 관련 책만 읽으려고 하였고 나는 아이가 별로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종류의 책을 읽게 하고 싶어서 교육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아이와 합의한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불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는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책을 읽어서 소정의 돈을 벌어서 모았다.



아이가 가장 크게 돈을 버는 방법은 "성적장학금"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대학에서는 성적장학금이 있고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에게 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장학금을 준다고 명시했다. 과목별로 100점을 받으면 2만 원, 하나 틀리면 1만을 책정하였다. 수행평가로 진행하는 과목은 성적표가 나오면 함께 장학금을 준다고 하였다.


작년에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 때문에 아이는 학원에 다닐 수 없었다. 작년 2월부터 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아이 아빠에게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평일에는 나에게 나머지 과목을 도움받고 있다. 아이는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지만 고등수학도 선행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아이는 타블렛을 가지고 싶어 했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학교에서 전 과목 A로 학업우수상을 받아왔다. 나는 아이에게 내 기준으로 거액의 돈을 성적이 나올 때마다 장학금으로 었다!


아이는 일 년 동안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은행에 50만 원을 저금하고 72만 원인 타블렛도 본인 돈으로 구매를 하였다.
일 년 동안의 기다림은 아이에게 "인내"를 가르쳤고 어떤 물건을 얻으려면 반드시 정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이는 알게 되었다.


오늘 그 타블렛이 배송되어 오는 날이었다. 아이는 마음이 설레어서 계속 택배 아저씨를 기다렸다.

택배가 도착을 했고 아이는 언박싱을 했다!





아이는 너무 설레어서 본인이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었다. 내가 조금만 만지려고 해도 아이는 극구 나를 말리면서 본인이 하겠다고 하였다. 엄마가 잘못 만져서 망가질 수 있다는 아이의 염려가 컸다. 평소 나는 전자제품을 조금 함부로 다룬다. 그걸 아는 아이는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포장을 풀어서 타블렛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아이는 한참 이렇게 두고 구경을 하였다. 일 년 동안 본인이 이 타블렛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과정이 생각나는 듯 아이는 타블렛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마도 아이는 오랜 기다림에 받은 이 타블렛이 너무 기쁘고 꿈처럼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조금만 만져도 아이는 화들짝 놀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해서 일부러 타블렛을 더 만지면서 아이를 놀렸다. 아이가 토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장난을 멈추었다.





아이는 노트북과 타블렛을 연결해 기능을 살며 보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을 그리면서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처음에 아이가 타블렛을 가지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 나는 큰 액수의 돈이 드는 것을 아이에게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사줄 수는 없었다. 나는 아이가 돈에 대해서 소중함을 알기를 원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 돈을 모으는 그 과정을 아이가 배우기를 바랐다. 나는 아이에게 "인내심"을 가지게 해 주고 싶었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아이의 생일이나 특정한 기념일 날에 선물로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돈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알기를 바랐다. 아이는 집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와 성적장학금에 대한 돈을 나에게 받으면서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친척들에게 받는 용돈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타블렛을 사기 위해서 아껴두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아이는 본인이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지구별 여행을 하면서 뜻하지 않게 받는 선물도 기쁘겠지만 나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 가지게 된 것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기쁘지 않을까.







대표 사진 출처

와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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