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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02. 2021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

남편이 없던 엄마와 아빠가 없던 딸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이 세상에 '엄마'라는 말만큼 가슴 찡한 단어가 또 있을까. 그 안에는 심해보다 깊고, 우주보다 광활한 사랑이 담겨있다. 브런치에서 만나 진솔한 글에 반한 진아 작가님의 에세이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이 출간되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끝 모를 사랑을 전한 엄마, 그걸 받은 고마움을 글에 정성스레 담은 딸.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작가님 기억 속에 없는, 엄마가 엄마 되는 순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고 가녀린 몸이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했다. 출산할 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수혈을 받아야 했고, 임신 중독으로 뼈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열 달도 채 되지 못해 태어난 아기를 꼭 끌어안으며 온기를 나눴다. 아마도 '내 소중한 아이, 엄마야'를 속으로 계속 읇조리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출산 당시 너무 하혈이 심하여 아이를 포기하라는 의사의 말에도 꿋꿋이 버텨냈다. 아버지는 먼 곳까지 달려가 피를 공수해왔고, 어렵사리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언젠가 뱃속에 태동을 느끼며 그 오랜 시간 함께 지냈는데, 어떻게 포기하느냐며 흐릿한 미소를 짓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 혼자 작가님과 동생을 키운 이야기는 어찌 책에 모두 담을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어디에도 '결핍'이란 단어는 없었다.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도 넘치는 사랑을 주었고, 오롯이 받은 딸들은 밝은 빛으로 걸어갔다. 그 사랑은 현재 진행 중이고, 여전히 작가님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버팀목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그런 존재 아닐까. 내 뼈, 살 모두 내주고도 부족해서 주고 또 주고. 우리는 그저 받고 또 받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무한한 사랑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작가님의  엄마에 대한 생각, 엄마와 주고받은 교환 일기, 엄마를 떠올리며 쓴 시는 그만큼 마음 안에 계속 담아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마가 있기에 살아냈고, 엄마가 있기에 앞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님의 글에 비추어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괜스레 전화기를 꺼내 연락을 드렸다. 나도 모르게 '사랑해요'가 입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지금 삶이 고되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흠뻑 적시고 싶다면 얼른 책을 꺼내 들길 바란다. 잊고 있던 소중한 존재가 눈앞에 살아 숨 쉴 것이다.




아이의 손끝이 종이에 베이기만 해도 가슴 미어지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나 역시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 절절함을 몰랐다. 엄마가 된 이후에야 그날의 엄마가, 그날 이후의 엄마가 얼마나 숱한 밤을 죄책감으로 지새웠을지 알게 되었다.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무거운 마음, 이제 그만 내려놓아요. 엄마"


200. 11. 26.
진아, 엄마의 손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항상 너희들과 맞잡고 있단다. 한 번도 그 손을 놓은 기억이 없다. 이제 엄마가 힘들고 지쳐 쓰러질 때 너희가 그 손을 잡아주지 않을래?


엄마는 나에게
 
찌는 햇살 아래
한 아름의 그늘
폭우를 바치는
대 굵은 우산
 시린 바람에 몸 감싸는
도톰한 겨울 외투
서늘한 공기를 데우는
한 줄기 햇살
가파른 절벽에 드리운
굵다란 동아줄
망망대해에서도 살아남게 할
꼭 맞는 구명조끼
달리다 멈춘 순간 주저앉아 울
 볕 드는 땅
나조차 나를 포기하려 할 때
나를 잡아끈 유일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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