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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Nov 03. 2022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2017


아무리 나빠도 우리는 움직인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에 가닿지 못하는,
안식할 곳 없는 우리,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더 가까워진다.
(p.345-346)

 

'온 더 무브(On The Move)'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움직임 속에 모든 가능성이 펼쳐진다.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나빠도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면 원하는 것들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제목 그 자체다. 움직임 속에 저자의 역동적인 삶을 오롯이 담아낸다. 친구이자 시인인 톰 건의 시 '온 더 무브'에 끝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며 진화해 온 자신 열정적인 삶을 함축하여 전한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 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 대학교를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일했다. 2002년 록펠러 대학이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수상했고, 옥스퍼드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는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삶과 연구, 저술 등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의사이자 소설가인 그의 저서로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비롯해 <깨어남> <환각> <색맹의 섬> 등 10여 권이 있다. 그는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향년 82세로 타계하기까지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며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써 내려가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왜 50년이 넘도록 뉴욕에 남아 있는 걸까? 내게 그토록 강렬한 설렘과 떨림을 준 곳은 서부, 특히 남서부였는데? 이제 뉴욕에는 많은 인연이 생겼다. 돌보는 환자들, 가르치는 학생들, 정든 친구들, 그리고 내 정신과 상담의 까지. 하지만 뉴욕에서는 캘리포니아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다. 내가 품는 향수의 대상은 장소만이 아니라 젊음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절, 사랑에 빠졌던,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시절. “미래가 내 앞에 있어.”
(p.148-149)



올리버는 캘리포니아 UCLA 대학을 떠나 뉴욕으로 옮겨간다. 그는 모터사이클로 주말 라이딩을 하며 “캘리포니아에서 누렸던 자유와 환희는 거기서 끝났다”라고 생각한다. 올리버는 자신이 “왜 50년이 넘도록 뉴욕에 남아 있는 걸까?”라고 자문한다. 뉴욕에서 많은 인연이 생겼지만 캘리포니아처럼 강렬한 설렘과 떨림으로 자신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못했다회고한다. 그가 향수를 품었던 대상은 젊음과 미래였던 것이다.

 


우리 둘 다 비슷한 가족 배경과 비슷한 학교 배경, 동시대 같은 문화의 산물이었다. 이런 공통점 덕분에 우리에게는 특별한 연대의식이 형성되어 서로의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우리 둘 다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라는 신세계로 들어왔고, 이로써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전혀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진화와 성장의 여정에 닻을 올린 사람들이었다.
(p.345-346)



올리버는 뉴욕으로 간 후에도 시인 톰 건과 꾸준하게 연락을 이어간다. 이들은 오랜 친구 사이로 비슷한 가족  학교 배경 등의 동시대 문화 코드를 고 있다. 이런 공통점으로 둘 사이에는 특별한 연대의식이 형성되어 다. 톰과 올리버는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라는 신세계로 들어와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된다.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샘솟는다. 진화와 성장의 여정에 닻을 올리는 올리버와 주변 인물들의 역동적인 삶을 통해 미래를 꿈꾸게 다.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는 그의 끝없는 모험,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의 뜨겁고 생생한 기록이 담긴 책이다. 모터사이클과 속도를 즐기는 것집착하며 에너지를 해소하는 젊은 시절 이야기가 소설처럼 쓰여 향수를 불러온다. 부모님이 의사인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형에 대한 아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죄의식, 환자들을 향한 인간애와 집념 등이 그의 역동적인 속에 녹아들어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은 건강과 의학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을 비롯해 도전과 모험, 성장을 갈망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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