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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Apr 04. 2022

기적을 믿나요?

<나미야 잡화점의 추억>,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21


고민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순간들이 있다. 학업, 직업, 사랑, 질병,  문제 등 개개인의 고민이 다르다. 나는 30대에 '일'과 '사람, '돈' 문제로 가슴앓이를 다.  고통이 극에 달할 즈음 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막막했던 마음이 해소되고 무엇이라도 시도해볼 용기가 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으며, 고민 상담을 통해 기적과 감동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2년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그는 <숙명> <백야행> <방황하는 칼> 등 다수의 저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 일인자이지만 이 책에는 살인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는 1982년 <방과 후> 작품으로 제31회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했고,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이 책 30여 년간 아무도 살지 않는 잡화점에 어느 날 삼인조 도둑이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삼인조 도둑은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몇 시간 전 범행(강도)을 저지르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나다가 외딴집인 줄 알고 잡화점에 들어간다. 외곽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잡화점은 시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이하면서도 기적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 주인에게 보내온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과거의 사람이 보낸 고민 상담 편지를 읽게 되고 어느새 진심으로 걱정하며 답장을 주고받는다. 또 다른 이들의 고민 편지가 이어지고, 서로 다른 편지들이 하나로 연결되 기적과 감동으로 끝맺음한다. 



(...)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답장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할아버지) 편지를 써 보내는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헤아린다. 실수로 넣어 보낸 백지에도 진심을 담아 답장한다. 정답은 없다. 진심 어린 관심이 편지 속에 전해져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다. 소외된 삶을 살아온 삼인조 도둑은 우연찮게 잡화점 할아버지고민 상담을 대신하면삶의 보람을 느낀다. 관심과 위로를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서로에게 기적과 감동을 .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우리들의 삶 속에도 따뜻한 온기 가득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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