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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Sep 18. 2022

철학이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어크로스, 2021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은 언제일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순간마다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철학(philosophy)은 지혜의 학문이고,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철학은 인생 경험을 통해 만들어내는 사유의 결과물이다. 가깝게는 옛 속담이나 명언 등의 형태로 우리들의 삶을 위로한다. 이렇듯 철학은 우리 인생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좀 더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을 원한다면, 열네 명의 철학자와 함께 떠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 속으로 지혜의 여행을 떠나보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이다. 이들의 삶과 작품 속의 지혜가 우리 인생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 에릭 와이너는 매력적인 글솜씨로 "빌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2020년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NPR 올해의 책, 2021년 종합 베스트셀러 등으로 선정되며 독자들의 쏟아지는 찬사를 받았다.



타 철학서와 달리, 이 책은 기차에 철학과 철학자들을 태우고 여행을 떠나는 낭만적인 철학서다. 저자는 독자와 함께 철학자행 특급 열차를 타고 기차 여행을 하며 삶의 각 단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 등 삶의 각 단계를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으로 구분하여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통찰을 들려준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활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나는 먼 길을 돌아 '질문을 경험'한다는 흥미롭고 묘하게 매력적인 개념으로 돌아온다. 이게 무슨 뜻일까?
  제이컵은 자신이 평범한 질문과 '깊이 있는 질문'을 구분한다고 말한다. 시리처럼 평범한 질문은 표면 위에서 맴돈다. 깊이 있는 질문은 느리고 더 깊이 침잠한다.
  "제대로 질문을 살아갈 때, 저는 질문이 저를 덮치게 둡니다. 그러면 이런 깊이 있는 질문의 상태가 자연히 변화를 불러옵니다."
  "질문을 살아요?"
  "네, 질문을 사는 겁니다.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질문을 품는 거예요. 질문을 살아내는 거죠.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해결책을 찾아버려요."
(68-69쪽)



'질문을 경험한다'는 무슨 뜻일까?

책 속의 '1부 새벽, 2장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에서 "질문을 살아요?"라는 문장이 마음을 붙들었다. 요즘  삶이 질문 속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질문을 품고 질문을 경험하며 질문을 살아낼 여유 없이 살아왔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지 않으면 사람들 속에서 뒤처질까 조바심 내며 고달픈 삶을 살았다. 하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곤 했. 그렇게 헝클어진 삶을 살아오며 질문 속에 표류하고 있는 나에게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질문' '질문을 살아내는' 인생+철학 이야기는 단비와도 같았다.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15쪽)라고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이 말한 것처럼, 어제의 경험은 오늘지혜가 되고 인생철학이 된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인생철학이 있다. 인생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 만들어낸 문장도 있고, 책 속의 밑줄 문장을 끌어안고 살기도 했다. '성공의 크기는 실패의 크기'라는 책 속의 문장이 다시 한번 클로즈업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나를 일으켜 세워준 문장이었다. 한 해 한 해 희로애락의 경험을 쌓으며 나만의 인생철학도 깊이를 더해간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인생의 성장통(growing pains) 위에 시간의 약을 덧바르며 시나브로 성장(growth)하고 있다. 그럼에도 끝나지 않는 인생에 대한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내 삶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철학자행 특급열차에 탑승하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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