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런던 율리시즈 May 31. 2017

예술이 정치에 이용될때...

예술사-미켈란젤로의 '모세'조각상

미켈란젤로의 '모세'조각상

모세의 머리엔 정말 뿔이 달렸을까?

로마에 있는 수많은 성당 중에 이름이 특이한 성당도 몇 있는데 그 중에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San Pietro in Vincoli)’라는 성당이 있다. ‘사도행전’에 나오듯이 베드로 성인이 감옥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이야기에다 이름을 따와서 ‘체인에 묶인 베드로 성당(San Pietro in Vincoli)’이라 불린다. 이 성당은 이태리 유명대학인 ‘라 사피엔자 대학(La Sapienza University)’ 건물 바로 옆에 있다. 이 오래된 성당 안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건축한 르네상스 교황인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이 있고 그의 걸작 ‘모세(Moses)’가 무덤의 중앙 아래쪽에 있다. 그런데 이 모세 조각상에는 머리에 뿔이 두개 나있어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이 조각상을 보면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은 10계명판을 들고 앉아 왼쪽으로 응시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곧 일어설 것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앉아있는 자세만 해도 2미터 30센티미터가 넘어 관람객을 압도하며, 만약 모세가 일서선다고 상상하면 거의 킹콩같은 거인이 될것같다. 또, 그의 바티칸 '시스틴 천장화'의 인물들과 같이 미켈란젤로 특유의 거대한 몸집에다 근육도 울퉁불퉁 나와 있다. 그의 다른 걸작인 피렌체의 우아한 ‘다비드 상’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듯 거룩한 땅에서 신발을 벗어 복종의 예를 보인 순종의 모세와 달리 이 조각에선 샌달을 그대로 신고있다. 견고한 대리석 조각으로 빚은 모세의 팔과 다리에서 에너지가 뿜어나오며, 그 사이즈로 이 자가 유대인들을 이집트로부터 끌고나와 약속의 땅으로 가기위해 광야로 이끈 성서의 영웅임을 보여주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걸세출의 영웅의 모습을 담아낸 표본인것 같다. 그래서  모세의 인상만으로 이 강인한 리더의 본색을 그대로 들어내며 이 조각상의 가장 포인트라 할수있는 섬세하게 쪼아 조각한 모세의 긴 수염은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원석에서 모세라는 형상을 해방시킨 유대인 해방자 모세의 백미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해방자인가 보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 왜 미켈란젤로는 이 유대인의 영웅이며 예언자인 모세의 머리에 뿔을 달았을까? 미켈란젤로가 활동한 르네상스 시기까지 많은 유럽인들은 수세기 동안 모세가 정말 두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었다.  심지어는 모세뿐 아니라 다른 유대인들 모두 뿔을 가졌다고 몰래 퍼뜨리기도 했다. 유대인 차별의 핑계 구실도 했다. 그럼 왜 그렇게 믿었을까?


이는 단순한 ‘번역’상의 오류때문이었다. ‘예레미야(St. Jerome) 성인’은 유명한 ‘불가타’ 라틴 성서를 4세기경에 번역했다. 이 불가타 번역판 구약성서 ‘탈출기(출애급기)’에 따르면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10계명을 받아 들고 내려온다. 그리고 곧 자기 동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에 빠진 것을 목격한다. 이 10계명을 받아 내려오는 모세의 얼굴을 표현(Exodus 34:29)한 문장에 의하면 히브루 말로 카렌(קרן. 크-르-엔) 이다. 하지만 이는 자음일 뿐이고 모음이 없는 이 히브루 언어의 특성상(모음은 후대에 붙여졌다) 두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데 하나는 ‘케렌(Keren.קֶרֶן)’으로 ‘뿔’이라는 뜻이며 다른 하나는 ‘카란(Karan. קָרַן)”으로 원뜻인 ‘빛나는/혈색좋은(shone/was radiant)’을 뜻한다. 즉 어떻게 모음을 붙이느냐에 따라(읽느냐에 따라) 뿔도 될수 있고 얼굴이 빛나는 것으로 번역할수도 있는 것이다.

“... 모세는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자기 얼굴의 살갗이 빛나게 되었으나,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He was not aware that his face was radiant (karan) because he had spoken with the Lord.”! (Exodus 34:29)


이 히브루 단어 ‘카란’이 라틴어 ‘코르누타(cornuta)” 즉 ‘뿔달린(horned)’으로 오역된 것이다. 하지만 히브루와 코이네 그리스어에 정통한 라틴어 성서 번역자, 예로니모 성인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고 반박하는 이도 많다. 성인은 빛나는 얼굴, 즉 서양미술에서 볼수있는 ‘후광’과 같이 빛나는 모습은 오직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만 적용된다고 보았고 그래서 구약의 모세에게는  ‘빛이 나는 얼굴’을 의도적으로 피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쨋든 안타까운 것은 이 오역이 ‘반-유대인’ 정서로 유럽에서 이용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뿔달린 모세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이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그라스의 모세도 두개의 뿔을 머리에 가지고 있고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Vilnius)의 대성당 조각에도 있다.


이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상은 후에 같은 유대인인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1913년에 3주 동안 로마에 머물며 몇번이나 이 조각상을 방문하며 세밀히 관찰했다고 한다. 특히 이 조각상이 주는 감정의 효과에 중점을 두며 매번 볼때마다 어떻게 그 감정의 효과가 변하는지를 관찰했다고 한다. 그는 모세를 중심으로 어떻게 유일신 종교가 발전됐는지를 밝히는 ‘모세와 유일신 종교(Moses and Monotheism)’를 출판,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를 설명비판했다. 또 심지어 이 조각상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모세(The Moses of Michelangelo)’란 제목의 에세이도 썼다. 프로이트보다 훨씬 전인 미켈란젤로와 같은 르네상스인인 미술사가 ‘지오르지오 바사리’에 따르면 당시 로마의 ‘게토’에 살았던 유대인들도 이 조각상을 자기 선조 모세라 인정하고 받아 들였다고 한다. 16세기 이후로는 이 두 뿔에 상관없이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이 주는 에너지와 생명력 때문에 이 작품은 항상 인기있었다고 전한다. 예술이 정치와 종교에 휘말리고 이용될수도 있다는 예를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또 이 작품의 ‘예술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조각: Moses by Michelangelo. c. 1513 – 1515. Marble. 지름: 235 cm (92.5 in). San Pietro in Vincoli, Rome

:::::

머리의 두 뿔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수염을 보라. 거장의 작품임을 금방 눈치챌수 있다.
성당안 무덤 전체 조각들. 모세 조각상이 아래 중앙에 보인다.
'피에타'. 바티칸 성베드로 바실리카 소장

매거진의 이전글 침묵으로 교감하는... 피렌체 미술 기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