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경애의 마음>, 창비, 2018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27쪽)
어려서부터 숱한 사랑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서사를 접한 덕분에 상수는 무수한 사랑을 경험했고 그러는 동안 사랑의 진위나 사랑 후의 죄 없음 - 에 대한 일종의 기술을 터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술과, 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의 독서동아리에서 읽은 필독 인문서들을 적절히 조합해 내린 결론은 사랑이라거나 연애라거나 하는 것에 복무하는 이들이 일종의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통로로 물질 교환이 일어났으며 권력관계가 조성되었고 결국에는 어느 한편이나 쌍방의 착취로 관계가 종료되기까지 끊임없이 성실과 근면을 강요받았다.(152-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