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지음, <어떤 양형 이유>, 김영사, 2019
"판결문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만을 추출해 일정한 법률 효과를 부여할 뿐 모든 감상은 배제하는 글이다. (...) 그나마 판사가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형사 판결문의 '양형(量刑) 이유' 부분이다. (...) 판결기록은 영구히 보존되므로, 판결문에 사건의 내용과 양형 이유를 상세하게 기재해 그 사안을 항구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p.6)
농부는 법을 두고 늘 따라야 하는 태양이라 말하고, 노인은 어른의 지혜라 말하고, 사제는 경전 속 말씀이라 말하고, 재판관은 법은 법이라 말하고, 법학자는 일상으로 입는 옷이자 조석(朝夕)으로 나누는 인사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운명, 국가라 말하고, 어떤 이는 법은 죽었다고 말하고, 성난 군중은 법은 우리라 말한다. 그러나 차라리 법을 정의할 수 없다면 자랑스럽게 법은 마치 사랑 같다고 말하리라. 사랑처럼 어디 있는지 왜 있는지 알지 못하고, 사랑처럼 억지로는 안 되고, 벗어날 수도 없는 것, 사랑이란 흔히 옳지만 사랑처럼 대개는 못 지키는 것이라고. (W.H. 오든, <법은 사랑처럼>)(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