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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Dec 16. 2022

논픽션 소설에 담긴 진실

트루먼 커포티, <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2013



< 콜드 블러드>트루먼 커포티의 범죄소설이다. 캔자스 홀컴 마을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을 수년간 조사한 끝에 완성해  소설이다. 커포티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홀컴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는 녹음기나 노트를 쓰지 않았고, 철저하게 기억에 의존해서 그들의 증언을 재구성했다고 한다. 작품은 '일가족 살인사건과 수사 과정을 다룬 진실한 기록'이라는 부제로 받아들여지며 커포티를 성공으로 이끈다. 또한 그는 논픽션 소설이라는 장르를 확립하고, 신新 저널리즘의 대표자로 꼽힌다. 1967년에는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영화로 개봉되어 호평을 받으며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다.




트루먼 포티는 1924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열일곱에 학교를 그만두고 <뉴요커> 지의 사환으로 일했다. 초기 소설들을 여러 잡지에 게재했으며, 1946년에 '오 헨리' 상을 수상했다. 1948년에 쓴 첫 번째 소설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시기에 그는 유망한 젊은 작가로 거듭났으며, 날카롭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사교계 파티에서 명성이 높았다. 그가 집필한 작품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외에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추억>을 비롯해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다.



<인 콜드 블러드>'일가족 살인사건과 수사 과정을 다룬 진실한 기록'이라는 부제로 시작한다. 이 책은 1부 그들이 살아 있던 마지막 날, 2부 신원 불명의 범인들, 3부 해답, 4부 구석, 총 4부로 구성했다. 평화롭던 캔자스 홀컴 마을에, 어느 날 범죄를 계획한 두 명의 아웃사이더가 나타나 아무런 이유 없이 일가족 네 명을 살해하고 사라진다. 일가족이 살아 있던 마지막 날의 평온한 일상과 두 살인자의 어두운 삶이 대비되며 운명 지어진 사건으로 점차 다가간다. 마침내 사건이 발생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 범인을 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의 경악과 분노, 두려움의 감정이 뒤섞여 요동친다.    



  그 후, 어두워진 법정 앞 광장을 가로질러 갈 때, 모아놓지 않아 바삭하게 말라버린 잎들이 둔덕처럼 쌓인 길을 생각에 잠겨 걸으며 듀이는 왜 희열이 느껴지지 않는지 이상하게 여겼다. 왜 그럴까. 알래스카나 멕시코, 아니면 낙원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용의자들이 이제 곧 체포될지도 모르는데. 왜 응당 느껴야 할 흥분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그 꿈에는 결함이 있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듯 반복해서 그 꿈의 분위기에 젖으면 나이가 확신을 가지고 한 말에 의심을 갖게 되고, 어떤 면에서는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히콕과 스미스가 켄자스시티에서 잡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p.304)



일가족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앨런 듀이는 범인들을 찾아낼 만한 흔적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한다.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다가 범죄 현장을 찍은 사진 속에서 우연히 범인들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수사망을 좁혀간다. 범인들의 실체에 가까워지는 예감이 들 즈음, 뜻밖의 제보로 범인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앨런 듀이는 범인이 곧 잡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대범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행보에 허탈해한. 형사인 앨런 듀이마저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무력감을 느끼게 할 만큼 두 범인들의 사고와 행동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콜드 블러드>는 실제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여 인간의 불완전하고 연약한 내면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미 예견비극적인 사건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심장 쫄깃한 긴장감과 분노, 두려움이 인. 결과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시시해지기보다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이 책을 쓴 커포티의 문장력과 이야기 구성력, 인간 내면의 세계를 꿰뚫는 심리 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수많은 인물들이 3인칭 시점으로 등장해 인물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읽는 이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논픽션 소설에 담긴 선과 악, 동정, 용서, 법의 심판, 사형제도 등의 진실에 담긴 묵직한 주제가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이 책은 문학성 있는 범죄 소설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 법과 범죄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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