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와일드, <여우>, 파랑새, 2012
개와 까치는 친구였어.
개는 까치의 날개였고,
까치는 개의 눈이었지.
어느 날 붉은 여우가 나타났어.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해 버렸지.
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그래도 산다는 건 멋진 일이야!"
하지만 개의 어떤 말도 까치를 위로할 수는 없었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만약 네가 달릴 수 없다면 어떨 거 같아?"
까치는 잠들어 있는 개를 혼자 남겨 두고 여우를 따라나섰어. 여우는 쿨리바 나무를 지나 기다란 수풀 사이를 내달렸어. 울퉁불퉁한 바위들도 가뿐히 뛰어넘으며 전속력으로 달렸지.
"드디어 내가 날고 있어. 진짜로 날고 있다고!"
이제 너와 개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될 거야."
여우는 까치를 혼자 남겨 두고 가 버렸어.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어. 한순간 아주 먼 곳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승리의 소리인지 절망의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