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단편소설, <칼자국>, (주)창비, 2018
문득, 자취를 하며 사소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어머니에게 전화 건 기억이 났다. (...)
어머니는 깔깔대며 그제야 상세한 조리법을 알려 줬다. 나는 물어본 걸 또 물어보고 정박아처럼 굴었다. 어머니는 내게 질문받는 걸 좋아했다. 나는 마늘을 다지고, 두부를 자르고, 김치를 썰며 이따금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사 준 칼을 쥐고서였다. 좋은 칼 하나라던가 프라이팬 같은 것이 여자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를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p.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