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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Oct 21. 2022

얼굴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R.J. 팔라시오, <아름다운 아이>, 잭과콩나무, 2012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태어나 지금까지 스물일곱 번이나 수술을 받은 아이, 누구든 얼굴을 한번 보기만 하면 악몽을 꾸게 만드는 아이, 괴물, 변종, 구토유발자, 골룸 등 수많은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 하지만 얼굴을 제외하곤 모든 게 지극히 '평범한' 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



사람들은 흔히 '평범'이라는 잣대에 많은 것들을 가둔다. 그 기준에 우선하는 것이 내면보다는 외면일 때가 많다. 외면은 마치 내면을 알기 전에 으레 껏 지나쳐야 하는 출입문 같다. '첫인상 5초의 법칙'이라는 책이 나올 만큼 얼굴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어느 정도는 개인의 노력과 의술의 힘을 빌려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얼굴로 태어나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속에 살아가야 한다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지은이 R. J. 팔라시오는 뉴욕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해 여러 해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그의 데뷔작인 <아름다운 아이>는 출간 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45개 나라에 번역되어 500만 부 이상 팔렸다. E.B. 화이트 리드 얼라우드 상을 비롯해 20개 주 이상에서 상을 받았다. 영화 <원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아름다운 아이>는 뉴욕타임스 선정 118주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우린 모두 기적이야>,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 <원더> 등이 있다.



R. J. 팔라시오의 장편동화 <아름다운 아이>는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짜리 남자아이 어거스트 풀먼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거스트는 얼굴을 제외하면 여느 아이들처럼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평범한 아이다. 하지만 어거스트는 끔찍하게 생긴 얼굴 탓에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움츠러들고 상처받는다. 그렇게 열 살이 된 어거스트가 마침내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가는데...



 “비처는 이렇게 썼습니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 그의 힘이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그리고 또다시, 교장 선생님은 목이 멨다. 교장 선생님은 잠시 양 집게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이윽고 선생님이 말을 계속했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겠죠. 올해 그만의 조용한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킨 그 학생에게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수여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 수상을 위해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어거스트 풀먼!” (p.462)



어거스트는 일 년 동안 사건사고를 겪으며 '아름다운 아이'로 거듭난다. 5학년 종업식에서 교장 선생님의 '학업 우수자 메달 수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수여하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에 어거스트 풀먼의 이름이 불린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킨 어거스트의 용기와 그 위대함을 인정해 주는 다. 이를 지켜보는 친구들과 학부모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와 함께 사진 찍는 걸 부담스러워했던 어거스트가 친구들 속에서 얼굴을 잊고 해맑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평범함이 어거스트에게는 평생 동안 용기로 극복해나가야 하는 소중한 것다.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마세요'라는 표지 뒷면의 문장이 뜨끔하게 가슴을 찌른다. 때때로 보이는 게 전부다, 라는 속된 말에 휩쓸리며 편견 속에 갇혀 있던 시간들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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