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Oct 05. 2021

내 통장 이름은 목걸이

연말까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물욕이 없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크게 사고 싶은 것도 없었고, 커서도 변하지 않았다. 남들은 재테크로 불을 켜는 중에도 주식이나 코인 한번 하지 않았으니 나도 참 그렇다. 관심을 가져볼까도 했지만, 머리만 아프고 금세 식었다. 이번 생애에는 포기해야 하나 보다.


그런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갖고 싶은 것이다. 결혼 전 그렇게 멋쟁이 었던 아내는 결혼 후 아이들이 생기면서부터 본인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는 것에 인색해졌다. 맞벌이지만, 뻔한 월급쟁이 월급과 프리랜서 급여로 아이 둘 학원비를 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아내가 얼마 전부터 무언가를 자꾸 보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에 물어보아도 답을 주지 않았다. 몇 번을 조른 끝에 보여준 것이 목걸이였다. 사진만으로도 참 곱게 생겼다. 가격을 알려주지 않기에 찾아보니 만만치 않았다. 배포 넓은 척 사라고 했지만, 괜찮다고 그냥 보는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미소를 지으며 내가 사주면 생각해 본단다. 호기롭게 알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쳤다.


나 스스로 목표를 연말까지로 잡았다. 생각해 보니 글로 조금씩 부수입이 생겼다. 편지 구독 서비스와 오마이뉴스 기사 발행은 연말까지로, 합산하면 괜찮았다. 거기다 며칠 전부터 새로운 글 쓰는 공간도 발견했다. 매일 글 쓰고 선택되면 조금씩 비용이 들어오는데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이것도 100일 프로젝트라 지속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들어올 인세도 있으니, 기존에 내가 모아둔 것과 합치면 어느 정도 가능했다. 물론 꾸준히 써야 하는 것이 함정이지만.


통장을 개설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질 듯싶어, 가장 쉬운 카카오뱅크로 만들었다. 통장에 이름을 적을 순 없지만, 나 스스로 '목걸이'로 정했다. 이름도 정하고 나니 전에 없던 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내가 물욕이 없다는 것은 착각이었네.


그저 쓰는 것이 좋아 시작한 글쓰기에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글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늘 무언가 의미 두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 그래, 한번 가보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