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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Oct 22. 2015

아프리카에서 닭을 키우는 소년 '사이먼'

잠비아의 추억 vol.9

아프리카에서 닭을 키우는 소년 '사이먼'


"제 이름은 사이먼 이예요. 잠비아 솔로본 마을에 살아요. 소년이라고 하기엔 쑥스러워요. 벌써 고등학생인걸요."




"세계 3대 폭포요? 그런 건 구경도 못했죠."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나라.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나라. '커다란 수로', '위대한 강'이라는 잠베지 강의 이름을 따 국명을 붙인 나라. 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메마른 나라.


잠비아에 사는 사이먼은 홀로 어린 동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어떻게 하면 닭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이 닭들을 잘 키워서'

동생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옥수수가루를 사서 시마도 만들어 먹어야 하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동생들의 옷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시마는 옥수수가루에 물을 섞어 불에 끓이며 만드는 옥수수 떡 같은 형태의 잠비아의 주식이다.

사이먼과 그의 가족에게 닭은 학교이자, 밥이자, 옷이자. 삶이다.



그 날은 유난히 닭들이 윤기가 흘렀다.

제때에 사료를 챙겨주기 어려운 탓에 닭 스스로 먹이를 찾아먹을 때가 더 많은 잠비아의 닭들은 키운다기 보다는 스스로 자란다에 가깝다.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곳에선 피할 수 없는 닭들의 운명이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잘 살아주는 닭들이 사이먼은 고맙다.


우리도 예전엔 대부분이 농사에 기대어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소를 키워 우리 애들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맛있는 고깃국도 먹이고... 그러니 소야..  소야..  잘 자라라..  아프지 말고... 응?'



사이먼이 닭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우리 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닭들아..  닭들아..  잘 자라라... 아프지 말고... 응?'






사이먼은 내일 닭을 팔러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닭 팔고 오는 길에는 동생들 간식도 조금  사 와야겠다. 막내가 엄청 좋아하겠지? 다시 작은 병아리도 몇 마리 사고.'


이렇게 닭 판 돈을 조금씩 조금씩 알뜰히 모으면 내년쯤엔 자신도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단 꿈을 꾸면서 바라본 닭들은 그날 따라 유난히 윤기가 흘렀다. '안녕... 닭들아..  고맙다.'


새벽에 일어나 장에 갈 생각에 일찍 잠자리에 든 사이먼은 마을 청년들의 외침에 잠에서 깨기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행복한 꿈에 젖어 있었다.



"사이먼!!! 어서 일어나!!! 사이먼!!!"


눈을 떴을 땐 검은 연기가 이미 집안을 모두 채우고 난 뒤였다. 숯을 주 화력으로 사용하는 잠비아 솔로본 마을에선 마을 곳곳에서 숯에 불을 피우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숯에 불이 붙은 지푸라기가 사이먼의 닭장으로 날아든 거다.


닭들이 채 도망갈 새도 없이 지푸라기에서 시작한 불씨는 건조한 닭장안을 모두 삼켜버렸다. 몇 달을 키운 닭들이 불속으로 사라지는 데는 불과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이먼과 그의 동생들의 학교와 밥과 옷이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한 동안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이먼은 슬퍼할 겨를도, 주저앉아 슬퍼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툭 털어 내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니까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야 했다.


잠비아의 하늘


무슨 힘이 사이먼을 일으켜 세웠을 까

세상에 대한 원망도 기도도 모두 저 밤 하늘 위의 별이 되어 밤 하늘을 하얗게 수 놓을 만큼 얼마나 많은 한숨을 삼켰을 까.




어느덧 그 사건도 일 년 전 일이 되었다. 그렇게 일어선 사이먼은 다시 닭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알뜰히 모으면 내년쯤엔 자신도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단 꿈을 꾸면서.


또다시 시련이 와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환한 웃음을 보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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