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Feb 11. 2022

아내를 위한 목걸이 통장 잔고가 0이 되었다.

통장 잔고가 0이 되어 기쁜 날

작년 9월부터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얼룩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고, 브런치를 통해서 편지 구독 서비스 계약까지 했다. 주말은 내내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짰다.


왜? 바로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순간부터 쇼핑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모습에 물어보니 답을 회피하다가 결국 갖고 싶은 목걸이가 있단다. 슬쩍 쳐다보니 가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사라고 했더니 내가 사주면 생각해본단다. 눈 한번 질끈 감고 아내에게 선언했다.


"여보 내가 사줄게. 좀만 기다려."

"진짜? 돈은?"

"다 방법이 있지."


왠지 의심쩍은 눈빛에 호기롭게 연말까지로 못을 박았다.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고 그때부터 글로 돈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얼룩소에는 100일간 꼬박 글을 썼다. 통장을 만들고 이름을 '목걸이'라 정했다.


목표하는 금액에 다가갈수록 힘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12월 말에 목걸이를 살 수 있는 돈이 모였다. 올래.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목걸이를 가지고 싶단다. 그래서 기다렸다.


어제 점심때 길벗과 산책하고 돌아오는 중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기존에 원했던 목걸이보다는 가격이 낮았지만, 차액으로 전부터 업무 때문에 필요하다던 패드를 산다고 했다.  

당연히 알겠다고 하곤 목걸이를 사기 위해 만들었던 통장 앱을 켜고 들어갔다. 조금의 주저 없이 아내에게 전액 송금했다. 드디어 잔고가 0이 되었다.

이 벅차오르는 감정은 왜인지.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 얼굴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빠. 사실 나 또 갖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래? 뭔데?"

"나중에 말해줄게"


⁠아직 사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이미 눈빛은 사줄 거지라며 말을 하고 있었다. 까짓것 하면 되지. 이번에도 당당하게 알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목표를 위해서 올해도 내내 글 감옥에 빠져 지낼 것 같다. 하지만 차갑고 딱딱한 곳이 아닌 설렘이 몽글 피어나는 감옥이다.


이제 다시 통장에 잔고가 차곡차곡 쌓이도록 부지런히 글을 써야 한다. 아내 눈에 빼곡히 하늘 별이 들어서는 그날을 다시 보기 위해.




처음에 목표를 위해 다짐했던 글을 공유합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하늘의 이치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https://brunch.co.kr/@xcape77/337


매거진의 이전글 명절에 싸우기만 했는데...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