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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Aug 18. 2017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의 마음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속 심리철학

Am I a machine? Am I a person?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I 인간의 마음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실체 이원론substance dualism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이 독립적인 실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없어도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완전히 담쌓고 지내지는 않는다. 공간을 차지하는 몸과 사유하는 마음은 상호작용하며 인간을 구성한다.


그런데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가능한가?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이 "송과선pineal gland"이란 신체 기관을 통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영혼이 송과선을 자극함으로써 "동물 정령animal spirits"(…)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당연히 털렸다. 심지어 보헤미아 왕국의 엘리자베스 공주까지 나서서 데카르트를 비판한다. "접촉하지 않고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어떻게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 마음이 연장성extension을 갖는 [몸]과 접촉해서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가? (…) 물질적인 몸과 비물질적인 마음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하느니 차라리 마음이 연장성을 가진 물질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심신 동일론mind-body identity theory

의학이 발달하면서 마음은 곧 뇌라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 이론도 다수 실현multiple realization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휘청한다.

여러 다른 신체적 상태bodily states가 동일한 심적 상태mental states를 실현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과 고양이, 지렁이, 문어 등은 모두 고통을 느낄 줄 안다. 하지만 고통을 느낄 때 이들의 몸에서 (혹은 뇌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모두 다르다. 신체 구조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이제 심적 상태와 신체적 상태의 동일성은 부정된다.


II 컴퓨터의 마음

다수 실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이 등장한다. 바로 기능주의funtionalism.

기능주의는 인간을 컴퓨터에 비유한다. 몸과 마음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는 것.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컴퓨터들도 얼마든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금으로 만들든, 은으로 만들든 상관없다. 음악 틀고, 영화 보여주고, 계산할 수 있으면 다 같은 컴퓨터다.

여러 다른 하드웨어가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능주의는 주어진 입력input에 대해 출력output을 내놓는 방식, 곧 기능하는 방식이 마음이라고 본다.

때리면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츠리는가? 음식을 보면 침을 흘리는가? 그렇다면 고통과 식욕을 느낀다고, 그러니까 마음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일련의 기능을 수행할 수만 있다면) 몸뚱이는 중요치 않다. 쇳덩어리든 살덩어리든 똑같은 방식으로 기능한다면 똑같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다수 실현의 문제는 해결된다.



실체 이원론은 마음을 실체 본다. 몸이 없어도 마음이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능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말은 곧 "하드웨어가 없어도 소프트웨어는 존재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CPU가 산산조각이 나도 계산은 할 수 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기능주의는 마음이 몸에 의존한다고 본다.


한편, 심신 동일론은 몸과 마음이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능주의는 말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일한 것일 수 없듯, 몸과 마음도 동일한 것일 수 없다고.

하드웨어가 달라지더라도 소프트웨어는 같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말이다.



기능주의에 따르면 당연히 컴퓨터에게도 마음이 있다. 기능하니까.

이런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 튜링 기계Turing machine의 기초를 다진 인물.

튜링 기계

튜링 기계는 여러 칸들로 이루어진 테이프tape와 그 칸들을 가리키는 헤드head로 구성된다.

테이프를 구성하는 각 칸에는 유한한 수의 기호가 들어갈 수 있고, 헤드는 유한한 수의 상태에 처할 수 다.

입력값과 입력을 받은 헤드의 상태에 따라 수행해야 할 연산을 규정하는 기계표


사용자가 테이프의 칸에 특정 기호를 입력하면, 헤드는 사전에 주어진 기계표machine table에 따라 연산을 수행하여 적절한 결과값을 출력한다. 마치 사람이 문제를 푸는 것처럼.

3 + 2 = 5


그래서 기능주의의 눈에 비친 인간은 수준 높은 (그리고 피와 뼈와 살로 이루어진) 튜링 기계가 된다.


III 이미테이션 게임

튜링은 튜링 기계가 고도로 발달하면 인간을 흉내imitation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의 기본 아이디어다.

튜링 테스트

튜링 기계와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다. 대체 어느 쪽이 인간인지 알 수 없으면, 튜링 기계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 인간을 흉내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


기능주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컴퓨터와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몸뚱이를 제외한다면 더욱 그렇다.


앨런 튜링


생각할 수 있는 기계, 튜링은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어떤가? 컴퓨터의 "마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직도 어색한가?


어느 날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카톡을 보낸다면? 그게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저는 기계입니까? 저는 인간인가요?" 이미테이션 게임,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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