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짜로 음식물 분리수거 안 해요? 이 나라 진짜 뭐예요?"
미세먼지 없는 곳에서 아이들을 키워보겠다고, 선진국의 시스템과 교육을 경험해보겠다고, 불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이곳에 이제 막 정착했던 친한 동생이 내게 건넨 말이었다.
"그럼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일반 쓰레기통에 같이 버려요? 왜 그렇게 하지? 예산이 남나요?"
"어. 그냥 다 같이 함께 버려. 여기는 원래 그래" "아 미개하다..."
햄버거집만 가도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깔끔하게 쭉 늘어서 있는 한국에 살다가 이제 막 프랑스에 도착한 그 동생은 연일 충격의 연속인 듯 보였다. 자기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프랑스와는 너무도 다른 실상들 앞에서 말이다. 신발 신고 집안을 활보하고 침대에 눕는 것도 이상했는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니. 이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이 광경을 보고 놀랬었다. 내가 처음 접한 프랑스 사회인 시댁에서 어머님이 쓰레기통을 사용하시는 것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다. 일반 쓰레기통에 음식물이 함께 버려지는 것이기에 쓰레기통에서는 금세 악취가 났다. 그렇기에 어머님은 아예 작은 비닐봉투를 여러 번 사용하시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통 안으로 휘리릭 던져지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되었었다.
그들에게는 과일 껍질도, 고기 부속품도, 음식물 찌꺼기도 모두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면 그만’이었다.
‘어머님이 편리성 위주로 사시는 분이니까 그럴 거야. 설마 모든 프랑스인들이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나의 기대 어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고 보니 프랑스는 ‘음식물 분리수거 개념’ 자체가 없는 나라였던 것이다. 물론 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 쓰레기와 유리병은 분리수거를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들의 분리수거 칸은 그렇게 단 2개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 쓰레기통으로 다 뭉뚱그려 함께 버려진다. 거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되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아두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텃밭을 일구고 사는 시골 사람들이다. 하지만 거름에 이용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할 뿐, 모든 프랑스인들의 쓰레기통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함께 섞여 있다.
그렇기에 이 사람들은 주방에서 기다란 메탈 쓰레기통을 많이 사용한다. 입구는 두 개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종이와 비닐을 버리는 칸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쓰레기들과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리는 칸이다. 뚜껑은 원터치식 밀폐형.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에서도 Compost라 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공공 퇴비로 사용하는 정책이 있긴 하다. 주택가에 간헐적으로 놓여있는 거대한 ‘공용 퇴비함’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곳에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불과 2년이 안됐다. 무엇보다 평생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던 사람들이 일부러 냄새나는 음식물을 따로 모아 두었다가 퇴비함에 갖다 버릴 수 있을까. 못한다.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얘기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세세하게 분리하여 버리는 우리와 달리 하나의 구멍으로만 되어 있는 그들의 쓰레기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도 미국도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음식물 분리수거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는 특별처리시설을 거쳐 적지 않은 양이 퇴비로 활용되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이다. 그냥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그만인 일반 쓰레기와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서방국가들은 현재 그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반 쓰레기와 똑같이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그러나 소각에는 대기오염 문제가, 매립에는 토양과 수질오염 문제가 뒤따른다. 분리수거가 중요한 이유는 처리비용과 매립비용 등의 절감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구라는 공동체의 환경 보호’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물론 프랑스의 쓰레기 소각기술은 초고온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다이옥신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라에서 예산으로 처리해주는 것'이지 프랑스 시민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프랑스인 개개인'은 쓰레기 처리에서 환경 보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가 보여주는 쓰레기 처리 방식은 '자연을 사랑한다는 프랑스인'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 그것은 ‘현대인의 편리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존중과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랑스는 ‘종량제 봉투’도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반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그냥 담아 버리기도 한다. 쓰레기 배출 규제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편리성’이 우선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다 갖다 소각할 것이기에 특별히 규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 개개인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어느 나라가 더 '선진 시민 의식'을 가진 나라일까.
환경부에서 작성한 OECD 14개국의 지난 20년간의 '도시 폐기물(쓰레기)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프랑스를 포함한 서방선진국 14개국 중에서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가장 낮았다. 프랑스는 매립률이 감소하고 재활용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의 매립률 감소폭은 프랑스보다 훨씬 크며 재활용률은 두 배 가까이 높다. 이것은 60%에 달하는 한국의 재활용비율 덕분인데 이는 14개국 중 두번째로 높은 수치로 모든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렇듯 한국은 음식물 분리수거 뿐만 아니라, 쓰레기 발생율과 재활용 측면에서도 선진국들을 훨씬 앞서간다. (환경부 자료: http://bitly.kr/Dk4tMmKeoK)
2016년 프랑스는 ‘식품폐기금지법’이란 것을 제정하였다. 매년 710t이라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커지자 폐기를 법으로 금지하여 자선단체나 푸드뱅크에 기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폐기가 금지된 음식물 쓰레기’란 유통기간이 지나 팔지 못한 식료품들을 말하는 것이지,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반 음식물 쓰레기’는 해당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은 일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들의 통계에 잡힐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프랑스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과 그 맹점을 보면서 프랑스의 코로나 대응이 떠올랐다. 그들의 코로나 대응 중 가장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바로 ‘편리성에 기초한 생명 경시’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검사 자체를 매우 적게 하고 있는 프랑스는, 요양원과 자택 사망자들을 제대로 격리시키거나 병원으로 이송시키지 않은 채 사망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사망자의 4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프랑스의 생명존중의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일반 쓰레기통으로 함께 버려져 통계가 잡히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를 대하는 그들의 방식과 같다.
‘나의 사생활과 자유’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인권인 듯 말하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그들은 ‘타인의 생명’과 ‘자연 환경’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충분히 담겨 있다.
요양원 어르신들을 그대로 죽게 한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