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백양사 템플스테이
용산역을 출발해 두 시간 정도를 달린 기차는 드디어 정읍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근처마다 서울 못지않게 세련된 식당과 카페들이 발달해있는 경상도 라인과는 달리 이 곳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어요. KTX 역이 마치 이 동네에서 제일 크고 멋진 건물 같아 보였지요. 그래도 전 이렇게 시간이 오래전에 멈춰있는 듯한 시골 마을 풍경이 그리웠어요. 대부분이 2층을 넘지 않는 낮은 상가 건물들, 동네 병원, 아주 오래된 여관들, 정읍의 첫인상은 아주 푸근했습니다. 이제 백양사에 가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돼요. KTX 역 근처에서 어영부영하다가는 백양사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지요. 정읍 시내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리는데 안내 표지판이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길을 물어 찾아갔지요.
정읍 버스 정류장에서 백양사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살 수 있는데 하루에 오고 가는 스케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미리 확인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전 운 좋게도 바로 30분 뒤에 출발하는 버스 티켓을 살 수 있어서 여유 있게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슈퍼마켓에 들러 새 양말도 한 켤레 사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아주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모든 게 느릿느릿할 것 같은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비행기보다도 더 정확하게 버스가 출발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버스를 타고나니 아까부터 꾸물꾸물 대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지요.
다행히 40분 정도 달리던 버스가 백양사 입구에 들어가자 다시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백양사 가는 표지판을 따라 한참 산길을 따라 올라갔지요. 산길이라고 하지만 나지막한 산책길이었는데 계곡 물소리도 듣고 단풍 구경도 하면서 올라가느라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천천히 걸어 오르니 한 25분 정도쯤 지났을까요 저 멀리 쌍계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Netflix Chef's Table 프로그램을 보면 정관 스님이 쌍계루 앞 계곡 돌다리 위에 앉아 명상을 하시는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었죠.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오르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마침 산속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나무 밑에 가서 서있으면 비도 피할 수 있고 또 단풍 위에 사각사각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운치가 있지요.
쌍계루를 뒤로 하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백양사에 도착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은 백양사 안 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우측에 보이기 때문에 찾기 쉬웠어요. 서울 집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행히 시간이 착착 맞아서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 등록만 하고 다시 쌍계루 쪽으로 나와 다시 한참을 단풍 구경을 하다 소집 시간인 3시에 맞춰 다시 들어가 하루 묵을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템플 스테이가 유행을 하고 나서 새로 지은 건물인지 아주 깨끗한 새 건물 안에 있는 제 방은 바닥이 온돌방처럼 아주 따뜻하게 덥혀 있었고, 큰 창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고 나니 이쁘게 단풍 든 내장산이 방 안으로 들어온 듯했지요. 총 4명의 인원이 같이 한 방을 쓴 다는데 어떤 사람들이 룸메이트가 될지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