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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Feb 12. 2022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방황, 고독, 사랑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민음사, 2013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



사람이 태어나고 살고 죽는 일은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의 얼굴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매 순간 슬프고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가까운 가족, 형제, 친구일수록 더욱 그렇다. 눈빛, 표정, 몸짓으로 이야기 나누던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감당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죽음은 더욱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는 '죽음'청춘들의 방황, 고독, 사랑으로 이야기한다.




1987년 발표된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전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또한 36개국 이상에 번역 소개되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적 성과를 널리 알렸다. 우리나라에도 1989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젊은이들의 영원한 필독서로 최장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책은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인의 고독과 청춘들 방황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일본 문학의 대표작이다.



소설은 1960년대 말 고도성장을 이룬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저항 문화가 시대적 배경으로 공존한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기즈키와 그의 여자 친구 나오코, 이렇게 셋이서 특별한 우정을 지속한다. 그런데 이들의 평온했던 열일곱 살은 기즈키의 자살로 뒤틀린다.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그들은 각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방황하며 회복을 위한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와타나베는 나오코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요양원으로 향한다. 기즈키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을 공유하고 있는 나오코와 밝고 거침없이 자신의 인생에 끼어드는 미도리 사이에서 와타나베는 방황하는데...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p.529-530)



스물여섯이던 해였다. 내게 죽음이 삶의 일부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둘째 오빠가 서른셋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오빠는 평소처럼 저녁 식사를 하고 TV를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모두 잠이 들고 새벽녘이 되었을 때, 오빠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실려갔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온 엄마는 오빠가 즐겨 타던 오토바이 헬맷을 끌어안고 우셨다. 나는 오빠가 마지막으로 머물다간 병원을 지날 때마다 가슴 시렸다. 야트막한 담장 너머 병원 장례식장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럴수록 나를 둘러싼  위의 풍경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상실감은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는 세계로 떠나보내는 상실감을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떠난 사람은 말이 없다. 좋았던 기억보다 후회가 더 많이 남는다. 왜 좀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삶은 죽음의 무게를 끌어안고 묵직해진다. 그럼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온기 속에 삶은 회복된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방황, 고독, 사랑 또한 삶 위에서 죽음을 키워 가며 성장한다. <노르웨이의 숲>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삶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책이다.



https://youtu.be/3PiXlkXxX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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